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자마자 마지막 한 학기 수료를 위해 복학을 했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정말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 예전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고 훨씬 치열한 전쟁터 같았습니다.
같이 술 먹던 친구들은 온데간데없고 너도 나도 1점이라도 높은 토익점수를 위해,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저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귀국 후 뭔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뭔가 원대한 꿈과 그 꿈을 이뤄줄 대단한 능력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나의 꿈은 무엇일까?
직장인이 꿈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상황과 이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밀려왔습니다.
막상 졸업을 앞두니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저의 울타리들(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되었습니다.
이대로 졸업한다면 "00의 누구입니다" 라는 저의 소속이 없어짐이 두려워 우선 인턴쉽 신청을 하게 되었고 어느 조그만 제조업체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회사, 특히 제조업체에서의 직장생활은 미국에서의 그 무엇과 180도 달랐습니다.
TV에서 보던 회식문화, 군대와 비슷한 수직적인 조직문화 등이 생활이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또 다른 직장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했던 일과 같은 종류의 물류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의 마크가 참 마음에 들었던..)
근무지도 인천공항이어서 나름 외국 느낌도 났고 회사의 조직문화도 미국에서보단 덜하지만 한국 제조업체에 비하면 천국이었습니다.
업무도 나름 좋았고 이대로라면 경력을 좀 쌓은 뒤 내 사업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타 업계에 비해선 적은 월급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기 시작했고, 본가와도 멀리 떨어져 있어 향수병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여자친구(지금은 와이프가 되었지만..)와도 만나기 힘들어졌고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하는 그 몇번 째 계단을 어쩌다 밟아 왔는데 결혼이라는 다음 계단을 위해서는 돈을 좀 더 벌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직전의 회사 직원에게 고향 근처의 괜찮은 자리 제안을 받았고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그 회사에 지원하고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고민을 하였지만 이때는 당장 눈앞의 돈을 보니 어려움 없이 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회사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며 또 다른 멋진 세상을 꿈꾸어 보자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직무도 제가 원했던 직무가 아니었기에 빨리 준비해서 길어야 몇 년안에 정말 꿈을 찾아 갈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12년이 넘게 이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인생을 배워가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그렇게 다시 진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