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판정

인간은 언제 죽는가

by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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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들어 김수현 중사는 자신이 군인 체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하사관에 지원했을 때는 분명 직업 군인이 천직이라고 믿었는데, 강원도 고성 GOP에서 실제 실탄이 들어 있는 탄창을 들고 경계를 서다 보니 ‘이걸 사람에게 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사격 훈련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지만 그때 쏘는 건 타깃일 뿐이다.

‘에이, 사람에게 사격할 일이 생기겠어?’

수현은 생각을 쫓으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앞에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연석아, 이쪽으로 조명 좀 비추라고 초소에 연락해라.”

수현은 뒤따라 오는 황연석 상병에게 조용히 지시했다. 보통 이 시간대라면 고라니가 출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무전 후에 조명 방향이 바뀌어 수현의 앞쪽을 비추었다.

“어?”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그것의 외형은 분명 사람의 상체였다. 같은 부대원이 올 방향은 아니었다.

수현은 서둘러 쪼그리고 앉아 수하를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그때 조명에 상대의 얼굴이 비쳤다. 수현은 전신을 감도는 공포감에 어쩔 줄을 몰랐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본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투쟁 혹은 도피.

수현은 조종간을 안전에서 자동으로 바꾸었다. 이걸 사람에게 쏠 수 있을까, 하던 의문은 사라졌다. 살려면 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사격 명령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수현은 방아쇠부터 당겼다.

다다다다닷!

뒤에 있던 황연석 상병은 난데없는 총격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분명 총에 맞았다. 수현은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그 사람, 아니 그것은 수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수현은 새로운 탄창으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다시 총격!

그래도 그것은 계속 다가왔다.

“쏴! 연석아 쏴!”

황연석 상병은 그저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수현은 마지막 한 발까지 그것에게 퍼부었고, 겨우 몇 걸음을 남기고서야 그것은 쓰러졌다.

이미 부대는 발칵 뒤집혀졌다. 북쪽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초소장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그리고 수현과 바닥에 쓰러진 그것을 번갈아 보았다. 그것은 비록 피에 얼룩져 있기는 했지만 확실한 북한군복을 입고 있었다.




2

“지금부터 김수현 중사 건 심리를 시작하겠습니다.”

제2지역군사법원 2재판부 법정은 조용했다.

“김수현 중사는 어떤 사격 명령도 받지 않았음에도 공격 의사가 없는 신원미상의 인물에게, 아무런 경고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사격을 가한 것을 인정합니까?”

군검사가 물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묻는 질문에만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수현 중사는 귀순하려는 북한군을 공비로 몰아 사살함으로써 포상을 받으려 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까?”

“아닙니다. 전 단지 살고 싶어서…….”

수현은 거기까지 말하고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죄책감이 아니라 그날의 공포가 다시 살아난 탓이었다. 그것은 결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수현은 ‘군인이 무기를 이용해 국민을 살해했다’는 살인죄 피의자로서 재판을 받고 있다. 어떻게 넘어 왔는지는 모르나, 한국 쪽으로 온 북한 주민은 한국 국민으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수현을 변호하는 이정섭 변호사는 새로운 증인을 신청했다.

“이번에 ‘그것’을 부검한 박태호 군의관님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운동선수와 같이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답했다.

“군의관님, 이 부검보고서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군의관님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군으로 보이는 그것의 사망원인이 ‘미상’입니다. 총격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정황상 총격에 의한 사망이 맞겠죠. 하지만 의학적 소견으로는 믿으실 수 없으시겠지만, 이미 사망한 지 최소 일주일은 지나 있었습니다. 초파리 유충이나 구더기 발달 상태로 보아, ‘최소한’이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그러니까 이미 죽어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부검 소견은 그렇습니다. 다만, 목격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당시 걸어왔다고…….”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이정섭 변호사는 말을 잘랐다.

“재판장님, 적어도 이 재판은 살인죄를 묻는 재판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 감히 제안드립니다. 죽은 사람을 또 죽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군검사 측은 반발하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수현은 살인죄를 벗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다른 죄목으로 기나긴 재판을 치러야 했을 테지만, 재판은 그리 길게 열리지 못했다.

수현이 살인죄를 벗은 그날로부터 딱 사흘 후, 북한에서 또다시 넘어온 그것을 귀순자로 받아주었다가 한반도 전체에 좀비 사태가 발발했기 때문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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