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자신이 생각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by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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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 직장에서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 중에서 의외로 지나친 걱정과 염려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의외로’라고 표현한 이유는 ‘저렇게 활달한 사람이 설마 그런 걱정 때문에 괴로워할까?’ 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면 화통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항상 리더 역할을 해서 쓸데없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느껴지지 때문입니다.


준성 씨가 그랬습니다.

“남들은 잘 모르지만, 제가 원래부터 사소한 일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고 미리 걱정을 많이 하는 타입이에요. 남들보다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이죠. 그러다 보니 겉으로 표시는 안 나도 속으로 엄청 긴장을 해요.”


그는 남들보다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도 유전이 되느냐고 물으면서 자기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걱정이 많은 분이었어요. 사소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죠. 항상 확인하고 점검해야 편해하셨어요. 자식들이 집에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안절부절못하셨어요.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항상 조심하고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평생 품고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그랬어요. 부엌을 들어가보면 그 어려운 형편에서도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집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어머니가 나에게 깔끔하게 살아라, 완벽하게 살아라, 하고 강요하신 적은 없지만 나도 어머니를 보고 배운 것인지, 아니면 피는 못 속이는 것인지 흐트러져 있는 것이나 빈틈, 실수를 못 견딥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나 자신이 불안해서 견디지를 못해요.”


걱정은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실수를 막고 완벽을 추구하게 하는 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철학자 키르케고르Sören Kierkegaard는 이렇게 말했죠.


걱정은 사람을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준성 씨도 그랬습니다. 걱정하는 습관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걱정하는 습관이 도움이 됐어요. 과거의 실수를 떠올리는 것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죠. 직장 상사들은 나에게 준비성이 강하다, 책임감이 강하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어요. 나 같은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우쭐해지기도 했지요. 그래서인지 승진도 남들보다 빨랐어요.”


그런데 준성 씨가 나를 찾은 이유는 근래에 있었던 한 가지 실수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실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를 머릿속에서 떨쳐버릴수 없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회의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어요. 다른 때 같으면 조금 긴장은 해도 큰 어려움 없이 발표하고 질문도 받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다는 느낌이 있어서 왠지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회의 때 스크린에 띄운 발표 파일이 내가 최종본으로 준비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어요. 발표를 시작한 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알게 되어 중간에 바꾸기도 뭣해서 그냥 진행했는데, 자꾸 실수한 것이 떠오르고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다 보니 발표가 잘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가슴이 뛰면서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레이저 포인터를 잡은 손까지 덜덜 떨려서 그 자리에 서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사장님을 비롯해 중요 직책에 있는 분들이 다 모여 있었거든요. 여간 낭패가 아니었죠.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다른 회의에 참석할 때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회의 시작 전부터 불안했습니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만 가도 왠지 나에 대해서 뒷담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을 피하게 되더군요. 최근에는 아침에 일어나기도 싫고 회사 가는 것도 싫어졌어요.”
ad.jpg = 출처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실수를 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마음을 자꾸 곱씹었습니다. 당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도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해도 잘 조절되지 않고, 그럴 때마다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혼자 있을 때도 긴장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잠이 쉽게 들지도 않고 잠이 들어도 금방 깨고 깊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낮 동안에도 피로감을 느끼고 활력도 점점 떨어졌습니다.


생각의 엔진이 꺼지지 않는 것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그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마치 그 일이 해결된 듯한 착각에 빠져서 심리적 고통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걱정이 걱정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자기도 모르게 걱정에 중독되어버리죠. 그래서 생각 속에 빠져들면 들수록 현실에서는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 불안을 일으킨 근원을 제대로 찾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각 속에 빠져 실제 행동으로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기회를 날려버리거나 그럴 수 있는 힘조차 잃어버리게 됩니다.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해서 생활을 이어나갈 활력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는 준성 씨처럼 사람들을 피하고 회사도 가기 싫어집니다. 생각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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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제라도 먹어야 할까요?” 준성 씨가 묻습니다. 그러나 과연 약이 모든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혼란에 빠뜨리는 무의미한 시간의 터널이 입을 벌린다면 항상 소마가 대기하고 있을 거야. 유쾌한 소마가 있지.”

