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4-25
맞은편, 나에게 책을 빌려가셨던 만 58세 환우 아주머니께서 어제 찍은 펫시티 결과를 듣고 오셨다. 혈변을 보기도 했다는 아줌마는 정기 건강검진으로 대장의 용종을 떼어내고 하나는 악성이 의심되어 검사 차원에서 입원하셨다. 펫시티로 다른 곳에 전이가 없는지 확인하고 오늘 보호자만 상담을 받았다 한다. 결과는 참담했다. 담당교수님은 악성 종양이 몸 여러 곳에 전이되어 있다며 4기 진단을 하셨다 한다. 통증이 전혀 없으셔서 그런 것일까. 듣는 우리가 마음이 아픈데 말씀하시는 당사자는 너무도 덤덤했다. 우리 방 환우들 모두 숙연해졌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옆 베드 아줌마도 말씀을 이어가셨다.
"나도 전혀 아프지 않고 멀쩡했는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길래 검사했다가 암 선고를 받고 스탠드 시술하고 나서부터 완전히 아픈 환자가 되더라고요."
......
<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아마 이 책들을 읽었나 보다)
........
CT를 찍고 왔다. 결과가 좋을 것이다.
피검사에서 면역 수치가 떨어져 있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란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의 삶이 멋지다. 그런데 의문스럽다. 8세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의 친구 집에서 살다가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독립했는데도 특별히 아픈 기억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에 대한 배려일까. 그 시대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
맞은편 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님께서 원래 폐조직 검사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폐조직 검사'라는 것이 암 판별률이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급여로 130만 원이나 부담해야 하는 검사임에도 50%만 판별 가능하다니. 아주머님께서는 남편이 병원에 오면 더 속 시끄럽다고 자주 말씀하시곤 했는데 정말 병원이 난리가 났다.
아저씨께서는 항암과 병원에서의 모든 검사 및 수술이 사람의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하시며 수술할 때의 수술도구들로 인해 암들이 더 퍼진다는 괴변을 늘어놓으셨다. 실제로 아주머님께선 다른 병원에서 폐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으신 적이 있는데 아저씨가 민간요법으로 베이킹 소다와 꿀을 섞어 매일 아주머님께 먹이셨단다... 이게 무슨... 아저씨가 그 난리를 치면서 치료 거부의사를 밝히고 결국 퇴원수속을 밟고 있는 와중에도 아주머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조직검사라도 해 보라며 병실 사람들이 다 말리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저런 분과 어떻게 이 오랜 시간을 살아오신 걸까. 결국 우리 병실 환우들은 아주머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다들 마음이 상했다. 아주머님은 그래도 남편 편을 들었다.
"남편도 나름의 방법으로 내가 아프지 않고 죽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는 말씀을 하셨다. 살다 보면 부부는 서로 닮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아주머님네 부부를 보면서 그 말이 절반만 맞다고 확신했다. 부부가 저리 안닮기도 쉽지 않다.
아주머님이 외래로라도 꼭 다시 치료받으실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