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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Oct 11. 2020

쓸모있는 다면평가 만들기

경영자와 HR을 위한 심리학. 최적화된 다면평가 구성과 활용

Photo by Scott Graham on Unsplash



보통 정식 심리검사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영역이나 특성들에 대해 정의하고,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적 특징들이나 이를 측정(혹은 반영)할 수 있는 문장들을 취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하여 예비문항을 만들고 Pilot Test를 거쳐서 본문항을 추출한다. 그리고 원래 측정하고자 했던 개념을 잘 측정하는지와 관련된 신뢰도와 타당도 분석을 하고........


아마 여기까지만 들어도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벌써 머리가 아파올 것이다. 하지만 다면평가는 엄격히 말하면 심리검사가 아니다. 어찌보면 의견 조사나 서베이에 가까울 수 있다. 그래서 다면평가 도구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특히 한 조직의 역량모델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리더십 역량에 대한 정의와 행동지표들이 이미 구성되어 있다면 좀 더 용이할 수 있다. 


이처럼 다면평가는 평가방법 중 상대적으로 문항 구성이나 도구 개발이 용이하기도 하며, 도구 내용의 수정이나 변형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우리 조직이나 회사에 최적화된, 좀 더 효과적이고 도움이 되는 다면평가를 개발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 맞춤형 다면평가 만들기


보통 양복과 같은 정장을 사입는 방법에도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양복점에 가서 나의 치수를 정확히 재서 나의 몸에 딱 맞는 나만의 양복을 맞추어 입는 것이다. 물론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몸에 맞는 착용감은 대단히 좋다. 반면에 기성복을 사는 경우에는 표준적인 사이즈의 옷을 입어보고 대충 맞춘 후 기장이나 소매 등과 같이 불편한 부분들 정도를 수선해서 입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격은 싸다. 하지만 신속하게 빠른 시간에 옷을 입을 수 있으며, 심지어 운이 좋은 경우에는 바로 입고 나갈 수도 있다. 


다면평가 도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조직의 특성이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고, 아니면 표준적인 다면평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이 각각의 방법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 만약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가능하면 맞춤형 다면평가를 개발하여 사용하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다면평가의 고유한 목적, 즉 리더십 향상과 개발에 가장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조직들이 비싼 컨설팅 비용을 들여서 자사화된 다면평가를 개발하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양복에도 원버튼이나 더블버튼이 있으며 Small 사이즈와 Large 사이즈가 있다. 만약 한 브랜드를 오래 입는 경우에는 굳이 양복을 살때마다 수선을 하지 않고 이미 측정해 놓은 사이즈에 맞춰 먖춤형 양복을 사입듯이 양복을 구입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조직이나 회사의 경우에도 조직의 특성에 따른 최적화된 다면평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방법은 굳이 Full로 맞춤형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대체적인 구분이나 분류는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다면평가 문항과 스타트업이나 벤처회사에서 사용하기 좋은 다면평가는 다르다. 측정하는 역량에서부터 차이가 나며,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방법 상에서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우리 조직의 크기와 성격, 특성과 성향을 고려한 Semi-맞춤형 다면평가라도 구성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면평가를 Full로 개발할 정도의 비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정의 비용은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조직 경험을 가진 전문적 HR 컨설팅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일단 이와 같은 틀을 갖추어 놓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두고두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2. 다양한 다면평가 형태를 구성하기


이처럼 맞춤형 혹은 Semi-맞춤형 다면평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다면평가 형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보통 Full  다면평가의 경우에는 문항도 많으며 자주 실시하기에는 좀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보통 Full Content를 포함하는 다면평가는 일년에 한번 정도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리더의 변화 수준은 자주 혹은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경우 다면평가 전체 문항 중 일부 문항 혹은 핵심문항을 중심으로 한 축약형 문항을 추출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체 문항에 대한 분석을 통해 리더십의 차이를 잘 변별하거나 혹은 조직에서 중시하는 행동들 대표하는 핵심 문항들을 중심으로 한 간편형 다면평가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보통 교육이나 코칭으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사전/사후 평가에 주로 적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는 전체 문항을 대상으로 한 다면평가는 일년에 한번 하되 분기별로 축약형 문항을 활용하여 주기적으로 평가를 하고 그 추이를 보는 것도 유용하다. 


