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레나이데忘れないで

사람에게 죄가 있듯 추억에도 약간의 죄가 있다

by 은목



재택근무 하는 날 점심 시간엔 노트북에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쉰다. 오늘 틀어놓은 플레이리스트엔 일본 노래가 끼워져 있었다. 제이팝 플리를 듣는다는 Y 생각을 하면서 선잠에 들었다. 잠깐 꿈도 꿨는데 걔는 나오지 않았다.


나에게 일본 노래는 오직 구동방(동방신기가 5명이었던 시절) 노래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10시 이후엔 컴퓨터 사용을 엄금했다. 원체 잠을 늦게 잤던 나는 엠피쓰리로 동방신기 노래를 들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어폰 줄이 내 몸을 돌돌 감싸고 있었다.


도우시테 키미오 스키니낫테 시맛탄다로오. 내가 아는 가장 긴 일본어 문장. 초등학교 5학년 때 인터넷 보면서 히라가나 독학했었다. 아에이오우 카케키코쿠. 종종 히라가나로 쓰여진 간판을 보면 더듬더듬 읽곤 하는데, 대부분 밑에 한국어로 작게 적혀 있어서 그냥 한글 읽은 사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어는 와스레나이데. 잊지 말아줘라는 뜻이고, 김재중 자작곡 제목이다. 제목이 이래서 아직까지 못 잊는 걸지도 모르겠다. 노래와 추억엔 죄가 없고.


이런 일기를 쓸 땐 당연히 구동방 일본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들어줘야 한다.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는 하트 마인드 앤드 소울. 헉 생각해 보니까 나 예전 싸이월드 비지엠으로 동방신기 일본어 노래를 설정해 놨었다. 생각해 보니 노래와 추억은 저마다 약간의 죄를 머금고 있는 것도 같다 끔찍하게.


예전엔 그렇게나 열광했는데 지금은 그 어떤 소식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게 신기하다. 구동방뿐 아니라 내가 지나온 사랑이 전부 그렇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사랑하는 것들도 나중엔 감정이 바래질까 봐 두렵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걸 아는데도.


과거형이 된 사랑을 현재로 끌어 와서 또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일이 글쓰기의 숙명 중 하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겠지. 그래도 이게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인 것 같고, 나는 글을 쓰려고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랑을 덮고 있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문장을 씌워주는 작업을 한동안 계속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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