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와 HR을 위한 심리학. 다면평가의 의미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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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평가를 결과를 보고 나서 기분이 불쾌했어요. 부하직원들한테 배신감도 들었고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걸 안 알아주는 것 같아서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보니까 딱 누가 썼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티 안 내려고 노력은 하는데, 계속 눈치를 보게 되기는 하더라고요. 업무 때문에 좀 세게 말하려고 하다가도 괜히 평가가 나빠질까 봐 조심하게 돼요. 대체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 효용성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뭐 상사를 평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변화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누가 썼는지 다 알 거 같기도 하고, 나중에 저한테 살짝 떠보듯이 물어볼 때면 다음에는 그냥 좋은 말만 쓰고 말아야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때 아니면 어떻게 함부로 그분에 대해서 얘기를 하겠어요?! 그래서 속이 좀 시원하기도 했어요
심리평가 전문가로서 기업의 다양한 평가 활동 중 가장 안타까운 평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다면평가이다. 왜냐하면 그 가치와 활용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불평들이 난무한 평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면평가의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핵심적 요소들을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다면평가 다른 평가/진단 도구와는 다른 고유한 특징과 가치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실제 수행에 대한 평가라는 점이다. 즉 잠재력이나 능력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능력이나 역량을 현실에서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평가라는 점이다.
리더들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에는 보통 자신의 주요 관심사나 혹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영역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지거나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여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리더의 수행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다면평가를 통하여 다양한 영역에 대한 균형적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건강검진을 통하여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신체적 영역이나 필수적인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건강 영역에 대하여 리뷰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즉 리더의 수행에 대해서 고려해야 하는 주요 영역들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수행을 상사, 동료, 부하, 그리고 본인 스스로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리더의 실제 활동과 관련된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수행 피드백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다면평가의 가장 큰 차별적 가치 중의 하나는 다양한 관점의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며, 타인의 평가를 반영하더라도 주로 좋은 관계 혹은 제한된 사람들의 피드백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면평가는 리더십 수행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나 영역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에서의 관점(즉, 상사, 부하, 동료, 고객 등)을 정교하게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주요 관계 중 상사와 잘 지내는 사람들과 부하와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적으로는 상사와 부하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이 좋겠지만, 자신의 성향이나 대인관계 특성상 편향적인 선호를 가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잘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소통하며 교류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행에 대한 피드백이나 정보가 제한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편향된 패턴과 관계 양상은 다면평가에서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일반적인 상향평가 평균과 하향평가 평균과 리더의 점수를 비교하고, 한 리더에 대한 평가 상 상향평가 점수와 하향평가 점수를 비교하면 되는 것이다.
다면평가의 경우에는 이처럼 다양한 입장과 관계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더 자신에 대하여 하향 평가(상사가 부하로서 자신을 평가하는 것)와 상향 평가(부하들이 리더로서 자신을 평가하는 것)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리더의 행동과 관련된 가치 있는 정보와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다면평가 결과를 가지고 코칭을 하는 경우 가장 흔하게 보게 되는 리더의 반응 중 하나는 '아니에요! 저는 그렇지 않아요!'이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들이 자신에 대하여 '구성원의 역량 개발에 대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리더는 '아니에요! 저는 그들에게 충분히 교육을 제공하였으며, 업무 과정에서도 역량 향상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ㅠ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은 상사가 '갈등이나 문제 발생 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라는 피드백을 한데 대하여 '그럴 리가요, 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요! 정말 제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군요!'라고 말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처럼 본인의 인식과 타인의 평가가 다르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상사나 부하가 아주 정교하고 객관적인 평가자가 아니가 때문이다.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본 피드백일 뿐이며,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중심으로 평가하지 나의 깊은 속마음을 모를 수밖에 없다. 다면평가는 이와 같은 평가 상의 제한점이 있으며, 이와 같은 차원에서 엄격한 평가라기보다는 (그들 개인적 차원에서의) 의견조사에 더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리더 스스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즉, 두 번째 이유는 '리더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조망이나 관점을 가지지 못함'으로 인해 본인의 평가와 타인의 평가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나의 의도나 목적, 그리고 그에 따른 노력한 행동에 대해서 누군가는 다르게 지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와 원인을 찾아보고 만약 개선 필요가 있는 이유라면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로 다면평가의 목적 중 하나이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이는 이유는 정기적인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조상에 대한 차례를 명분으로 하여 서로 만나서 인사와 안부를 확인하며, 조상을 생각하는 활동을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명절의 의미일 것이다. 만약 정기적인 가족 간의 모임이나 교류가 없다면 당연히 가족 간의 관계 또한 소원해지고 멀어지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다면평가는 조직 내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인 소통과 피드백의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조직 내에서는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회식이며, 정기적인 미팅과 개인적 면담도 그와 같은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반적인 소통이나 교류 방법들은 구조화되지 않았으며, 개인적 성향이나 팀 분위기(예를 들어 회식의 횟수나 내용 혹은 리더와 부하 간의 면담 횟수나 시간 등)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다면평가는 이미 정해진 리더의 행동 영역(보통은 리더십 역량 관련 행동)에 대하여, 구조화되고 일관적 방식(일 년에 한 번씩 동일한 문항을 주기적으로 평가 등)으로 평가하며, 특히 양적 지표를 통해 평가(5점, 7점, 혹은 10점 척도 등 점수로 평가함)를 한다. 또한 주요 역량군(예를 들어, 리더의 사람관리나 구성원의 성과 관리 등)에 대한 주관적 피드백('업무에 대한 세세한 코멘트가 많이 도움됩니다' 혹은 '좀 더 따뜻한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등)을 추가한다면 매우 구조화되고 체계적인 소통과 교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면평가는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평가 방법 중 매우 고유하고 차별화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진단 및 피드백 방법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다면평가 실시 후 일반적인 리더들의 첫 반응은 서운함이나 분노인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반응들은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나 가치를 간과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관련 전문가로서 고유한 기능과 가치가 있는 다면평가가 조직 내에서 그 가치에 맞는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물론 다면평가가 평가 방법으로써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평가도구와는 차별화되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분명히 있으며, 이와 같은 가치들이 분명하게 빛을 보기 발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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