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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야, 돈복을 부탁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즐거움

by 글짓는약사

우리 집 거실과 베란다에는 반려식물들이 꽤 많다.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와 내가 예뻐 보이는 식물을 발견하면 하나 둘 사서 데려오다 보니, 어느덧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아빠는 이제 제발 그만 사 오라고 야단이다.


거실에 있는 반려식물 중 일부..ㅎㅎ


반려식물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테리어 효과, 공기정화, 정서적 충족감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초록빛 식물 하나만으로도 집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다들 알 것이다. 그리고 물을 주면서 식물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시든 잎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며 식물과 교감하는 느낌도 좋다.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자라는 건 아니지만, 어느 날 보면 선물처럼 새순이 올라오고 꽃을 피우기도 하는 것을 보며 감탄한다. 이렇듯 생명이 있는 식물을 키우면 색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시간과 노력이 적기에, 나같이 게으른 집사에게는 반려식물이 훨씬 더 적합하다.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동물은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동물을 키우려면 먹이고, 씻기고, 산책시키고,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야 되고... 이 모든 것을 충실히 해야만 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책임감, 정성,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도저히 키울 자신은 없어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만 보는 걸로 만족한다. 그에 비하면 식물은 적당한 물, 햇빛, 통풍, 가끔 영양제 정도만 신경 쓰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혼자 두고 나간다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혹시나 키우다 죽더라도 죄책감이 덜하다.


그렇다고 엄마나 내가 프로 식물 집사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엄마는 과도한 관심이 문제고 나는 과도한 무관심이 문제다. 엄마의 과한 애정 때문에 과습으로 죽은 연화죽과 파키라가 있었고, 나의 과한 방임으로 말라죽은 산세베리아와 선인장이 있었다.


따라서 반려식물을 키울 때는 과도한 관심과 과도한 무관심 둘 다 경계해야 한다. 결국 모든 일이 그렇듯 중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요즘은 날짜를 정해놓고 흙 상태를 살펴본 후 물을 챙겨준다. 초보 집사의 서투른 보살핌 속에서도 새순을 만들고, 키가 자라고, 꽃을 피우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식물들이 대견할 따름이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사랑받고 있는 아이가 하나 있으니 바로 금전수다. 일명 '돈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잎모양이 동전 모양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금전수는 금전운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개업 선물이나 집들이 선물로 인기가 많다. 이 아이 역시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후 엄마가 행운과 금전운을 기원하며 사 온 것이다.


금전수가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새순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연둣빛으로 작게 올라오는 새순을 보고 엄마는 기뻐하며 '이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돈나무에서 생긴 새순이니 이자라는 것이다. 이럴 때 보면 엄마의 작명 센스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자는 우리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더니 어느새 키가 제일 커졌다. 이제 연둣빛이 아닌 선명한 녹색의 동전 모양 잎도 펼치기 시작했다. 엄마는 이자가 이렇게 잘 자라는 걸 보니 우리 집에 돈복이 들어올 것 같다면서 볼 때마다 함박웃음이다.


뒤쪽에 가장 키가 큰 아이가 '이자'다!


작은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장 커진 이자를 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시작이 늦었다고 결과도 미약한 것은 아니다'


초보 집사는 반려식물을 통해 인생의 진리도 배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이자만큼이나 올해 우리 가족 금전운도 좋기를 바란다.


'이자야, 돈복을 부탁해!'


'이자' 클로즈업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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