소마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약으로, 인간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과연 현실세계에서 이런 소마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존재한다면 여러분은 걱정이 있을 때마다 소마를 먹고 걱정과 불안을 날려버리고 싶나요?

병적인 수준으로 심각한 불안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걱정과 염려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약에서 찾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과거의 실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이제는 잊자고, 미래에 내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니 이제는 신경을 끄자고 아무리 되뇌어도 걱정 많은 영혼을 달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걱정의 40퍼센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고 30퍼센트는 이미 벌어졌고 22퍼센트는 아주 사소한 것이고 4퍼센트는 바꿀 수 없고 단지 남은 4퍼센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퍼센트는 쓸데없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이야기도 실제 걱정이나 염려를 줄이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걱정이나 염려 때문에 자신이 생각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의 여섯 가지 경우처럼요.

(1) 과거의 일이 자꾸 생각나고 그것과 연관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2) 사소한 잘못이나 흠결이 자꾸만 눈에 거슬릴 때
(3)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질 때
(4) 마음이 혼란스럽고 별일 없는데도 바쁘게 느껴질 때
(5) 비교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따지려 드는 마음이 솟아오를 때
(6) 움직이지 않고 생각 속으로만 함몰된다고 느껴질 때

위와 같을 때는 ‘내가 생각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점검해야 합니다. 찬찬히 내 마음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세요. 걱정이라는 생각을 통해서 세상을 보지 말고 내 마음의 걱정을 보십시오.


‘제기랄, 너무 불안하고 걱정돼!’라고 짜증 내기보다는 ‘내가 지금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구나’ ‘내가 지금 불안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자기 마음을 관찰하세요. 그래도 걱정이 많고 염려가 많다면 ‘5분 법칙’을 추천합니다. 생각을 깊이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민이 좋은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은 대체로 생각하기 시작해서 5분 안에 판가름이 납니다. 5분 동안 실컷 고민에 빠진 뒤에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1) 고민을 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나?
(2) 고민을 했더니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나?

만약 (1)이나 (2) 둘 중 하나라도 ‘예’라는 대답을 한다면 계속 고민해도 됩니다. 5분 이상 고민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둘 다 ‘아니요’라면 고민을 계속해봐야 기분은 더 나빠지고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고민이 효율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5분 안에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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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걱정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실재의 일 때문이 아니라
가상의 생각 때문입니다.
세상 근심 걱정은 거의 대부분 상상의 산물입니다.


그러므로 걱정하는 일이 생겨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가지면 오히려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 일어나기를 오히려 바란다면, 생각의 의도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어 걱정도 사라집니다. 이런 치료법을 ‘역설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고 합니다. 준성 씨의 경우라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될 수 있겠지요. ‘일부러 손도 떨고 목소리도 떨어보자. 그냥 발표를 망쳐버리자’라는 역설적인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역설 의도’ 치료법의 개발자인 프랭클 박사는 불안발작이 일어날까 봐 항상 걱정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어제는 불안발작이 두 번 일어났어. 지금은 이른 아침이니까, 오늘은 세 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거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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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문제에는 선명한 해법이나 단순한 원리가 없습니다. 타인이 거쳐간 길은 그것이 아무리 좋고 옳아 보여도 절대로 내것이 될 수 없으니까요. 마흔의 마음 공부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음 공부가 필요할까요?


바로, 마음 공부의 핵심은 상실의 고통을 끌어안고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마흔이 되는 서른에게, 동시에 마음은 아직도 서른에 머물러 있는 마흔을 위한 이야기를 글에 담아두었습니다.


마흔의 길목, 없어질 것만 보지 마세요.

당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소중한 것이 더 많으니까요.


-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읽어보기 > http://bit.ly/2OoRc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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