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위인전기의 심리적 함정
아마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읽히고 싶어 하는 책 1위는? 바로 '위인전기'일 것이다.
위인전기란 훌륭하거나 뛰어난 업적으로 보인 사람들의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기술한 책으로써, 기본적으로는 사실에 입각한 연대기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위인들이 어떤 과정과 노력을 통해서 탁월한 업적과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기술하여 타의 모범이 되도록 하는데 아마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과연 위인전기가 사람을 훌륭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아마도 그 대답은 '예스'일 것이다. 왜냐하면 위인들이 보였던 긍정적인 측면들, 예를 들면 도전정신, 끝없는 노력과 몰입, 인내와 끈기 등 뛰어난 업적을 만드는데 바탕이 되었던 요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편으로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다! 당신이 어린 시절 위인전기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졌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떠올려 보라.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그들처럼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현재의 내 모습이 "너무 평범하고 나태해 보이는데 따른 자책감" 등도 자주 느낀다.
즉, 위인전기를 읽으면서 '탁월한 성과와 업적을 보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한 자기비판 및 그와 관련된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그럼, 위인전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해가 된다는 것인가? 그래서 자녀들에게 위인전기를 읽히라는 말인가, 읽히지 말라는 말인가? 다음의 이슈들을 생각해 보고 그다음에 결정하거나 "잘",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 위인전기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태어나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사생아였으며, 다른 가족에게 입양되었다. 그는 대학교도 중퇴를 하고 자신의 친구들과 창업을 하였다. 그의 사업 방식은 대단히 독선적이었다. 타인과의 소통이나 교류에 관심이 없었으며, 자신의 독특한 주장을 철저하게 고집하였다. 대인관계도 좋지 않았으며, 결국은 첫번째 창업한 회사에는 동료에 의해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전형적으로 타인을 믿거나 신뢰하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맞추는 사람들과만 일을 하였다.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과연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간다면 어떠한 평가를 받겠는가? 과연 이와 같은 방식을 보이는 사람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인가?
아마도 다들 이미 인지하고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이다. 그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였으며, IT 업계에 미친 비견할 수 없는 업적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으로써, 그리고 업무 파트너나 리더로서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아마도 현재라면 그는 어떠했을까? 그는 1955년 생이었으며, 현재 생존하고 있었다면, 65세 정도의 나이였을 것이다. 그가 한참 활동할 시기에는 워라밸이라는 개념도 희박했으며,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나 감정적 배려는 가당치도 않던 시기였다. 그가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어찌되었건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던 것 자체는 백프로 인정한다. 그러나 사람관리자로서의 리더라는 정의에 기초해 보면 훌륭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보였다면 아마도....
이렇듯 위인전기라는 것은 한 사람에 대한 성공-중심적인 편향된 정보일 뿐인 것이며, 그에게만 맞는 얘기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얘기들이 많다. 만약 당신의 리더나 주변 사람이 스티브 잡스처럼 행동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위인의 자질이 있는 훌륭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도 안 하겠는가?! 그래서 위인전기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편향적 우상화라고 하는 것이다.
위인 중의 위인은 당연히 "에디슨"이다. 아마도 에디슨과 관련된 위인전기만 해도 수도 없이 많을 것이며, 에디슨의 발명품들로 인한 혜택만큼이나 에디슨의 위인전기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에디슨의 위인전기는 그 어머니의 훌륭한 교육방식으로도 더욱 그 가치를 더한다(에디슨의 업적과 그 어머니의 위대한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검색해보시면 수도 없이 나오므로 생략합니다).
이런 에디슨의 엄청난 히스토리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꼭 학교 교육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건강한 문제의식을 자극하기도 하며, 누구나 개인에게 최적화된 교육이나 노력을 통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ADHD를 가지거나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를 보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에디슨의 성공 중심 히스토리에 주로 초점을 둔다. 그리고 에디슨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예까지 한꺼번에 고려해버린다면 더욱 기이한 기준이 갖추어 진다. 게다가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던 헬렌 컬러와 군졸들을 사랑하고 신뢰하여 믿음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해 기적의 해전 승리를 만들었던 이순신의 전기까지 더하게 된다면? 참, 그리고 이들의 위인전기에는 항상 이런 위인을 만든 부모나 주변의 교사 등 도움을 준 사람의 훌륭한 이야기도 꼭 동반된다. 이 또한 큰 역할을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혁신적 마인드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며, 장애를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의 성실함과 덕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대인관계 능력과 지도력을 겸비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위인전기를 권할 때에는 현실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완벽주의적 성향을 기대하는 내적 요구와 심리가 있는 것이다.
