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파트 입구에서 다정한 부녀를 보았다.
꼬맹이는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였고 아빠는 휴가였는지 딸을 유치원 차량에 데려다주는 것 같았다.
저 멀리서 미니버스가 오자 꼬맹이는 자지러지게 울면서 아빠 다리에 매달렸다.
"나 안가!!! 오늘 안 갈 거야!! 아빠랑 놀 거야...!!"
아이를 태우기 위해 내린 선생님이나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얼굴에 난감함이 스치자 꼬맹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eye contact!!!!
꼬맹이가 고개를 번쩍 들어 아빠와 눈이 마주치자 당연히 아빠는 한 방에 나가떨어졌고 쓸쓸히....
"다음에 보낼게요... 아무개야 선생님한테 인사해야지..." 하며 말했다.
그렇게 나라 망한 것처럼 울던 딸내미는 눈물을 뚝 그치고 선생님께 꾸벅절을 하더니 자기 집으로 뛰어갔다.
순간... 아... 당했구나...라는 표정이 아빠와 선생님과 나에게 스쳐 지나갔지만 어쩔 수 없는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날 저녁에 아빠는 엄마에게 등짝을 몇 대나 맞았을까.
같은 남자로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오늘.... 그 꼬맹이를 다시 목격했다.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였다.
그 꼬맹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치원 버스가 오자 잘 다녀오겠다며 우리 대대장이 들으면 좋아했을법한 크기의 목소리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조심하라며 잡아주는 손을 뿌리치며 버스로 뛰어 올라갔다.
아.... 이래서 엄마가 필요한 거구나....
(출처 : 인터넷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