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남을 것인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산타모니카의 석양, TV에서 보았던 모습과 정 반대의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그리고 정작 저에겐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한 미국 영주권....
다시 한국으로 간다면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분명히 있었지요.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1년이 넘어가는데 보고 싶어도 꾹 참았는데, 미국에 남는다면 명절은커녕 몇 년에 한 번밖에는 가족과 친구들을 못 볼 것이 뻔하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중간에 회사가 망한다면 영주권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했습니다.
또한 아직 학교를 1학기 남기고 왔기에 이대로 미국에 남는다면 중도 재적되어 퇴학처리가 될 것이었습니다.
회사의 배려로 혼자 생각할 수 있는 휴가가 주어졌습니다.
조용한 곳이 필요해 '죽음의 골짜기'라는 데스벨리를 가서 고민해보았습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너의 꿈이 뭐니?'
예전에는 말문이 막혔지만 이제는 조금 막연하게 대답할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생활 너무 좋은데 직장인은 아닌 것 같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남은 대학 1학기 동안 뭔갈 열심히 준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회사에 제 의견을 통보한 후 후임 직원이 입사할 때까지만 남기로 하였습니다. 몇 달 뒤 제 후임이 들어왔고, 제 일을 그분께 모두 넘겨드렸습니다.
1년 넘게 정든 산타모니카의 바닷가, 그동안 나의 발이 되어준 5000불짜리 중고차(이름은 모르지만...), 나의 보금자리 월세 700불짜리 방 한 칸, 토속적인 입맛을 가진 저에게 도넛의 달콤함을 알게 해 준 크리스피크림(이젠 한국에도 많이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들었던 회사 사람들과 이별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시원함보다 섭섭함이 더 컸습니다.
회사에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마지막 퇴사선물로 준 LAX->ICN 일등석 티켓은 저를 눈물 나게 하였습니다. 마지막 긴 비행시간 편하게 가라고 배려해 준 회사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동안 꿈에 대해 많은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가서 큰 꿈을 펼칠 생각을 하니 설레여서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저의 꿈은 직장인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멋지고 좋은일이 펼쳐질 것입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