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오른쪽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가끔씩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편두통이었다.
다행히 심하진 않고 약간 불편한 정도였다. 진통제 한 알이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냥 참아본다.
사실 진통제는 많이 아프기 전에, 통증이 시작될 때 빨리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 우리가 복용하는 진통제는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는데, 참다가 뒤늦게 약을 먹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통증도 빨리 가라앉지 않는다. '진통제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안 먹고 버티다가, 도저히 못 참을 정도가 되어서야 약을 먹는 사람들은 아마 경험으로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약국에서는 환자들에게 진통제는 통증이 시작될 때 빨리 복용하는 게 좋다고 설명하지만, 막상 내가 아플 때는 이렇게 그냥 참을 때도 있다. 통증의 강도를 0에서 10으로 수치화했을 때, 5 이상의 통증이라면 물론 나도 바로 약을 먹는다. 핑계를 대자면 2~3 정도의 경미한 통증이라 굳이 약을 안 먹어도 견딜만했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뭔가에 몰두하거나 바쁠 때는 잠시 사라졌다가 한가해지면 다시 느껴지는 통증.
'어, 안 아픈데?! 나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마치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곧이어 '무슨 소리? 나 아직 여기 있는데~~'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통증이었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미묘하게 거슬리고 신경 쓰이는 작은 가시 같았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편두통과 쓸데없는 자존심 대결을 하다가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진통제를 먹었다. 약을 복용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작은 알약 하나의 놀라운 효과에 감탄했다.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매번 신기하다.
내 몸속에 들어간 약이 녹아서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혼자 피식 웃었다. '약이 좋긴 좋구나'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어서 '진작 먹을걸.. 쓸데없이 미련하게 왜 참았을까'하고 후회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도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당장의 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건 아니라서 미련하게 참고 있지만 계속 신경에 거슬리고 불편한 어떤 것. 마음먹고 행동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도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무언가가 없는지 찾아보자. 머릿속 한 부분을 차지하며 나의 정신력을 갉아먹고 있는 작은 가시를 빼내자.
고백하자면 사실 이건 내 이야기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와중에 책상 한편에 쌓여있는 신문 더미를 보니 두통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신문이라 받은 그날 바로 보고 정리하면 되는데, 귀찮아서 안 보고 하나 둘 미뤘더니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다.
계속 쌓여만 가는 신문 더미
휴...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안 보고 그냥 버리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보자니 너무 많아서 엄두가 안 난다. 마음먹고 하루에 몇 개씩이라도 보고 정리하면 될 텐데, 하지는 않고 마음만 불편하여 이렇게 구구절절 글을 쓴다. 게으르지만 욕심은 많은 자의 푸념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