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팝업 어제와 오늘

1년 전후의 나

by 장진진

1년 전 이 맘 때쯤 막 퇴사를 하고 자유를 누리기 시작한 시기.

성수에서 친구를 만나 거닐다 우연히 그 동네에서 열렸던 브런치 팝업에 방문하게 됐다.


나와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 글들이 모여 책이 되는 다채로운 여정이 담긴 공간이었다. 누구나 작가가 되어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의 힘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여실히 느꼈던 그 시간, 나도 그 현장에서 계정 하나를 만들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다면 실명은 영 쑥스럽고 부담스러우니까, 좋아하는 책 속 주인공 이름을 섞어서 필명을 따로 만들어야지. 그럼 아무도 나를 모르니까 글을 더 자신 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얼떨결에 장진진이라는 이름으로 첫 페이지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내일부터는 브런치 10주년 팝업이 열린다.


'작가의 꿈'이라는 주제로 팝업에 전시할 글을 받는다는 내용을 보고,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 중 가장 고민 없이 글을 써서 제출했다. 꾸며내거나 미사여구로 덮을 생각 없이 솔직하게 쓰면 쓸수록 글은 담백해지고 말하고 싶은 내용은 명확해진다. 이것이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알게 되는 요령 아닌 요령이다.


그리고 종종 생각해 본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통해 무엇을 원하고 꿈꾸는지, 브런치에 연재를 하면 다들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생각거리니까.


'선정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고. 그런데 이왕이면 내 거 읽어주면 좋겠다. 진짜 솔직하게 썼는데-.'

담백한 글이 잘 읽힌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유인이 되고나서 요즘 뭐 해?라는 질문에 '어디엔가 글을 종종 쓴다'는 자신 없는 대답으로 넘어가고는 했는데, 그동안 겹겹이 쌓인 브런치에서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도 증명할 수 있는 셈이니까.


전시될만한 글이라는 건 읽힐만한 글이라는 것이고, 주제에 맞는 글이라는 것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영감을 줄 만한 글이라는 뜻 아니겠나. (아님 말고)


그렇게 내일,

서촌 유스퀘이크에서 열리는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어딘가에 내 글도 전시된다.


내게 브런치 팝업이 주는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나 달라졌다. 1년 전에는 평범한 방문객이었지만 1년 후 열리는 행사에는 내 글 하나를 그곳에 두게 됐다. 어떻게 전시됐을까 설레기도 하고,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애써 나는 쩌리짱이다 별 거 없을 것이다 하고 최면을 거는 중이다.


전시된다는 이야기를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용기를 내어 알려줬는데, 괜히 알려준 것 같다.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돌아와서 필명을 다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역시 시작해 보길 잘했다. 삶의 한 방향이 글을 쓰면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글에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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