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팝업에서
비가 올 것이라는 소식과는 다르게 유난히 깨끗한 가을 하늘이 예뻤던 지난주 목요일. 브런치 10주년 팝업에 다녀왔다. 그것도 가족들 모두 대동해서 팝업 전시 오픈런을 했다.
쑥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전시됐을지도 모르니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구경하고 돌아오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생각보다 오픈 시간대에도 방문객들이 꽤 있었다.
"나 퇴사하고 쫌 쫌 따리로 글 쓴다고 했잖아. 그게 어디에 전시가 된다고 해."
나만 혼자 보고 올까 하다가 어쩐지 비밀로 할 이유도 없거니와, 내심 퇴사하고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차마 물어보지 않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을 터. 그들에게 이 정도는 비밀로 만들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그들은 기다렸단 듯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전시가 되는 것인지 질문 세례를 쏟아냈다.
"나만을 위한 전시가 아니고 나도 어떻게 전시되는지 몰라. 그러니까 엄청나게 기대하지 마. 차라리 가을 나들이를 하러 서촌에 오는 건데 그 길 옆에 우연히 전시장이 있어서 구경 오는 거라고 해줘!"
괜히 말했다 싶은 후회도 한 스푼, 이 사람들이 내가 어떤 글을 썼는지 기대를 하고 팝업 현장에 오겠다는데 뭣도 없으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과 부담감도 한 스푼. 가는 길 내내 이 전시장에 오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필명으로 어떤 글을 쓰는지 낱낱이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필명 속에 숨어서 용기를 내 겨우 이렇게 글을 쓰는데 내 실체를 아는 사람들을 흐린 눈 한 채로 솔직한 글을 쓸 수 있겠냐고. 왜 나는 아직도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러울까? 부끄러움이 아니라 쑥스럽다 쪽이 더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하나의 플랫폼이자 서비스가 10년 동안 사람들 곁에 있었다. 브런치는 내가 첫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같은 해에 태어난 서비스다.
나는 10년이 조금 안 되던 시기인 작년 퇴사를 하고 업계를 떠났다.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길다면 긴 인생 더 재밌는 내 일이란 것이 있을까 조금은 막막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탐험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자유인이 됐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꽤 길고, 스스로가 잘 가고 있는지 이 길이 맞는지 그 존재와 가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내볼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나대로 답을 냈고 브런치는 이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서비스 존재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작년에 우연히 방문한 팝업에서 내 필명을 만들고 첫 글을 썼던 기억이 전시장 한편에 예쁘게도 걸려있는 내 글과 이어지면서 기분이 묘했다. 1년 뒤 방문객이 작가가 되어 마주하는 운명적인 스토리를 나도 가져보게 됐다. 정말 꿈을 쓰니 현실이 됐다.
10년의 역사와 그 안에서 태어난 많은 글과 책, 작가들을 보며 나처럼 누군가는 꿈을 꾸며 돌아갔을까?
평일 이틀 동안 각각 다른 팀들과 함께 총 세 번 방문했다. 유난이다 싶을 정도의 방문과 관심에 이름표도 제대로 못 걸고 어깨는 한껏 쭈구리가 되어 돌아다녔다. 유명인이 되겠다고 나대고 다녔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깜냥이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작가인걸 아는 가까운 사람이 이제 10명이나 된다니. 너무 쑥스러운 나머지 신분 세탁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러기엔 내가 아직 아무 영향력이 없어 번거롭기만 할 거라고 말렸다. 일리 있는 말이어서 반박은 딱히 못했고, 그냥 계속 장진진으로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정말 큰 용기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장에서 눈길이 갔던 부분 중 하나. 3층까지 이어진 전시를 보고 다시 내려오면 누구나 글 꿈을 꾸게 하는 공간을 만든 사람들이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10년 동안 이 공간과 서비스를 지키고 가꿔온 사람들은 엔딩 크레딧에 담아야 마땅하다.
솔직한 글에는 힘이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글들은 솔직하다. 솔직하게 쓰는 것은 멋있게 쓰는 일보다 어려운 것을 안다.
그러니 필명 뒤에 숨어서라도 그런 글을 쓰는 연습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10주년 팝업 현장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