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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26. 2020

걱정도 쉬엄쉬엄 합시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사회적 위기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Photo by H Shaw on Unsplash



어느 날 강남에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중간에 계신 어떤 분이 창문을 활짝 열고 가시더군요. 그냥 멀미가 나시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거의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다시피 하시는 그분의 복장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작은 얼굴이셔서 그런지 거의 얼굴을 덮을 정도의 큰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계셨으며, 손에는 위생장갑을 끼고 계셨습니다. 그와 같은 차림으로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으로 에어샤워(?)를 하고 계셨습니다. 강남역에 거의 다다르자 주머니에서 막대기 같은 것을 꺼내어 하차벨을 누르셨으며, 내리면서 차내에 비치된 소독제를 위생장갑 위에 바르고 마치 파리가 손을 비비듯이 손을 열심히 비비면서 하차하셨습니다. 



1. 심리적 공포가 더 무서운 법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하여 집단 감염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알았고 그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까지는 했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혼란이나 공포가 확산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하여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안정된 사회적 상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아예 모든 사회적 활동 자체를 셧다운 해버리거나 집단 사재기로 인해 더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행동 이면에는 공포감과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포감과 불안감을 적정 수준 내에서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는 하나 적정 수준을 초과해버리는 순간 더 큰 혼란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큰 운동경기나 극장에서 작은 불이 일어나는 경우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한꺼번에 출입구에 몰려 압사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심리적 공포는 실제적인 위협 수준에 대한 객관적 수준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이를 군중심리라고도 하며 부정적인 군중심리가 극대화되는 상황을 심리적 공황 상태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즉 실제적인 위협 수준과는 별개로 사회적 위기로 인한 심리적 손상은 이와 같은 군중심리 및 심리적 공황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이와 같은 심리적 공황이 더 자극되게 됩니다.  



2. 심리적으로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산업계나 경제계에서는 금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한 준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기업 교육 분야나 심리 상담 분야에서도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20년이 넘는 임상가 생활 중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상담을 해 보았으며, 대면 상담 이외의 전화 상담이나 Zoom 등을 활용한 화상 상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개인 내적인 심리적 차원에서도 장기전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현재 지속적인 걱정과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나마 한 달 이상 금번 사태가 지속되면서 급격한 불안감과 걱정은 줄어들기는 했으나 그래도 사회 전반에는 불안정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와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심리적 측면에서의 장기전에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스트레스 관리와 인내, 그리고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노력 등이 필요합니다. 너무 심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다 보면 심리적 에너지는 고갈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후에 진짜 긴장하고 조심해야 할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선택과 집중, 그리고 휴식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걱정과 불안감을 선택적으로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감염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만 집중해서 걱정하고 안전한 상황에서는 그 걱정 수준과 불안 수준을 평상시 수준으로 낮추어야 합니다. 확진자가 없는 가족끼리 있을 때에는 전혀 걱정하고 불안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오늘의 확진자 통계나 그로 인한 사망자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합당한 수준으로 걱정과 불안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외출 후 돌아왔을 때에는 철저하게 손 씻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외의 안전한 상황에서는 덜 걱정하고 덜 불안해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즉 불안해야 마땅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따라서 걱정과 불안을 선택적으로 느끼는 것이 심리적 에너지의 소진을 막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불안과 걱정을 선택적으로 하는 것 이상으로 심리적 에너지의 보충과 회복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전반적인 사회적 불안과 불안정성은 보통 상황에 비하여 심리적 에너지의 소진이 많습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가게 되면 이에 대비할 에너지가 더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선택적 걱정과 불안을 통해 심리적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심리적 에너지와 보충과 회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상황이 어렵고 불안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나만의 원기회복 방법들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그나마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그 안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던 사람은 유튜브의 운동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적극 해야 합니다. 영화나 음악을 즐겨 들었던 분들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기존의 취미 활동을 늘려야 합니다. 비록 친구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톡이나 메신저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서로 걱정과 지지를 보냄으로써 사회적 관계 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렵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선택적 불안과 걱정을 통해 심리적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상황에서는 긴장감을 풀고 충분히 휴식하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심리적 원기 회복 방법들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위기와 관련하여 심리적 측면에서 장기적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들입니다. 


가장 나쁜 대응은 하루 종일 TV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보거나 사망자수를 확인하며 더욱더 큰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내가 많이 걱정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은 전혀 없습니다. 내가 많이 불안해한다고 해서 코로나의 종식이 앞당겨지지 않습니다. 상황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없을 때에는 상황에 견딜 수 있는 나 스스로에 대한 자기 관리 능력을 늘려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65




사회적 위기 상황으로 인하여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모여 

함께 위로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참가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QR코드로 통해 신청해주세요!


https://forms.gle/6QYNW5SghQF7n4f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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