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을 더 먹고 나니 노후가 걱정되어 주식계좌를 하나 만들었다.
어플을 설치하긴 했는데 뭐가 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을 어둡게 만들었던 비모수 통계학 중간고사 3번을 보는 느낌이었다.
멀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고 나의 따뜻한 말년을 책임져줄 회사를 찾았다.
그러다 JYP를 보게 되었다.
이걸 사면 트와이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2주를 샀다.
저녁때 확인해보니 150원 올라 있었다.
나중에 은퇴하면 어디를 놀러 갈까 벌서 고민이 됐다.
아내에게 자랑했더니 자기도 투자한다며 한참을 골랐다.
꽤 오래 뒤지더니 카카오를 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량주를 한 주씩 매년 사서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걸 팔아 배낭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한 주만 산다더니 욕심이 생겼는지 두 개를 샀다.
그 마음을 몰라줬던 카카오는 다음날, 다다음날 계속 떨어졌다.
늘 긍정적인 나는 이 가격이면 아이에게 여행 때 매고 갈 가방은 사 줄 수 있겠다고 했다.
샘소나이트가 좋겠다고 하다 혼이 나서 울며 잠이 들었다.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조금 전에 정옥이가 카카오 주식이 올랐다며 의기양양하게 캡처 화면을 보내왔다.
우리 아이는 다시 유럽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걔 것이니 절대 팔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하며 카카오가 드림카카오 값이 되어도 절대 안 팔겠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는 아이에게 ‘애야 유럽 가서 출출하면 먹어라’ 하며 차곡차곡 모아 온 드림카카오 스무 통을 넣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따 들어가서 보자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말조심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