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같이 해야 한다 본다
일주일이 지나 엄마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엄마는 병원에 함께 가자는 나를 한사코 말렸다. 유난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양성일 것이 뻔하다고.
어떤 결과인지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병원은 혼자 가면 아무래도 외롭잖아 엄마-.
난 검사받을 때는 혼자가 좋은데, 결과를 들으러 갈 때 혼자면 이상하게 세상에 나 혼자 내버려져 있는 것 같던데.
엄마는 혹시 모를 만약의 결과를 딸과 같이 듣게 될까 봐 그게 조금 부담이었을까?
엄마도 한 고집하고 나도 한 고집하니 우리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병원에는 엄마 혼자 가되 나는 병원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그래서 오전 일찍 병원 일정이 끝나면 같이 그 시간에 문 연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엄마가 좋아하는 우리의 아지트 카페로 이동하기로 했다.
"갑상선 쪽에 물혹이고 양성이래. 다만, 크기가 큰 편이어서 시술받으라고 하더라. 그러려고."
병원에서 내려온 엄마는 제법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음성이고 양성이고 뭐든 아예 없었으면 좋겠지만, 치료 가능한 범주라니까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이 흘러갔는데 이제 됐다 싶었다.
아침 9시에 문 여는 식당은 많지 않았다. 믿고 있었던 김밥천국은 하필 오늘따라 휴무였고 엄마와 나는 이곳저곳 골목 구경을 하다가 어느 우동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엄마와 단 둘이 평일 이른 아침,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나? 기억 속을 헤집어봐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없는 일인가 싶다. 조용한 식당 안에서 도란도란 함께 아침을 먹으며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각자의 안도와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 아찔했던 며칠의 감각을 공유했다.
"운동을 정말 해야겠어. 조깅 꾸준히 하다가 덥다고 안 하니까 면역력이 떨어졌나 싶고. 오늘 바로 가서 필라테스도 알아볼 거야"
어쩌다 카페 오픈런까지 하고 창가 테이블에 앉아 엄마는 말했다. 한 번의 위기감이 준 경각심 덕분인지 엄마는 의지가 대단했다. 다시는 아픈 조직검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달까.
'그래, 엄마도 맘 속 안해의 유혹을 이겨내야 해. 나랑 같이 해야 한다니까-. 이쯤 되면 미루기는 유전인가...'
가끔 (내가 바란 적도 없는데) 정신 번쩍 들게 해 주려는 무언가의 힘이 작용할 때가 있다.
그것이 요 며칠이었나 싶다. 내 삶에 깊숙이 있는 사람이 아플 수 있다, 아프다 그 사실이 주는 무력함과 두려움이 어찌나 컸는지. 앞으로 내가 죽기 전까지 몇 번을 더 느껴야 하는 감정일까.
"혹시 라떼 좋아하세요? 저희 라떼 잘해요. 조금만 맛보시겠어요?"
며칠 동안 꾸준히 방문하는 오픈런 첫 손님 모녀가 눈에 띄었는지 사장님이 말을 건넸다. 에스프레소 잔에 얼음 없이 차가운 라떼 두 잔을 만들어 건네주셨다.
"라떼는 산미 있는 원두로 드시면 더 맛있어요. 다음에 오시면 라떼도 한번 드셔보세요."
평소 텁텁함이 싫어서 라떼를 잘 먹진 않는데 날이 날이어서 그런가, 서비스로 주셔서 그런가 고소하고 맛있었다. 특별했다.
"그러네. 산미 있는 원두인데 고소하고 맛있다. 그런데 이 튤립은 생화야 조화야? 생화지? 물에도 담겨 있는 것을 보면.... 어머머 이거 조화야! 조화인데 이렇게 생화처럼 예뻐. 풀잎까지 진짜처럼 생겼다!"
사장님이 주신 라떼, 테이블에 놓여있는 생화인척 하는 조화 튤립 모든 게 다 눈에 들어오고 좋은가보다. 엄마의 들떠있는 목소리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닌 척했지만 엄마도 많이 떨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