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고 기억될 해가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대혼란이 왔으며,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할 정도로 강력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되고 제한되며, 일상적인 만남이나 교류도 제한되는 사상의 초유의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비즈니스 세계에도 마찬가지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하고, 다 같이 점심을 먹으며, 하루의 일과를 끝내면 다 같이 퇴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직장인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우리가 생각하던 일상을 한꺼번에 바꾸어 버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리얼이 아니라 생각했던 재택근무가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외국계 회사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던 화상회의가 일상이 돼버렸다.
물론 이미 재택근무 등과 같은 리모트 워킹 방식이 이미 일상화되고 적응해 왔던 회사들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주류는 아니었다. 어찌 보면 그들이 특이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적용하는 사람들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와 같은 리모트 워킹 기반의 업무처리 방식이 순식간에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생각하고 예상하여 대비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와 직장인들은 충분한 생각이나 대비를 할 여유도 없이 지금의 현실에 대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갑작스럽게 닥친 이 현실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
2. 세상은 후퇴하였는가?
어느 순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비즈니스의 물리적 경계가 사라졌으며, 세계 전체가 하나의 시장인 것처럼 움직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국 주식 시장의 정보를 확인해야 하며, 이역만리 미국 시장에서의 사건은 곧바로 우리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의 호재나 악재는 단지 한 나라의 이슈로 끝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모든 항공편이 끊어져 국가 간의 이동이 제한되어 버렸다. 또한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올림픽마저도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이동할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세계적인 단절이 일어나고 교류가 중단되었음을 의미한다.
세계는 하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우리에게 갑자기 단절의 시대가 도래하였으며, 제한과 통제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듯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혹자들은 이를 진보했던 세상의 퇴보라고도 하며, 우리의 시계가 멈추어 버렸다고도 표현한다. 과연 그럴까?
3. 우리는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선택하지 않고 있었을 뿐
우리는 진정 퇴보하고 멈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선택하여 사용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언젠가는 적응해야만 했던 것들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 그리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물리적인 이동이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각자의 집에서 혹은 개인적 장소에서 큰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각자 작업한 작업물들은 다시금 모여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았으나 온라인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정보를 교류하고 학습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전에 비하면 비즈니스 결과의 품질이나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느냐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처음이지 않은가?! 이 정도의 시행착오와 적응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미 이와 같은 변화를 예상하고, 혹은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던 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의 변화에 이미 적응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이 상황에서 혼란을 느끼지도 않으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즉, 그들은 이미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4. 선택하라! 그리고 주도하라!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기업 교육을 해왔던 교육자들은 이전과 같이 미리 교재를 보내고 강의를 준비한다. 다만 강의장에 들어서면 수강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비추는 책상이 준비되어 있다. Zoom과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교육생들과 소통하고 교류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화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채팅창으로도 소통하고 교류한다. 과제를 부여하고 이메일로 이를 보내도록 한다. 물론 피드백도 온라인이나 메일로 하면 된다.
아침이면 부지런히 옷을 챙겨 입고 만원 전철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잠옷을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자! 이제 업무 시작!!’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적절한 긴장을 위한 의도적인 한숨을 들이마신 후 노트북을 열면 된다. 나의 입맛과는 좀 다른 스타일의 선임이나 팀장님과 식사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역이었는데, 이제는 내 마음대로 메뉴를 선택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느긋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또다시 복잡한 길거리와 만원 전철에 시달려야 했던 나의 퇴근길은 노트북을 덮어버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참!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대신 퇴근 시간에 맞추어 바로 옆동네에 사는 친한 친구와 바케트와 그릴드 치킨을 곁들인 샐러드를 먹기로 한 저녁 식사는 즐거운 덤이다.
실제로는 이전과 동일하고 유사한 활동들이 모두 가능하다. 단지 그것을 대면 관계 속에서 행할지 아니면 비-대면으로 행할지가 다를 뿐이다. 우리가 지금 가지는 어려움은 단지 익숙지 않다는 것뿐이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투르다는 점뿐이다.
5.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물리적 거리가 밀접한 대면관계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 중 하나였을 뿐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미 세상은 비대면의 리모트 워킹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최근 부각된 Zoom은 이미 모든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보다도 더욱 강화된 보안체계를 가진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 IBM은 이미 1993년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야후도 이를 시도했었지 않는가?
그런데 결국 IBM도, 그리고 야후도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말았다. 이들은 왜 재택근무를 포기하였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상황적인 요구에 의해서 시작하게 된 재택근무도 결국 팬데믹과 같은 상황적 문제들이 종식되면 폐지될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드프레스(Word Press)사의 모기업인 오토매틱(Automattic)사는 전 직원이 원격 근무를 하는 회사이다. 800명의 전 직원이 원격근무로만 일을 하며, 근무시간이나 방법은 물론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의 가치는 1조 원을 넘어섰다. 대신 이 회사는 아예 선발을 할 때부터 재택근무를 고려하여 선발을 하고, 이에 적합하고 감당할 수 있는 직원을 선발한다. 또한 업무 수행에 있어서 철저한 결과 중심 접근을 통해 서로 떨어져 근무함에 있음에도 합리적인 성과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즉 IBM이나 야휴 등이 실패한 이유는 재택근무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마인드와 관리 상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제는 재택근무와 같은 리모트 워킹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물론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하여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리모트 워킹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 또한 직원들도 회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하나의 옵션으로 리모트 워킹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6. 왜 언택트 리더십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가 언택트 리더십에 대해 논의할 때, 단지 리모트 워킹 환경 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성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무도 있으며, 구성원 개인의 특성이나 선호 상 출근을 하기 원하는 경우도 있다. 핵심은 어떤 상황이라도 구성원들이 로열티를 가지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리모트 워킹이 새로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컨택트 상황과 언택트 상황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만약 이와 같은 접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새롭게 맞이하게 된 상황에서는 생산성 저하나 성과의 품질 문제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비-대면 상황에만 제한되어 있는 효율성과 성과라는 한정적 성공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컨택트 상황과 언택트 상황을 모두 고려한 접근이 필수적이며, 업무의 형식에 제한되지 않는 조직 관리 및 운영 방식과 관련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리모트 워킹 자체의 문제점이나 효율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식의 개선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조직은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고려한 조직 문화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도 비-대면 상황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변화된 조건 하에서 전반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효율성과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주관하고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가 누구인가? 바로 리더들이다. 여기에서 리더라 하면 경영진을 포함하는 모든 인적 자원 및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의식과 태도가 먼저 변화해야만 조직도 변화시키고 구성원의 변화와 발전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전과 동일한 마인드와 구성원 대응 방법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변화를 선도하는 리더들의 재무장이 가장 중요한 핵심적 과제이다. 이것이 언택트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