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채취 후 회복
난자 채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진통제 덕분인지 큰 고통은 가셨지만 움직이는 건 조심스러웠다.
빨리 가서 집에 눕고 싶었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해서, 집 근처에 추어탕 집에서 포장을 해서 집으로 왔다.
추어탕을 먹긴 하지만 좋아하진 않아서 내 발로 직접 추어탕집을 찾아가 본 적이 없었는데,
임신을 준비하면서 추어탕이 좋다는 말에 몇 번 먹어보니 그 맛에 빠져들어 추어탕을 찾게 되었다.
휴, 드디어 끝났다.
안도의 한숨이 나옴과 동시에 침대에 눕고 싶었다.
큰 숙제를 끝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열흘에 가깝게 매일 아침 출근 전 정해진 시간에 잊지 않고 집에서 배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것.
주사를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배에 직접 주사바늘을 꽂고 누를 수 있나는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고 나가기 직전에 주사를 놓아주었는데 같이 준비하는 주사라 그런지 매일 잊지 않고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서 놓을 수 있었던 것같다.
이렇게 열흘의 숙제가 끝났구나. 드디어 끝났어! (이번이 끝이라면 욕심이겠지...)
남편이 포장해온 추어탕을 끓이는 동안,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려고 눈을 감은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지방에 계시는 엄마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새 전화를 하셨다.
걱정하는 엄마에겐 생각보다는 괜찮다고 담담한 척했다.
엄마는 연신, "다행이다. 다행이야, "
"지금 추어탕 먹으려고 기다리는 중이니, 잘 먹고 쉴게. 걱정하지 마"
딸이 가까이 살면 눈으로 보고 안도하시겠지만 전화로는 얼마나 걱정이실까 생각하니 더 담담한 말투로 엄마를 안심시켰다.
그래도 내일은 쉬는 날이니 너무 다행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다행히 날짜가 잘 맞아서 채취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니 이번엔 운이 좋구나.
마음이 한결 편했다.
많이는 못 먹겠어서 작은 공기에 탕을 담고 밥은 살짝 말아서 후딱 먹은 후 다시 누웠다.
난자 채취에 대한 긴장이 풀렸고 몸을 빨리 회복해야 출근해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강박관념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 몸이 아픈데 일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졌다.
일을 안 하고 살 수 없지만 몸이 쉬고 싶을 때 마음까지 덩달아 나약해지는 것 같다.
핸드폰으로 후기들을 찾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후기글 중 하나가 복수가 차서 새벽에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의 의사가 난임을 겪는 사람보다 더 몰라서 말이 안 통해서 한참 애를 먹었다고 장문의 글을 보니,
절대로 복수가 차서 밤에 병원 응급실에 가고 싶지 않았다.
복수가 차면, 배가 임산부보다 더 나온 것처럼 배가 빵빵해지고, 호흡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안마실수가 없었다.
"괜찮을 거야, 별일 없을 거야"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 나 자신을 다독였다.
아랫배가 묵직하고 다시 아파올 수 있으니 빨리 고통을 잊기 위해 자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니 다시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