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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un 27. 2020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는 시험관 시술의 장기 요법

시험관 시술의 장기 요법

2번의 이식이 실패로 끝나고 2주가 지나갔다,


두 번째에도 안됐을 때 우려가 현실로 바뀌었던 마음에 초조함이 날 압박해왔다.

이제 겨우 두 번째인데라는 생각과 이 두 번째 시도는 과연 몇 번째까지 갈까?.. 그동안 내 몸은 괜찮을까? 란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혼자 속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배란일 즈음, 병원을 다시 찾았다.

늘 그렇듯이 의사를 만나기 전부터 초음파실로 직행하여 준비 후 의사를 만났다.

계획대로 장기 요법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스피린과 호르몬 약인 프로기노바는 똑같이 계속 복용하지만

앞서 두 번에 걸친 시험관 시술은 생리 시작 2~3일 때부터 과배란 유도에 들어가는 단기요법으로 시도했는데, 이번 장기 요법은 생리 시작일 7일~10일 전부터 조기 배란 억제제 주사를 맞는 것이다. 그 후는 단기요법 때와 마찬가지로 생리 후 과배란 유도 주사를 7~10일 정도 맞는다. 질정제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잊지 않아야 한다. 중간마다 병원 외래로 초음파를 보면서 난포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은 후 난자 채취 그리고 이식하는 과정이다.


장기 요법은 길게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과정이 좀 더 잘 성숙된 난자를 위해서라는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잘 견뎌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백번 양보하고 생각해도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주사를 매일 아침 맞아야 한다니.. 휴우.

주삿바늘이 더 이상 무섭진 않지만 꼭 정해진 시간도 잘 지키고 호르몬 변화에 따른 내 오르락내리락하는 정신도 잘 챙겨야지.




남은 프로기노바 약들과 자가 주사 일부(중간에 맞았던 주사들은 병원에 가져가서 의료 폐기함에 넣었다.)



주사를 맞는 동안은 난임의 생각에서 멀어질 수가 없어서 인지 수시로 난임 관련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도 챙기고 가끔 불안한 마음을 없애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난임은 가끔 찾아오는 감기 같은 거야.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

역시 동병상련의 마음보다 더한 위로는 없구나.





난자 채취. 뭐, 처음도 아니잖아?


임신 준비를 하는 동안 계속된 걷기운동으로 몸도 가벼웠고 건강한 식단으로 밥도 잘 챙겨 먹었다. 또 바디 버든 줄이기 위한 노력들도 꾸준히 해왔다.

자궁내막증의 원인과 해결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깨끗하고 그렇게 자란 식물, 어류, 동물들이 내 몸속에 들어온다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유기농과 환경에 대한 관심까지 커져갔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내가 먹은 것과 소비하는 내 행동들이 모여 다시 깨끗한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내 아이가 그 환경에서 자라게 될 미래의 모습을 꿈꾸며, 매일을 노력하며 나는 점점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말이 이때 쓰면 되는 건가?


드디어 오늘 잘 키워온 내 몸속의 난자들을 이제 고이 밖으로 데려오는 날이다.

인터넷 후기를 읽다 보면 20개씩 채취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지만, 지금까지 난 몇 개 정도 채취 가능했기 때문에 개수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개가 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소중하게 자란 아이들이었으면 하고 나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반차를 내고 남편과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마취 동의서, 항생제 반응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내 차례를 기다렸다.

커튼 밖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나처럼 기다리는 사람들, 채취나 이식을 하고 회복하는 사람들의 소리로 동료애를 느끼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잘 될 거야.


나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수술대로 이동후, 수면마취에 의해 잠이 들었다.


그리고 마취에서 깬 나는 극심한 생리통 증상으로 눈을 뜨며 채취가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채취의 개수는 역시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처음으로 상급의 난자가 하나 있어서 안심을 했다.

그 외엔 중급 정도의 난자 4개가 채취되었다.


이제 잘 배양만 되거라.
의료진들 부탁해요.
나의 난자들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이제 집에 돌아가서 무섭다는 복수가 차지 않도록 이온음료를 2리터씩 마셔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 주문을 걸어보자.


야발 라야 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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