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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우 Apr 10. 2021

먼저 해주길 바라는 마음

비밀; 사랑할 때 감춰야 하는 마음들

“구차하게 꼭 내 입으로 주저리주저리 얘기해줘야 알아? 설명 안 해도 먼저 눈치 채고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사랑한다면서 아직도 몰라? 어깨 처진 것 좀 봐. 평소보다 많이 내려갔잖아. 처지다 못해 두 어깨가 예각을 이루잖아. 공대 나왔다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못 알아봐? 어떻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말을 내 입으로 꼭 해야만 알아. 엄지손톱 좀 봐. 물어뜯어서 표면이 고르지 않다는 것도 모르겠어? 나 오늘 낮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단 말이야.”     

 그렇다. 사랑을 하는 때 우린 연인에게 관심을 갈구한다. 위로받고 싶은 날이라면 더욱 그렇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은 흔적, 그 미세한 변화조차 말하지 않고도 눈치 채길 바라며, 기운 없을 때 축 처진 어깨가 몇 도 정도 내려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세세하게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긴 또 싫다. 그런 마음이 쌓여서 괜히 얄팍한 심술을 부리고 싶은 날이 사랑할 때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나는 사랑이 우주와 우주가 만나 발생하는 화학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설명할 수 없지만 신비롭다. 아름답지만 두렵다. 빛을 발산하는 태양은 화려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녹고 만다. 하나의 우주만으로도 베일에 감춰진 비밀이 이렇게나 많은데, 우주와 우주가 만난다면 어떨까. 뉴턴이 밝혀낸 수많은 법칙은 무용지물이 될테고, 새로운 우주 안에서만큼은 아이슈타인이나 우리나 아는 지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사랑이다. 누구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 숨 쉬는 법부터 걷는 법까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려는 현상을 우린 사랑이라 부른다. 그래서 사랑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나의 생각을 당신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대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이때 필요한 건 조곤조곤 말하기와 인내심이다. ‘한 번 말하면 못 알아들어’ 라는 말로 연인을 다그쳐서는 다툼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 우리가 풀이 한 번 듣고 난해한 수학문제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나. 생각보다 우린 어리숙하고 부족한 미완성의 존재다. 본 명제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사랑의 시작이겠다.     

 나는 혼자만으론 안 된다. 밥을 먹어도 맛이 없고, 영화 보러 가는 길도 쓸쓸하다. 가끔 보너스라도 받는 날이면, 가녀린 목에 어울리는 목걸이를 걸어주고 싶어서라도 사랑 없이 살지 못한다. 그래서 기다리고 참는다. 순전히 내 욕심에서 시작된 감정이었으니까, 사랑에 빠지게 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각오하고 시작하지 않았던가. 

 사랑 앞에서 우린 모두 수학선생님이다. 최대한 천천히, 몰라도 다시 한 번, 연인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은밀한 부분까지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도 사랑하는 자의 의무니까 나는 그렇게 할 거다. 그리하여 우주와 우주가 합을 이루는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로운 광경을 목격하려는 야심이 내게는 있다.  

 한동안 당신에게 상세히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정확한 이해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가끔 섭섭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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