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림을 그릴 거예요"
나는 가끔 아이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은 잠이 들 시간, 수업 중 가장 마지막 시간에 찾아가는 아이가 있었다. 언덕배기를 한참 오르다 보면 아이의 집이 나온다.
벨을 누르기도 전에 달려와 문을 열어주던 아이는 자신의 발보다 큰 신발을 신고 나오기도 했고, 두 팔 벌려 반겨주기도 했고, 놀이터까지 나와서 나의 손을 잡고 올라간 적도 있었다.
"이 스케치북 다 쓰면 선생님 우리 집에 안 올 거예요?"
수업 중간마다 아이가 나에게 항상 묻던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장난스러운 대답으로 넘기곤 했다.
"선생님 집에 스케치북 엄청 많이 쌓여있지롱"
그러던 어느 날, 상황적인 문제로 과외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아이에게 헤어짐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스케치북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이는 작게 속삭였지만 아직도 나의 마음속 깊이 큰 울림을 주는 소리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 될 때까지 그림 그리기로 했잖아"
그날 밤, 우리는 또 한 번의 약속을 했고, 밤이 가는 줄도 모르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