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선 안 되는 맘*

오지 않는 팬미팅 티켓을 기다리는 1인 가구인의 솔직한 심정

by 은목


*나인뮤지스의 <티켓> 가사 중.


성인이 되고 나서는 본가에 있는 시간 보다 밖에서 나와 산 기간이 훨씬 길다. 대학교 1학년 땐 비좁은 기숙사에서 둘이 살았었고, 그 뒤로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었다. 휴학 기간과 취준 기간엔 잠깐 집에 들어왔다가 취직한 후엔 또 자취를 하고 있다. 기숙사와 셰어하우스, 자취방을 전전하며 세상과 사람을 익혔다.


대학생 땐 혼자 살아도 크게 외롭지 않았다. 친구들이 가까이 있었고, 연락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공강이 생겼을 때, 학교는 끝났는데 괜히 심심할 때, 그냥 갑자기 보고 싶을 때. 반대로 집에서 낮잠을 자다가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모자를 쓴 채 밖으로 나간 적도 많다. 주거 공간에서만 혼자였을 뿐, 외로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작년엔 셰어하우스에 살아서, 거실이나 주방으로 나가면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다. 나는 그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밤에 대화를 나눴다. 오버 조금 보태서 매일 밤 수학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셰어하우스에서 만났던 언니와 친구는 지금도 연이 닿아 종종 연락해 만나고 있다.


셰어하우스에서는 누구나 조금씩 폐를 끼치면서 산다. 누군가는 설거지를 제때 안 하기도 하고, 샤워한 뒤 머리카락을 정리하지 않기도 하며, 옷가지를 방이 아닌 엉뚱한 곳에 벗어 두고 깜빡하기도 한다. 나는 방금 나열한 행동을 전부 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 나의 생활 양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다.


민폐를 끼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데 셰어하우스에 살던 한 동생에게 크게 폐를 끼친 적이 있다. 카드 수령지를 셰어하우스로 해 놓고 출근한 것이다. 이른 아침에 카드 배송원 분이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고 한다. 나는 일하느라 배송원 분의 전화를 몇 차례 받지 못한 터였다. 나중에 연락이 닿아, 이틀 뒤에 쉬는 날이니 그때 배송해달라고 부탁하며 배송원 분에게 사과했다.


그날 저녁, 셰어하우스 동생(이하 셰동)이가 나를 찾았다. 아침에 언니 이름을 몇 차례 부르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여자 목소리고, 무언가를 배송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인지하자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미안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셰동이는 괜찮다고, 배송은 잘 받았냐고 웃으며 물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나도 조금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셰어하우스에서 원룸으로 거처를 옮긴 뒤, 철저히 혼자가 됐다. 회사 일도 거의 재택 근무라 나는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이번달 초까지 극심하게 외롭고 우울했는데 이젠 해탈한 건지 아니면 나름 즐기는 건지 별로 외롭진 않다. 그러나 걱정이 많은 나에게 아주 큰 걱정 덩어리가 들이닥쳤다. 티켓 배송 때문이었다.


다음 달에 세븐틴 팬미팅을 한다. 아주 고마운 친구 덕에 나도 한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어제부터 티켓 배송이 시작됐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티켓 배송지를 본가로 할까, 자취방으로 할까 계속 고심하다가 결국 자취방으로 해놓은 것이다. 팬미팅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고, 사실 본가가 있는 군산에 한 번 다녀 오는 것은 나에겐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그냥 자취방에 있고 싶었다. (엄마 미안) 그런데 나는 아주 큰 사실을 간과했다. 우리 회사는 매주 재택하는 팀이 바뀐다는 것… 다음주에는 회사로 출근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금요일 전까진 무조건 티켓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어제부터 배송 조회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금요일 티켓부터 순차적으로 배송되고 있는 듯하고, 내 티켓은 토요일이다. 일을 하다가도 티켓 생각에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티켓을 못 받으면 어쩌지, 다음 주에 배송 오면 어쩌지. 회사로 주소를 옮길 순 없다. 아 그냥 본가로 시키고 한번 다녀올걸. 설에 갔다 왔으니 3월 초에 가면 텀도 괜찮은데. 군산에 다녀오는 것은 몸이 좀 귀찮고, 사서 걱정하는 일은 마음이 매우 뻐근하다. 아 셰어하우스에 살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원룸으로 이사할 때쯤 아주 진저리를 치면서 이삿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셰어하우스가 생각난다. 아 제발 내일 안에 배송 왔으면 좋겠다. 결국 이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긴 일기를 쓴 것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들은 제가 무사히 티켓을 받을 수 있게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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