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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Feb 18. 2022

빌니우스와 서울의 평행이론

리투아니아의 독립기념일을 보내며  

   여기 빌니우스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시내 Gedminas 거리에 사람들이 꽉 찼다. 이건 뭐 12월 31일에 명동에 나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보신각 종 칠 때 티브이 화면에 잡힌 인파를 방불케 한다. 너도 나도 손에 작은 리투아니아 국기를 들고,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삼색의 모자를 쓰고 어떤 사람들은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올드타운을 걷고 있다. 발트족의 전통의상을 입고 민속악기를 울리며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던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음식 배달을 하는 Wolt맨들도 어깨에 국기를 두르고 슈퍼맨처럼 날아다닌다.

   오늘 독립기념일이라기에 시내에서 뭐든 행사를 하겠지 하고 느지막하게 호기심 가득 안고 나왔는데 인구 60만의 작은 수도 빌니우스는 마치 얌전하던 같은  친구가 어느  축제에서 멋진 댄싱히어로가   같은 모습이다. 104  1918.2.16 리투아니아 의회 의원 20명이 독립을 선언  날이라고 한다.

  빌니우스의 거리는 늘 조용하고 한적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북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아침 일찍 마트에 가면 손님이 나 혼자 밖에 없어서 민망해한 적도 있었는데 이 사람들 그동안 이러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지? 내심 커밍아웃을 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를 만난 것도 같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들떠있는 인파 속에서 마음껏 이들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살아보니 빌니우스 사람들은 MBTI는 'I'(내향) 형인 것 같지만 'E'(외향)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듯한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격정적이고 솔직하며 더없이 용감하다. 비슷한 역사적 경험의 공유는 공감대를 넘어 비슷한 민족성을 만들어 내는 건가? 자꾸 한국사람들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 그러한가?


Salve, Vilnius

 Happy Bithday Vilnius 699. 요즘 빌니우스 시내 곳곳에 수도 탄생 7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며 영화제가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의 공식 역사는 1323 리투아니아 대공 게디미나스(the Grand Duke of Lithuania Gediminas) 외국 상인과 장인들에게 보낸 1 25  편지에서  도시를 처음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2023년이  700 주년이 되는 해여서 도심 곳곳이 빌뉴스의 다채로운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와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예술가들의 전시가  줄이다.

슬로건인 'Salve, Vilius' 라틴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로 게디미나스 공의 편지 첫마디에서 차용했다고 하는데 700  빌뉴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대문에  놓았던  이라고도 한다. 무심코 대성당 앞에 700이라고 쓰인 카운트 다운용 설치물을 보다가 ' 서울도 수도가   700년쯤 되지 않았나?, 조선 건국  한양 천도가 1392년이니까 630년쯤 되었구나', 그리고 리투아니아가 1990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할 때는 서울은 '서울의 ' 1989 민주화 항쟁이  참이었다.  때는 폴란드와  공국을 이루어 유럽에서 가장  국가를 만들었었다는 점도 고구려와 발해를  올리게 한다. 인간사슬을 만들어 평화시위를 통해 독립을 일구어 냈던 발틱웨이는 3.1운동과 닮아있다. 주변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작고 아름다운 나라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평화의 방법으로  견디어 냈다. 어쩌면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   공감대가 만들어 지는 지도 모르겠다. 최근 중국과의 갈등을 보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굽신거리지 않는  용기와 솔직함에 박수를 보냈었다.

인생의 고비들을 스스로의 노력과 내면의 힘으로 잘 버틴 사람들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힘이 느껴진다. 한 나라의 역사 역시 시련은 더 단단함과 강함을 선물처럼 주는 것 외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민족성을 가져다준다. 그런 의미에서 막연할 수 있지만 한국과 리투아니아 사이에 교집합이 느껴진다.

   

   리투아니아어의 감사하다는 'Aciu'

러블리즈의 노래 '아츄~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가 자꾸 생각나는 표현이다.

여기 사람들은 ' 츄우' 하면서 츄의 인토네이션을  단계 높인다. 물건을 사거나 질문을 하면 '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때 역시 '~~' 도레미파솔의 '~~'정도의 인토네이션이다. 자주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리고 차가워 보이지만 눈이 녹고 나면 드러나는  들판처럼 알고 나면 따뜻하고 정이 많으며 지혜롭고 내면의'' 있다. 이렇게 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다독이며 결연하게 버텨왔을 거란 생각이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은 분명  나라 사이를 가깝게 하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솔직하고 용기와 품위가 있으며 아름답기까지한, 별 기대없이 이사간 동네가 아주 마음에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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