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의 유혹, 완주

마지막 연재

by 장진진

오늘로써 연재 마지막 여정이다. 30화라니! 내가 일주일에 하나씩 30개의 글을 써냈다.

밀리지 않았고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글을 쓰는 근육이 붙었고 글을 쓰지 않았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을 마주했다.


그런 의미에서 회고를 한번 해볼까?


JUST DO IT.


뭐든 일단 하라는 유명한 이 광고 문구는 가장 행하기 어려운 주제에 너무나도 짧고 쉽게 쓰인 것 같아 약 올랐다. 그리고 그게 브런치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이래서 안 해, 저래서 안 해.

하지 못 하는 이유는 쉽게 떠오른다. 포기하는 마음과 핑계는 실행력보다 먼저 나서 미리 방어막을 치기 일쑤다. 그런 내 모습이 싫은데도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아예 의식적으로 글을 남겨보자, 그럼 연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뭐든 하겠지 싶었다.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글을 쓰기 위해 의식적으로 운동을 가고,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기 위해 움직인 적도 많다. 내가 무엇에 대해 하기 싫다고 저항했는지, 어떤 핑계와 변경으로 합리화를 했는지 때때로 반성도 하면서 끌고 왔다. 흐지부지 연재를 끝내기 싫었고 이것도 못하면 뭐든 못할 것 같은 불안함마저 들었다.


이게 누구와의 약속인지, 글을 쓰기 위해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저항을 이겨낸 것을 남긴 것인지 헷갈릴 때쯤이면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응원해 줬다. 참 신기하지-. 글에 대한 이야기나 자신의 경험담, 무조건적인 응원을 받아보는 무해함 속에서 그렇게 신인 작가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가끔은 일 그만두고 뭐 하고 지내냐는 평범한 안부에도 예민해졌다. 사람들의 의도나 가시 없는 말에 괜히 나 혼자 자격지심과 불안감에 뜨끔할 때도 있었다. 늘 있었던 명함이 없다는 것, 소속이 사라졌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큰 집단에서 벗어난 은둔형 외톨이가 된 기분. 근데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로 만든 게 셀프 커스텀인... 그래서 뭘 해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이 감정에 대해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던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노력이 기반되지 않으면 현실과는 점점 동떨어진 자기만의 세상에 갇히기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내 존재감을 미미하게라도 어딘가에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남들이 내 글을 본다는 것은 지금도 쑥스러운 일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무엇인가를 하는 중이다'라고 말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으로 브런치에서 일상을 글로 남기는 것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지난달에는 브런치 10주년 팝업에 글을 전시하며 의미 있는 피날레를 장식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동안 집에서 먹고 논 것만은 아니다. 나도 무엇인가를 했다'라고 조금 앞단긴 연말 성과 보고서를 제출한 기분이었다. 아무도 나를 압박한 적이 없는데 살았다-싶은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 자리에서 내년 이 자리에 또 있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글을 계속 쓰면서 존재감을 키우겠다고. 딱히 증명할 대상은 없지만 굳이 찾자면 나 자신이겠지?


내 속에서 들끓는 <안 해의 유혹>은 아마 평생 계속되겠지만 글로 남기는 여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


(끝)



안녕하세요! 그동안 <안 해의 유혹>을 읽어주신, 읽어주실, 읽어주셨던 많은 독자 여러분-

저도 이런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완결이 난 뒤에 작가 코멘트랄까요?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제 공간에 이렇게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존대로 글을 쓰면 그게 그렇게 어색하더라고요. 그런데 분명 누군가는 제 글을 보고 간다는 것을 연재 내내 알게 됐으니까, 마지막은 이렇게 바로 제 앞에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진짜 멋쟁이 작가처럼 당당하게 멘트를 날려볼게요. 어차피 제 공간이니까... 뭐 상관없겠죠.


저는 아직도 매일매일 나태함과 싸워요. 아침에 일찍 눈 뜨기 싫다부터 시작해 운동 빠질까, 그냥 가만히만 있고 싶다 등등... 이런 유혹 속에서 연재를 빌미로라도 빠져나올 수 있었던 시간들이 꽤 됩니다. 약간의 강제성이 저에게는 맞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연재일이라는 숙제를 매주 주고 나니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연재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이 있어요. 호기심 가득하고 적극적이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은 어쩜 제가 살짝 원했던 추구미였는데, 허상 같아요. 그냥 저는 저더라고요. 그 마저도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알 수 없었겠죠?


셀프로 강제성이 부여된 연재였더라도 드라마틱하게 제 일상에 변화가 생기거나 성격이 바뀌지는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그러기엔 30화가 참 짧네요. 연재는 여기서 마치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나태함을 이겨내고 뭐든 해보겠습니다!


첫 연재. 글 쓰는 성장통을 짜릿하게 맛볼 수 있었어요. 그 여정을 함께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11.05

장진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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