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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뭐 먹지?

먹는 즐거움에 진심인 편!

by 글짓는약사

고백하자면 나는 '먹는 즐거움'에 꽤나 진심인 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색한 사람과의 불편한 식사 자리만큼 힘든 것도 없다...!)


먹는 입의 즐거움, 오가는 대화 속에 번져가는 웃음,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이것만큼 확실하고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또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없고, 나 역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나도 모르게 너그러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새로 생긴 맛집을 찾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아하고, 나만의 맛집 리스트도 작성한다. 맛집 리스트가 많아질수록 행복 열쇠가 하나씩 늘어나는 기분이다. 문득 그때 먹었던 그 맛이 떠오르면 맛집 리스트에서 찾아 언제든 그때 그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고 모임을 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도 먹는 즐거움은 늘 함께였다.


이렇듯 나에게 있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고 끼니를 해결한다는 의미 이상이기에, 먹는 것에 있어서는 가성비를 너무 따지기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엥겔지수는 아마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기에 그저 '살기 위해 먹는 사람'들을 볼 때면 괜스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이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나는 음식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특정 시기가 되면 생각나는 계절의 음식들이 있다. 해마다 계절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초장에 무쳐먹는 아삭한 돌나물이 먹고 싶은 봄, 시원한 미숫가루와 새콤달콤한 오이냉국이 생각나는 여름, 시래깃국이 맛있어지는 가을, 따뜻한 유자차가 생각나는 겨울.


물론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 먹어도 늘 맛있는 음식도 있다. 은은한 불냄새가 나는 돼지갈비와 매콤한 비빔냉면, 간짜장과 탕수육의 환상적인 조합, 바삭한 튀김옷 안에 쭉 늘어나는 치즈와 고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치즈돈가스, 고소하고 꾸덕한 크림 스파게티, 담백한 화덕피자...(계속 나열하면 끝도 없을듯하니 이만하겠다...ㅎㅎ)

먹는 즐거움에 진심인 이런 나에게도 못 먹는 음식은 있다. 퍽퍽한 식감의 순대 간, 향이 강한 미나리, 바다 냄새나는 멍게와 해삼, 비주얼이 징그러운 번데기와 닭발. 적어놓고 보니 꽤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이것 빼고는 다 잘 먹는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어릴 때는 그냥 어른들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실제로 그걸 경험하고 있다.


나는 사실 어린이 입맛이라 쓴맛을 싫어한다. 그래서 커피 취향의 변천사를 보면 가장 달콤한 카라멜 마끼아또로 시작하여, 부드러운 휘핑크림이 가득한 카페모카를 거쳐, 요즘은 바닐라라떼 또는 아인슈페너를 즐겨마신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그것도 시럽 없이!!) 친구들을 보면 어른 입맛이구나 하고 감탄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그 맛없는 걸 왜 돈 주고 사 먹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랬던 내가 올여름에 드디어 깔끔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을 알게 되었다. 더운 여름날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갈 때 시원하게 들이켜는 '아아'는 천국의 맛이었다!! 시럽을 넣으니 오히려 그 깔끔한 맛이 흐려진다는 것을 느꼈다. 이래서 다들 '아아'를 마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나도 드디어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어른의 입맛을 가졌음에 기뻐했다.(물론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아직도 시럽을 넣어먹기는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인 인사말 중 한 가지가 "식사는 하셨어요?"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고민하는 것 또한 "오늘 뭐 먹지?"이다. 이렇듯 먹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언젠가 모든 영양소를 작은 알약 하나로 섭취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번거롭게 삼시세끼를 챙겨 먹지 않아도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일같이 뭐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훨씬 간편하고 효율적이겠지만, 너무 삭막하고 살 맛 안나는 세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만약 그런 때가 오더라도 나는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충만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고민한다.


"그래서 오늘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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