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광복절을 보내며

by Mori

8월이 되면 말레이시아는 나라 전체가 축제를 준비한다. 그 이유는 8월 31일은 말레이시아의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이다. 현지어로는 하리 메르데카(Hari Merdeka)라고 하는데 8월 한 달 동안 나라 곳곳에 말레이시아 국기인 잘루르 그밀랑(Jalur Gemilang, '영광의 줄무늬'라는 뜻)이 펄럭거리고 자동차에도 국기를 매달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Merdeka sale'이 쇼핑몰마다 진행되고 정부는 그해의 독립기념일 테마에 어울리는 캠페인 송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한다. 올해의 테마는 말레이시아 프리하틴(Malaysia Prihatin)이었다. 의미는 '말레이시아를 걱정해요, 말레이시아가 염려돼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코비드 19 Pandemic을 경험하며 정해진 슬로건으로 보인다. 그동안 2018년도에는 ‘Sayangi Malaysia(사랑해요 말레이시아)’, 2019년도에는 ‘Sayangi Malaysiaku: Malaysia Bersih' (사랑해요 말레이시아. 깨끗한 나의 나라)를 정해 캠페인을 벌였었다.

학교에서도 조회 때마다 학생들은 이 노래를 배우고 따라 불렀고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영화 상영회가 밤에 운동장에서 열려 늦은 밤까지 학생들과 두리안 샌드위치와 ‘시럽’이라 불리는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영화를 보고 성대한 독립기념일 행사를 치렀었다. 2018년도에는 한국어 교사를 위해선지 한국영화인 '국제시장'을 함께 봤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도 광복절 행사를 했었고 한국인들의 남다른 나라사랑에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느끼는 말레이 사람들의 넘치는 나라사랑에 나는 조금 놀랐었다. 처음에 캠페인 송을 따라 부르는 모습에서 80년대 ‘서울, 서울, 서울’ 같은 노래가 생각나 ‘뭘 이렇게 까지 하나’ 싶다가, 아니지 여러 민족이 함께 살고 있기에 정부의 강한 통제력과 애국심 고취는 어느 정도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이유가 어찌 됐건 간에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나라 사랑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쿠알라룸프르의 중심에는 ‘메르데카 광장(Dataran Merdeka)’이라는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 같이 상징적인 장소가 있다. 주위에는 1909년에 완공된 가장 오래된 모스크인 마스지드 자멕 모스크(Masjid Jamek Mosque)와 영국 식민지 시절 주요 관공서 건물이었던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Sultan Abdul Samad Building)이 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1957년 8월 31일에 뚜안쿠 압둘 라흐만(Tuanku Abdul Rahman) 초대 수상이 ‘독립(Merdeka)'이라고 7번 외치면서 영국 국기를 내리고 말레이 국기를 올렸던 장소이다. 이 곳은 늘 주요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주말에는 차를 통제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는 관광명소이다.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메르데카 광장과 광장옆 St.Mary Church

말레이시아는 말라카 제국이 1511년 포르투갈의 침공으로 몰락한 이후, 1641년부터는 네덜란드 1786년 영국의 피냉 섬 점령을 시작으로 영국 식민지가 시작되었고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부터 약 3년 8개월 동안 일본의 식민지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엔 태평양 전쟁의 교두보로 수많은 청년들이 전쟁과 징용 그리고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라 곳곳에 'Colonial road'라고 새겨진 길들이 많고 식민지 시절 건설된 건물들이 아직도 주요 관공서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일제강점기 36년 하고는 경중을 따지긴 어렵지만 기간만으로는 비교가 안 되는 시간 동안 말레이시아는 강대국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나라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말레이시아인들은 식민시절의 역사도 그 자체로 의미를 두고 역사의 일부로 잘 수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선 총독부 건물을 폭파시켜서 사라지게 하고 곳곳에 남아있는 적산가옥에 일제의 잔재로 느껴 고까운 눈길을 보내는 한국 정서로 보자면 신기한 일일 수 있다.

믈라카에는 여전히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착지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침략국의 이름을 딴 포르투기스 타르트(Porutuguese egg tart)가 여전히 인기 있는 간식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정착하기 시작한 중국과 인도의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고유의 음식문화 전통을 그대로 전달해 말레이시아의 음식문화를 풍부하게 만든 점도 관용을 베푸는 국민성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서 살다 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는 약소국 국민들이 힘든 일에 종사하며 한국의 환율로는 말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걸 보게 될 때뿐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한국 역사를 가르칠 때 경주는 천년의 고도이고 서울이 수도가 된 건 600년 전이야 라고 말하면 이곳 학생들은 그렇게 오랜된 역사의 도시가 있구나 하는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국인들은 모두 BTS나 EXO 오빠들처럼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고 잘 생겼다는 소녀들의 질문에 옛날 삼국지 ‘위지 동이전’ 이란 천년 전 책에 한국사람들은 춤을 잘 추고 활을 잘 쏘았다고 기록된 걸 이야기할 수 있어서,
대한 민국이라는 나라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 아니라서 그리고 한국사람들의 부지런함과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던 근현대사를 공유할 수 있어서
한국어 교사인 나는 참 좋다.


세계 유일한 왕이 백성을 불쌍히 여겨 읽고 있는 글을 만들어 배포했던 나라이며 그리고 글을 외국인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고 가르칠 있는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에 ' 한국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자랑스러운 말이다. 그래서 또한 든든한 대한민국을 믿고 책임감 있는 외노자로 있는 이유인 같다. 독립기념일 행사 하나로 한글로 독립기념일 포스터 그리기 행사가 있었다. 학생들의 "자랑스러운 나의 나라 말레이시아"," 우리는 멋진 말레이시아를 만들 거예요"," 사랑해요. 말레이시아" 문구에 문득 애국심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도 진정성이 담긴 마음이라는 생각을 본다.


학생들의 독립기념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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