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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ug 03. 2020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학대하는 부모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Photo by Caleb Woods on Unsplash



* 본글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폭력 및 학대에 대한 임상적 관점 및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논의입니다.

엄격한 과학적 연구 방법이나 통계적 논의를 위한 것이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0. 들어가는 말...


며칠 전 뉴스 제목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서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성희 기자님께서 쓰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부모 징계권 삭제'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https://news.v.daum.net/v/20200729205104304)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제 직업적 특성상 해당 기사와 특히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제목이 주는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의미가 유난히도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제목은 김혜자 님이 쓰신 책의 제목이기도 하며, 가정 폭력 예방 캠페인 문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과 더불어 반드시 필요했던 법 혹은 조치 중 하나가 바로 '부모들에 의한 가정폭력'입니다.

특히 가정 내 폭력의 경우에는 지극히 사적 영역이라고 여겨지며, 자식 양육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감당한다는 역할로 인하여 어느 정도 부모의 특별한(?) 권한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자녀 양육 행동을 국가나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어 왔으며, 다수의 부모들(특히 폭력적 행동을 당연 혹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반발이나 저항도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직업 상 심리적 어려움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이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즉, 임상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반드시 금지되어야 하는 행동이며 법률적 제한이나 처벌 혹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활용해서라도 강제해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부모에 의해서 양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학대는 부모들 스스로나 혹은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나, 혹은 그로 인해서 장기적으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들까지를 고려해볼 때에는 반드시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이슈입니다. 


이처럼 부모에 의해서 '양육'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심리적 폭력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살펴볼 문제는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입니다.



1. 그들도 피해자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양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나 학대를 하는 부모들의 과거 경험 중에 부모로부터 (습관적으로) 맞았던 기억'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성장 과정 중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으며, 일상적이고 당연한 양육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즉, 자녀가 부모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경우나 갈등 혹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쉽게 폭력을 양육 방법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도 가정폭력이나 학대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경우에는 부모라는 절대 권력자에 의해서 행해지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매를 맞는다' 이상의 큰 심리적 상처와 후유증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이 후유증 중 하나가 바로 '폭력의 대물림'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이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꼈던 양육 방법을 결국 다시 사용하게 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2. 폭력의 즉각적 효과


사람을 통제하고 행동을 바꾸는 데 있어서 가장 쉽고 간단하며 빠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폭력입니다.

때리면 아주 쉽게 다른 사람을 제압하고 행동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폭력이 주는 신체적 고통 및 심리적인 위협감을 두려움과 공포를 만들어 내며, 이와 같은 고통과 불안은 행동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폭력을 내세운 독재정권을 결국 국민의 저항으로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에게도 힘이 주어지는 순간 자신이 가했던 폭력의 몇 배로 더 큰 보복을 당하기도 합니다.

특히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더욱더 큰 심리적 상처와 부차적인 문제들을 낳게 됩니다.

폭력을 통해서 단기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크고 부정적인 파생력이 강한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부모에 의한 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녀들의 심리적 문제나 장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3. 배운 게 도둑질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주로 해오던 일에 익숙해져서 그 프레임에 갇혀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지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자녀에 대한 폭력은 쉽게 배울 수 있고 편리한 '도둑질(?)'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도둑질은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며, 습관적으로 &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주로 반복해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관찰학습'이며, 두 번째는 '대안 탐색 및 개발의 실패'라는 점입니다.


첫 번째, '관찰학습' 차원에서 보면, 어렸을 때, 혹은 TV나 대중매체에서 혹은 다른 부모들이 체벌이나 폭력을 가했다는 신문기사 등을 통하여 우리는 폭력이 주요 양육방법 중 하나임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에 더하여 어린 시절 관련된 경험이 있다고 한다면 더욱더 확실한 학습이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신체적 및 심리적 폭력과 위해를 가하는 것이 학대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행동은 자녀 양육 과정에서 언제든지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대안 탐색 및 개발의 실패'라는 차원에서 보면, 자녀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폭력 이외의 다양한 대안들을 발굴하거나 이를 학습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위협이나 협박, 그리고 잦은 폭력을 통해서 자녀의 행동을 관리하게 되는 경우 기타 건강한 양육 방법을 학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굳이 다른 건강한 방법을 찾아볼 이유도 없으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시간이나 심리적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충분히 효과적으로 자녀들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타격이나 상처는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4.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학대를 하는 부모들의 경우에 자주 하는 변명은 '어쩔 수 없었다!'입니다.