이는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높은 내적 기준을 형성하며, 이로 인하여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데 기여한다. 또한 충분히 사랑을 주고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부모들에게 항상 모자람과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 역할도 한다(높은 내적 기준과 낮은 만족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글 참조. '행복을 가로막는 세가지 나쁜 습관'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by 노박사. https://brunch.co.kr/@mindclinic/85).
즉, 좋은 의미의 위인전기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잘못된 활용이 되기도 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내적 기준을 높임과 동시에 현재의 내 노력이나 수준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로 인해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내적 스트레스나 좌절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때,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고 현재는 정치에 몸담고 계시는 모 유명인의 '책읽기 방법'이라는 글이 언론기사로 소개된 적이 있다. 이 기사가 뜨자 많은 부모들이 이 기사를 자신의 자녀들에게 보내면서 너도 이렇게 책을 읽으라고 조언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그 마음속에는 그 책읽기를 따라하면, 모 유명인과 같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와 같은 책읽기를 한다고 다 유능해지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에디슨의 경우에는 성공을 했으나, 오히려 자녀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에디슨과 같은 교육과 접근을 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부적응을 불러일으키거나 실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팩트이다.
또한 에디슨이 개인적으로 행복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그는 가족들에게 매우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배우자와 자녀들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 부인의 장례식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다고 하며,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사기를 일삼는 사기꾼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나마 성공해서 뉴저지 주의 주지사까지 되었던 막내아들도 평생 아버지를 본 시간이 채 1주일이 되지 않았다는 고백을 하기도 하였다. 이런 개인적인 불행한 삶이 일에 대한 집중을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며, 과정 상의 만족이나 행복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지 않은가?
이런 위인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스스로를 긴장시키거나 상대적인 좌절감과 박탈감을 가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를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자신에 대한 건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며,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제목에 들어가 있는 '자녀' 얘기에 어떻게 하면 내 자녀들을 훨씬 더 훌륭하게 성장하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이 글을 정독하고 있는 부모라면, 그런 태도와 노력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이다.
당신은 스스로 건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며, 작으나마 그것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더디더라도 좀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사람이다. 게다가 글의 4분의 3 정도 지나온 이 부분까지도 진지하게 읽고 있다면 더욱 확신을 가지고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노력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더 이상의 비교를 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노력과 이 순간의 노력에 대해서 먼저 충분히 칭찬하십시오!!!"라고 말해줄 것이다.
즉, 당신의 현재 상황과 시대적 조건들, 그리고 당신의 고유한 성격이나 특징들을 고려하고 종합했을 때의 현재 당신 모습을 먼저 보라. 그리고 그 안에서 충분히 노력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작은 위인'인 것이다. 그런 당신 스스로를 먼저 인정하고 칭찬하며, '작은 위인'으로써 인정하라! 그것이 당신을 틀림없이 '더 큰 위인'으로 만들어주는 동력이 될 것이다.
에디슨도, 스티브 잡스도, 그리고 전장에 나가는 이순신 장군도, 위인이 되고자 하거나 후대에 나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의도와 결심에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매 순간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결과로 그런 위인이 되었을 것이며, 밀려드는 좌절이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이겨냈을 것이기에 현재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위인전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공통적인 배움은 바로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역경이나 어려움에 굴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은 관점의 문제이고, 어떤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가에 따라 매우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모두를 고려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이며 균형적 관점은 중요하다. 거꾸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던 한쪽 측면 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접근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편향된 접근을 종합해서 비현실적 이상을 가지거나 혹은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얼마 전 큰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종영한 '하늘 성'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했는가? 모든 과목에서 1등을 하라고 강요하는 부모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자녀들의 심리적 고통을 보았는가? 그 결과로 문제가 발생하고 인격이 삐뚤어져가며 정서가 파괴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사람마다 '성공'과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성공과 행복의 의미라고 본다면, 비현실적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부터 멈추어라! 그리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만의 방식을 통한, 나에게 맞는 작은 위인'이 되도록 노력하라! 내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우선 궁금해하고, 내가 자녀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궁금해하라!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즐기면서 나름대로의 '작은 위인'이 되도록 지원하라!! 그것이 바로 성숙하고 지혜로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