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두 달 차인 초보가 전하는 영업글
명상의 효험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원체 정신과 몸이 산만해서 명상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가끔 명상을 시도하려고 하면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서 곰팡이처럼 피어올랐다. 결국 내 뇌는 다른 생각으로 도배가 됐고, 명상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신나게 딴생각을 했다.
그런 내가 지난 4월부터 명상을 시작하게 됐다. 대단한 결심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그저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싶었다. 그때 나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서 무엇이든 나를 붙잡을 수 있는 끈이 필요했다. 여러 갈래의 선택지들 중에서 나는 명상을 덥석 잡은 것이다. 명상은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저 앉아서 눈만 감으면 되는 일이었으므로.
처음 명상을 시도했던 날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방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신경을 나의 몸에 집중했다. 단 5분이었지만 눈이 계속 떠지려고 했고, 몸이 계속 기울었다. 아주 고된 하루를 보낸 날 욕조에서 목욕을 할 때처럼, 정신이 말랑말랑 흐물흐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와. 명상이 이런 거였구나. 이렇게 좋은 거라면 매일매일 해야지, 다짐했다. 그러고 나서 진짜로 한 달 동안 명상을 매일 했었다.
글도 매일 쓰면 점차 나아지듯이, 명상도 매일 하니 조금씩 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생각이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자세를 조금 더 바르게 잡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명상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초보의 감상이라 조금 민망하지만.
명상이 끝난 후에는 차를 마셨다. 다도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도밍고에서 나온 티백 홍차를 마셨다. 몸이 뜨끈하게 풀리는 느낌. 날이 더워진 후에는 차를 마실 수 없어서 그냥 찬물 한 잔을 마시거나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
명상을 한 덕분인지, 아니면 퇴사를 한 덕분인지 지금은 불안한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명상을 꼬박꼬박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허리를 똑바로 편 채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한다. 눈을 감고 나의 우주를 거니는 일. 명상은 훌륭한 자가치유인 것 같다.
좋은 것을 발견하면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니는 게 나의 성정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명상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내가 명상을 해보라고 사정사정해도 친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신기해하거나, 떨떠름해하거나. 명상 진짜 좋은데. 시간과 돈만 있다면 길거리에서 명상을 같이 하자는 홍보 전단지라도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명상을 계속 하다보면 내가 어떻게 달라져있을지 궁금하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가다듬는 일은 반드시 나를 구원하리라 믿는다. 명상에 나를 기댄 채 오늘도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