또한가지는 다면평가를 꼭 리더들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공통역량이나 혹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여 다면평가를 실시할 수도 있다. 이때에는 특정적으로 리더십과 관련된 문항을 제외하거나 혹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문항을 통해 다면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동일한 문항에 대하여 리더급과 일반직원과의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문항이나 역량의 경우 리더가 직원들에 비하여 부족하게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다면평가라는 것이 정형화되고 고정된 형태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항 풀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보통 '울궈먹는다!'라고 한다. 하나의 다면평가를 이렇게도 요리해 보고, 다르게도 요리하면서 가능한 한 다양한 활용과 그에 따른 차별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3. 타인 평가를 구분하기


다면평가 실시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 본인 평가와 타인 평가로만 구분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고 정교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 평가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 상사 평가와 부하 평가는 구분하는 것을 필수적으로 추천한다. 이는 매우 다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두 평가가 합해지는 경우 평가 정보의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면평가를 생각해보면, 직속 상사나 차상위 상사들에 의해 하향 평가 정보를 얻으며 부하직원들로부터 상향 평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런데 가끔씩은 평가자의 평균 연령을 비교해 보면 20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평가자의 세대 자체가 다르고 직장 생활에 대한 경험이 다르며, 다면평가 등에 대한 태도나 평가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또한 본인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서는 윗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랫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즉 하향평가의 점수와 상향평가의 점수는 구분되는 것이 더 큰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두가지 평가점수가 합쳐져 평균을 낸다고 하면 각각의 평가 점수를 따로 고려했을 때 볼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이 희석되어 버리고 만다. 


이를 보통 "편차 점수(Deviation Score)"라고 한다. 즉 조직 내의 상향 평가 평균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 혹은 조직 내의 하향 평가 평균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를 보는 것이다.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상향 평가 점수가 하향 평가 점수에 비하여 높은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젊은 층이 많은 조직인 경우에는 상향 평가 점수가 하향 평가 점수보다 높은 경우들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는 조직 문화를 해석하고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타인 평가를 합해버린다면 이와 같은 소중한 정보를 상실하게 된다. 



4. 다른 리더십 평가와 통합하기


리더십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기본적인 것은 심리검사나 역량검사가 있으며, 심리검사에도 심층 심리검사(MMPI 등)가 있는가 하면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좀 더 대중적인 성격유형검사(MBTI나 DiSC 등)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실제 업무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의 표준적인 과제 수행을 하도록 하는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 기법도 있다. 그리고 다면평가는 그 중 한가지 방법이다. 


이 각각의 평가 방법들은 각자 고유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다. 리더의 가장 내적이고 심층적인 측면을 보는 것은 MMPI이다. 한 개인의 깊이 있는 내적 특성과 관련된 평가로서 잘 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본성(?!)이 이에 해당할 수도 있다(물론 더 깊은 수준의 내적 특성(무의식 등)도 있으며, 이를 평가할 수 있는 Rorschach 등과 같은 검사도구가 있기는 하다. 다만 기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을 뿐). 이에 반하여 성격유형검사의 경우에는 행동 경향성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행동적 특징들을 반영하기는 하나 변화 가능하기도 하고 개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어진 역할이나 의도에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보면 다면평가는 내적 잠재력이나 행동 경향성 등과는 별개의 실제 행동 결과에 대한 평가로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다른 평가와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잠재력이나 역량과 비교하여 잠재력이 실제 리더십 수행 중 발현되는지를 평가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 혹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경우(미발현!)에는 그 원인을 밝히고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이슈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즉, 다면평가 자체로만 해도 고유한 의미나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평가 결과들과 통합하여 해석하는 경우 더욱더 그 가치와 의미가 높아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더에 대해서, 그리고 리더십 활동에 대해서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인 평가 정보를 구성/제공할 수 있다. 



5. 적어도 3년!


다면평가를 쓸모있게 구성하고 사용하기 위한 마지막 제안은 "적어도 3년은 내다보고 꾸준히 실시하라"는 것이다. 리더들이나 구성원들의 반발이나 피드백이 부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3년 정도는 꾸준히 실시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변화 추이를 보는 것까지 더해진다면 진정한 다면평가의 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도 3년 정도의 추이를 보면 다면평가 점수가 상위 10% 범위에서 하위 10% 범위로 추락하는 경우들도 종종 발생한다. 또한 3년 정도면 팀 이동이나 승진 혹은 전배 등 역할 변경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적인 이슈들에 따른 리더십 수행의 변화도 관찰할 수 있다. 만약 특별한 이동이나 변경 사항이 없다면 대체로는 다면평가 점수는 점차 증가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시간을 동일한 구성원이 시간을 오래 지내면서 서로 익숙해지며 서로의 궁합을 맞추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일한 상황과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현저하게 다면평가 점수가 낮아진 경우라면 분명히 팀내 이슈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면평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시하고 점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항상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보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니며, 상당히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왕에 실시하는 다면평가라면 적어도 3년은 굳건하게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 




타인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항상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쾌 혹은 불쾌를 떠나서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다. 그리고 그 대상자가 한 조직을 책임지고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을 리드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과정 상 잡음도 있을 수 밖에 없으며, 평가 대상자나 혹은 불편한 평가에 참여해야 하는 평가자들 모두 불만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얻는 소중한 정보나 의미들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와 같은 잡음이나 불만도 잦아들 것이며, 건강하고 발전적인 소통과 교류의 도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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