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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방송에서 '멍 때리기' 대회라는 것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와 신기하다~ 저런 대회가 다 있어? ㅋㅋ'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로서 신기하고 낯선 대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멍 때리기"가 정말 도움이 되나요?'라고..
당연히 '멍 때리기'는 우리 마음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심리적 활동입니다.
'멈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큰 의미를 가집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멈춤'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기능을 하게 됩니다.
'멈춤'은 그 자체로만 해도 쉼과 휴식을 줍니다.
잠시 멈추어 긴장을 놓고 심리적 에너지를 보충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멈춤'은 우리에게 정리의 시간을 줍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챙기지 못하고 돌보지 못한 여러 가지 것들을 잠시 '멈춤'으로써 돌아보고 정리할 기회와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멈춤'은 올바른 방향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잠시 멈춤으로 자신을 정리한 후 우리는 제대로 된 다음을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3시간 혹은 4시간 내내 운전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휴게소에서의 '멈춤'은 잠시나마 고속 운전의 긴장감을 풀게 해 주며, 그동안 쌓였던 운전과 관련된 피로를 풀게 해 줍니다.
또한 주유를 하거나 못 챙겼던 식사를 하기도 하며, 차와 관련된 점검을 하여 안전운전을 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 내비게이션이나 지도를 보면서 이후의 여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와 같은 우리의 제반 심리적 활동을 '멈춤'하는 것을 다른 표현으로 '멍 때리기'라고 합니다.
심리적 측면에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자극으로부터 벗어나고 정보 처리의 부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멍 때리기'라는 것은 아무런 자극도 받지 않고(정확히 말하면 받아들이지 않고), 정보처리를 하지 않는 상태(진정한 '멈춤')를 말합니다.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끊임없는 활동의 연속이며, 그 안에서는 많은 생각과 감정적 소모의 연속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을 준비하는 정신없는 과정을 마치고 나면, 대중교통 속이나 러시아워 속에서 많은 자극과 활동을 하게 됩니다.
출근 후 밀려드는 메일과 전화를 처리하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집중과 긴장감을 유지한 채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심리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고 점차로 피로감이 누적되게 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마음에 맞는 동료와 맛있는 점심과 수다를 즐기며 그 즐거움과 만족에 다시금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때로는 상사나 동료들의 칭찬과 인정에 뿌듯해하며 일에 대한 열정과 동기가 솟구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보충하는 양가적인 측면이 있으며, 끊임없는 정보처리가 요구된다는 점에서는 계속적인 자극 과정인 것은 동일합니다.
심리적 측면에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자극으로부터 벗어나고 정보 처리의 부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정보도 처리하지 않고 자극도 없는 상태로 있는 것 자체가 심리적인 휴식과 쉼의 기능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50분 집중해서 공부하면 10분의 휴식 시간을 가지듯이, 45분 전반전을 뛴 축구선수들이 하프타임을 가지고 휴식을 취해야 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마음 활동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만 합니다.
'멍 때리기'는 우리의 심리적 상태를 '0(Zero)'로 만들어줍니다.
제대로 된 '멍 때리기'는 심리적으로 백지상태를 만들어 줍니다.
분노도 사라지고, 슬픔도 잊게 되며, 고통이나 아픔도 잠시 놓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새롭게 감정이나 생각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부부 싸움을 할 때, 서로의 감정이 격해지고 그동안 쌓아왔던 다른 일들(?!)까지 얽히게 되어 왜 싸움을 시작했는지 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되면 'Time-Out'을 하도록 권합니다.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이 선호하는 다른 활동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다시 만나 부부 싸움을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까 우리가 왜 싸우기 시작했지?'라고 각자에게 확인한다면 알고 보면 별일도 아니었던 경우들이 많습니다.
'멍 때리기'도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백지상태로 만들고 스스로에게 다시금 질문해 보십시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혹은 '어떤 감정 상태였지?', 혹은 '왜 그런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되었지?'
만약 그에 대한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멍 때리기'전에 했던 생각이나 감정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며, 안 했어도 되는 생각과 감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만약 그에 대한 답이 떠오르더라도 복잡한 생각과 감정에 감당 못할 정도의 무게는 아닐 것입니다.
'멍 때리기'로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새롭게 생각과 감정을 시작하십시오.
그런데 '멍 때리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마음 활동임에도 익숙하지 않으며, 많이 안 해보았기 때문에 쉽게 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핵심적 노하우를 말씀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조용하고 자극이 적은 환경'을 찾으십시오.
가능하면 자극 자체가 적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극이 적다면 이를 차단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활동도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환경 속에서 '멍 때리기'를 시작하십시오.
둘째, '백색 소음을 활용' 하셔도 됩니다.
만약 조용하고 차분한 환경이나 어쩔 수 없이 자극 자체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지루하고 단순한 자극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와 같은 자극을 '백색 소음'이라고 하며 기본적인 심리적 에너지를 백색 소음에 집중함으로써 그 외의 자극들을 차단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가지게 됩니다.
단 그 자극은 지루하고 단순하여야 하며, 그 자체가 정보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어야 합니다.
아주 반복적으로 들었던 음악이나 빗소리나 물 흐르는 소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셋째, '반복적으로 연습'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과잉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정보처리와 자극을 감당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이와 같은 생활 습관들이 이미 굳어진 상태에서 '멍 때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반복된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여유 있을 때 미리 연습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슈가 발생한 상황이나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잘하던 '멍 때리기'도 잘 안 되는 법입니다.
'산책'과 '수다'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도 느꼈지만, '멍 때리기'로 이렇게 긴 글을 쓸 줄이야...
요즘 말로 정말 '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심리적 활동 중 그렇게 단순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단 일단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지고 나면 그것은 잘 없어지지도 않으며 나의 생활과 마음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