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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받아내기

에세이 발행인지 쓰기 치료를 하는 건지

by 펑예

영화 <아저씨>의 김새론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새론 배우 하면 여전히 <아저씨>의 김새론이다. 뭔가 사연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이야기의 설득력을 만들어줬다고 생각돼 인상 깊었고, 이후 행보가 사실 기억에 별로 없다.

예쁘게 잘 컸다고 생각했는데 음주운전 사건 후로는 평소 행실이 안 좋다는 구설수에 계속 올라 이미지가 실추되었고 차기작에서도 하차당하는 등 여파가 계속되었던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사가 실릴 때마다 좋지 않은 평, 심지어 인신공격이나 모욕이 이어지고 급기야 하고 싶은 연기를 하지 못하게 될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새삼 그 감정을 생각해보게 된 것은 내가 최근 그 악플이란 것을 받아봤기 때문이다.


자영업 특히 요식업자들이라면 리뷰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캐치테이블 리뷰의 호평이 곧 예약수로 이어진다. 오직 평점으로만 선택되는 배달 전문점은 더 할 것이다. 그러니 리뷰 만들어(?)준다는 홍보 업체에서 매일같이 연락이 온다.


우리 파인다이닝의 경우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평판, 신뢰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감하다.

"다음 날 다같이 배탈이 났다" "너무 비렸다" 이런 말이 나오면 가게를 유지할 수 있나 싶게 치명적이다. 실력 없는 셰프, 못 믿을 업장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미식가들이 많은 만큼 미슐랭리스트 안 부러운 미식 비평도 많아 홍보가 제대로 되기도 하고 디테일한 지적은 운영에 좋은 참고가 된다.


최근 2호점은 감사하게도 노력한 만큼 좋은 리뷰가 쌓였다. 그 덕에 예약곤란점까지는 아니어도 손님들이 차츰차츰 늘었고 재방문율도 높아졌다.

그런데 연이은 5.0 리뷰 틈으로 1.0이 등장했다. 1.0은 난생처음이라 수치만 보고도 가슴이 쿵쾅댔다. 혹평의 이유는 세세했다. 냉동 재료가 해동이 잘 안 된 냄새가 났다, 접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여전히 좋은 평이 이어져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다른 사이트에서 혹평이 연이어 등장한 것이다.


익명으로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 두들겨 맞으면 크게 두들겨 맞는 곳인데 또 여러 번 서비스, 접객이 서투르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그러면서 전문 서버를 쓰지 않고 '사모님이 하셔서 그렇다'는 말까지 나왔으니 빼박 내 이야기다.

많이 남겨먹으려고 서비스는 아마추어로 제공하는 파렴치한 가게라고 일축하고 있는 글에서는 정말 식은땀이 났다.


홀서비스 경력자는커녕 셰프 구하기도 어려운 현 실정에다 일본의 경우 오너셰프라면 그 부인이 서버를 보는 경우가 자연스러운 문화라, 주인 마인드를 가지고 성심성의껏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서버로서의 경력도 이래저래 1년은 넘어 손님들의 불편 사항도 빨리 캐치하고 술 서빙도 차츰 좋아졌다고 생각했고 단골손님들의 경우는 내가 한다는 것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 힘도 받았다. 그런데 크게 착각한 것이다.


육아로 바쁜 와중 겨우 달려가서 그만큼 해내기가 쉬우냐? 누가 하고 싶어 한 일인 줄 아냐, 남편 때문에 끌려가서 하는 일이다! 속으로 성토하다가 J가 애써 놓은 것에 내가 코를 빠뜨린 거 아닌가 싶어 기운이 빠졌다.


나쁜 이야기는 그 끝이 뾰족해서 거세게 다가오고 일부라도 그것이 굉장한 규모인 양 느껴진다. 그러니 2줄 이상만 달려도 동공이 흔들린다.


"그런 거 보지마. 그 값 주고 못 올 가게라 생각하면 오지 말라지 뭐."

J는 제법 쿨한 태도로 위로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여파가 있긴 하네. 아줌마가 애나 볼 것이지 괜히 나와서는."

나는 어리광 섞인, 자기 비하적인 농담으로 대꾸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필요한 말이 있다.

"뭐 어쩌겠나? 하는 수 없지."

그렇게 실컷 자기 비하를 했지만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일을 안 할 것인가? 그럴 형편도 안 되고. 도움이 될 만한 평만 구분해 받아들이고 묵묵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가격대에서 서비스 제일 별로인 가게, 특히 사모님 서버 중에서 최악일지는 모르겠지만 꼴등이라고 퇴사할 수 있나? 좀 더 신경써서 꼴등 앞자리라도 가야지. 그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냥저냥 때우는 시간은 물론 아니고 성심성의껏 보내는 시간.


최근에는 예전 업장에서도 인연이 있었던 파트타임 분이 있어서 일을 좀 줄였었다. 고망이의 예민도가 올라가 옆에 붙어서 일과 패턴을 맞춰야겠다 싶어서였다. 서버 문제가 나오고 있는 이상 그분께 맡겨놓기만 할 수도 없는 일. 워킹맘으로서의 고민과 애환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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