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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죄인 아닌 죄인

by 강윤희

자주 가는 네일숍을 갔다. 반짝거리는 큐빅을 고르고 금테도 둘러서 화려하게 손톱을 가꿨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쨍한 게 기분이 풀렸다. 그 손톱으로 친정에 갔다가 엄마에게 등짝을 후려 맞았다. 남편 잃은 과부 손톱이 과하다면서 조신하게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다시 손톱을 밋밋한 살구색으로 바꿨다.


주차장에서 차량 뒷 트렁크를 정리하느라 물건을 빼고 있었다. 골프백을 들어서 옆바닥에 내려놨다. 1층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말을 걸었다

"라운딩 나가는 거야?"

"아니에요. 트렁크 정리하고 있어요."

"골프 좋지. 머리가 복잡할 때 스윙연습하면 잡념이 싹 달아나. 좋은 취미야."

"네. 저도 그래서 좋아요."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계속 트렁크를 정리하며 괜히 골프백을 내렸나 싶었다. 남편 잃은 지 얼마나 됐다고 골프나 하고 다니는 과부로 볼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운영하는 민박에서 고기를 구웠다. 엄마랑 아이들이 오랜만에 만난 자리였다. 야경이 그날따라 이뻤다. 배는 부르고 해서 감탄 한마디 했다.

"아 배부르니 행복하네."

엄마가 역정을 냈다.

"어디 가서 행복하다는 소리 하지 마. 오해해."

남편 잃은 미망인으로 다른 말로는 과부로 충분히 슬퍼하는 중이고 힘든 걸 견디는 중이다. 그걸 티를 내면서 해야 하나? 내 속을 다 드러내면서 하루 종일 울고 불고 짜고 해야 사람들이 이해하려나 싶다. 이러니 점점 사람들 만나기가 싫어진다. 내 남편은 내가 조신하게 있는 걸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남편 앞에서 항상 까불거리던 철없는 아내였다. 남편은 그런 나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남편을 애도하면서 우울하게 있는 걸 좋아할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난 남편이 바라는 대로 남편이 살아있을 때처럼 살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도 내가 침울해하는 건 싫어한다. 주변사람들 눈치 때문에 조신한 과부로 살 수없다. 명랑한 과부로 사는 게 난감하겠지만 어쨌든 난 그렇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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