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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27. 2019

기다림의 연속에서 성장중입니다.

자궁내시경 수술을 하며..

난자 채취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3일 뒤에 자궁내시경(자궁경) 수술이 잡혀있다.


체외수정 시술(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기 전에 초음파에 희미하게 보이던 자궁 내의 폴립이 체외수정을 시작하면서 맞기 시작한 호르몬 주사인 배 주사를 맞으면서 반응을 해서 그런지 난자 채취 전 초음파를 보며 의사는 말했다.


"정확히 이식해야 할 자리에 폴립이 점점 자리를 잡고 있네요.

우리는 아무래도 수술을 하는 게 이식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채취 후에 자궁내시경 수술을 한 후 냉동 이식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한 번을 이식하더라도 좋은 환경에서 하는 게 낫다는 의사의 결정을 따르기로 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의사는 난자 채취 후 일주일 후를 이야기했었는데,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주말이 오기 직전의 평일에 휴가를 내고 수술을 하고 싶었다. 수술 후 주말에 회복기간을 가져야 그다음 주 평일 내내 영향을 받지 않을까 판단했다. 지방에 계시는 엄마는 '수술'이라는 말에 걱정이 되셨는지 몸조리할 음식을 싸들고 올라오신다고 했다.


난자 채취의 두려움이 끝나니 자궁내시경 수술이 시작이구나...

수술 전날 항생제 한 알을 먹고 금식을 하고 수술 후 바로 퇴원하면 되는 절차였다. 수술 전날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수술 시간은 오전 10시 반까지로 잡혔다고 했다.


수술 당일에 8시에 일어나 천천히 준비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쯤이세요?"

-" 저 지금 집인데요~"


"오늘 수술 8시 반인데 아직 안 오셔서요?"

- "10시 반이 아니고 8시 반이라고요?"


유선상으로 시간이 정해 진터라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나 보다.

8시 반 수술이 잡혔는데, 최대한 빨리 간다고 해도 9시 반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미 내 수술 시간은 지나버려서 중간에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 때는 미처 몰랐다. 이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될 줄..


수술과 마취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링거로 포도당을 맞으며 침대에 누웠다.

내가 누울 침대 하나가 있고, 열쇠가 달린 작은 수납함이 전부인 공간에 커튼이 쳐졌다.

어두운 조명 아래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었다.




30분, 1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일 줄 알았던 내 수술 시간은 밀리고 밀렸다.

나보다 늦게 온 다른 의사의 환자들은 수술이 시작되고 끝나기를 반복했다.

대기실 겸 회복실인 그 공간에서,

누군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소리.

조금 후 수술이 끝나고 수면마취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깨우는 소리.

환자가 상태를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반복되는 동안 난 계속 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몸을 일으켜 수납함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어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최근에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생각해보니 지루하지만 고요함이 주는 안정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 대기시간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많이 길어지고 있었다.

점점 화가 스멀스멀 나려고 했다. 대기실 밖에선 엄마와 남편이 내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세 사람의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라고 생각하자 점점 더 화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내가 화가 나서 혼자 끙끙 앓는다고, 자꾸 간호사한테 재촉한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게 내 시간을 잘 쓰는 걸까?


수술실 바깥에는 한꺼번에 몰린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을 것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화를 내기보다는 덜 낭비하고 쓸 수 있을까?


어떤 순간은 지루하고 두렵거나 무섭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그런 기억이 젊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변한 시간들이 많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은, 엄마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겠지."


"내가 너를 만나러 가는길에 그 수술실에서 대기하면서 도 닦는 느낌이었지.." 라고 내 아이에게 말할 날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평소에 바쁘게 하루를 보내며 내 자신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일, 현재의 상태 그리고 미래 계획을 더 깊게 생각에 빠졌다. 마치 여기가 병원이었나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감사한 일들을 찾아내려고 하니 사소한 감사한 일들마저 새록 새록 떠올랐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난 결국 3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스케줄상 오후 진료가 없는 의사에게 오전에 접수된 환자들이 많았고 진료를 다 보고 수술을 하려고

그런지 나는 하염없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수술은 난자 채취처럼 수면 마취로 이루어져 마취제가 들어간 후, 눈을 뜨니 다시 회복실이었다.

조금 있으니 난자 채취 때보다는 빨리 그리고 더 센 고통이 찾아왔다.

진통제를 놓고, 한 번을 더 놓았다.

한참 동안 안정을 취한 후 그 회복실을 떠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4시가 되어서 먹을 수 있었다.

진통제가 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크게 아프진 않았다.

다행히 별일 없이 수술이 끝나고 내 곁에 남편과 엄마가 함께 있어서 마음이 편해졌는지 또 잠이 쏟아졌다.


아이를 갖는 과정이 많은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곁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함을 또 깨닫는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나의 방식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를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아이를 만나러 가는 이 여정에서
오늘도 나는 이렇게 점점 성장해가고 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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