즉, '때려서라도 자녀의 행동(혹은 문제)을 통제(혹은 교정)해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출한 자녀를 찾아가서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가 다시 가출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바르게 양육할 수 있다면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궁극적인 목적(바르게 살기?!)을 달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우에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자녀의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입니다. 자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올바른 삶과 부모가 생각하는 내 자녀의 올바른 삶이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한 갈등이 생기는 경우 과연 누구의 의견이 더 정답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둘째,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폭력이라는 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목적으로도 폭력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전쟁 상황도 아니고, 이종격투기 링 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통해서 권력자(부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궁극적인 목적에 정말 부합하는가?"입니다. 만약 심한 폭력이나 잦은 폭력에 노출되게 되는 경우 심각한 심리장애를 가지는 경우들이 흔하며(우울이나 불안 등), 대인관계 상에서의 문제들(사람에 대한 신뢰 부족 및 공포심 등)을 겪게 됩니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건강한 자기 존중감이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잃게 됩니다. 과연 이것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들이 추구했던 궁극적인 목적이 맞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폭력이라는 목적이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의 대단한 착각입니다. 결코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타당하지도 않은 생각일 뿐 아니라 고려하지 못한 엄청난 심리적 장애와 문제들을 일으키는 행동일 뿐입니다.

이는 독재정권들이 국민을 탄압하고 고통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과정입니다.



5. 감정 조절의 실패


학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조사 등에서는 잘 잡히지 않지만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학대를 하는 경우 중 놓치기 쉬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감정 조절의 실패입니다.

한마디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부모의 성격적 문제나 특성으로 인하여 폭력이 자행되고 그에 대해서 가장 약한 존재인 자녀가 그 희생양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불리기는 하나 이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며, '충동조절 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 혹은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 등이 정식 진단명입니다.


즉, 감정 조절, 특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 조절의 실패가 그 원인인 경우를 말합니다. 소위 헐크가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감정 조절 실패로 인하여 자녀를 폭행 또는 학대하는 경우에는 관련된 증상이나 행동들이 함께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먹다가 사람들과 싸우거나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경우, 운전하는 중 다른 차량 운전자와 자주 싸우거나 상식적 범위 이상으로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지내는 것 같다가 한번 화가 나면 주체를 못 하는 경우 등 유사한 문제들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굳이 부모의 폭력이나 학대와 관련하여 부모의 감정 조절의 실패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감정 조절 실패의 결과가 자신 주변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자기 자녀에게 나타나는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분노가 축적되는 경우 상사나 회사 동료, 혹은 다른 집 아이들에 대해서는 표출되지 않다가 제일 만만하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녀에게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폭행의 심각성이나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자녀가 받는 심리적 타격이나 손상 정도가 극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지인들은 해당 인물이 그런 행동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다른 곳에서는 착하고 순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분명한 심리 장애인 경우가 많으며, 적극적이고 진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혹시 배우자나 가족 중에 이런 경우가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하나...

아마도 본인은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화가 나서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ㅠㅠ

 



임상가로서 소아 환자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감상은 "정말 맑고 투명하구나^^" 입니다.

소아 환자들의 경우에는 치료자가 사랑하고 애정 하는 만큼 변화하고 치유가 됩니다.

이와 같은 치료자의 애정이나 관심에 따라 변화하는 소아 환자들의 치료 과정은 치료자에게 있어서는 더욱 큰 만족과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소아의 경우에는 부정적인 것에 노출되거나 희생되는 경우 그만큼 큰 심리적 상처와 손상을 받게 된다는 것과도 동일한 의미가 됩니다.

즉,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이나 폭언으로 인한 손상은 적절한 자기 보호능력 및 방어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소아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자 후유증을 가져오는 나쁜 행동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소중하게 여김을 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200729205104304


https://brunch.co.kr/@mindclinic/116


https://brunch.co.kr/@mindclinic/321


https://brunch.co.kr/@mindclinic/295


https://brunch.co.kr/@mindclinic/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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