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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적 Pirate Mar 19. 2024

수많은 인형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 부제 : 인형을 키우는 사람들 ]


인형을 키우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주위에 꽤 많이 있다. 

차라리 한 인격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주위의 아이들을 보면 참 가엾고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들은, '하루의 패턴'들이 정해져 있다.


동네를 오다가다 아이들을 마주치게 되면 늘 시간들이 한결같다. 

그 시간에는 꼭 그곳에 있던가, 아니면 그 시간에는 꼭 그곳을 지나가던가.

또한, 하는 행동들이 늘 한결같다.

핸드폰을 보며 걸어가거나, 땅만 보면서 걸어가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면서 걸어간다.


그리고, 표정들도 늘 한결같다.

절대로 웃지를 않는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더라도 무표정으로 고개만 까딱거릴 뿐이다.

어디에선가 보았던 구절이 있다.

'아이들이 웃지 않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그 순수한 아이들마저도 웃음을 잃어버렸으니까.'

전율이 돋을 정도로 맞는 말이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얼마나 순진하고, 밝고, 명랑한지는 한 번쯤은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웃을 시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문방구의 500원짜리 뽑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면 행복해하고, 그 아이템으로 친구들과 함께 놀며, 즐거워할 줄 아는, 마치 순수한 천사들과도 같은 이들이 바로, 아이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미소와 웃음 등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웃을 일들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왜 아이들은 웃을 일들이, 별로 없는 것일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아이들을 보면, 성장시기에도, 10대에도, 청소년기에도, 고학년일 때도 다들 밝게 웃으며, 즐거워들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아이들만 갈수록 무표정이다. 왜 그런 것일까?




여기 지수라는 한 여학생이 있다.

이 학생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그때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8시까지 학교에 도착한다. 이렇게 일찍 오는 이유는 엄마, 아빠가 회사로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직장까지는 적어도 1시간의 여유는 잡아야 하기에 8시까지는 학교에 데려다주신다.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직장은 9시까지 출근하는 게 정석이니까. 그럼,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아침 돌봄 교실에 가서 시간을 때운다. 

그렇게 9시가 돼 가면 해당 교실로 가서 하루의 수업을 시작한다. 

어느덧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교 정문으로 나오면, 학원차량이 지수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학원차량에 몸을 싣고서 친구들과 함께 영어, 수학학원으로 향한다. 학원에 도착해서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친구들과 기다리다 수업을 받은 후 다시 피아노 학원으로 옮긴다. 피아노 학원에서도 대기를 타다가 수업을 받은 후 태권도 차량에 몸을 싣는다. 

태권도 학원에 도착해서는 대기를 하다가 친구들이 모이면 함께 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나면 자유롭게 놀다가 집에 갈 시간이 되면, 태권도 차량에 을 싣고서 드디어 집으로 향한다. 

그럼, 시간에 맞춰서 앞에서 지수의 엄마가 지수를 맞이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보니 시계는 저녁 6시 30분쯤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하루의 일과가 끝난 게 아니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학교 숙제 또는 준비물들을 챙기고서, 학습지를 풀어보거나 책을 봐야지만 하루의 일과가 그렇게 끝이 난다. 그런 후 잠깐 동안의 여유시간을 가진 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왜냐하면 내일 또다시 일찍 일어나 똑같은 하루를 반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다.

지수라는 이 여학생은 과연, 몇 살일까? 

아니, 몇 학년일까?


대한민국에 사는 이 지수라는 여학생은 바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절대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지금도 내 주위에 있는 아이들의 친구들 얘기다. 


어느 나라에서는 저런 걸 아동학대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부모들이 당연하다는 듯 서로 의견들을 나누고, 공유를 하면서, 실행 중에 있는 하루의 스케줄들일뿐이다. 한 번 잘 생각을 해 보자. 


초등학교 1학년이면, 이제 태어난 지 갓 7년이 조금 넘었거나, 아직 넘지 않은 아이들이다.

이제 아장아장 아기 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들이다.


이 나라에서는 도대체,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지수의 부모 같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수 같은 아이를 태어나게 했단 말인가?

OECD 국가 중에서 십수 년째, 10대의 자살률 상위권.

OECD 국가 중에서 십수 년째, 10대의 행복지수 꼴찌권.

한국 10대들의 사망률 1위, 자살.

한국 10대들의 우울증 계속 증가.

한국 10대들의 정신분열증 계속 증가.

한국 10대들의 일탈행위들 계속 증가.

표본국 156개국 중에서, '생애 선택의 자유'가 140위라는 한국.

이런 결과들이, 도대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아시는 분?


나는 당연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아이들은, 부모들의 인형으로 살고 있어서 그렇다.
'생애 선택의 자유'가 없는, 인형 말이다.

[ 사진출처 : pixabay ]

[ 1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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