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가 부릅니다. '비누'
비누는 여행을 떠났다.
이미 반쯤은 녹아버린 비누였다.
몸이 이 정도로 녹을 만큼 삶이 의미 있었는지 비누는 궁금했다.
어느 비가 내리는 날,몸이 더 녹을까 두려웠던 비누는작은 오두막으로 몸을 피했다.
오두막 벽난로에는 벌써 장작이 타고 있었다.
‘몸을 좀 녹여볼까?’
몸이 녹을까 봐 피해서 들어왔던 비누는 몸을 녹여보려는 자신의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잘 오셨어요. 환영합니다.”
비누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온화한 얼굴의 누군가가 있었다.
“이 오두막의 주인이신가요?”
비누가 물었다.
“나도 여행자입니다. 다만 이 주인 없는 오두막으로 누군가 나를 데리로 올 때까지 잠시 머무르고 있습니다.”
여행자가 말했다.
“마침 잘됐군요. 그러면 비가 그칠 때까지 저와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떨까요?”
“좋죠.”
비누가 제안하자 여행자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 제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서
그 답을 찾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비누가 말했다.
“어떤 일을 하셨는데요?”
“전 때를 지우고 다녔습니다. 거품이 보글보글 나면 내 안으로 때를 받아들여 지웠어요. 그런데 무엇인가를 지우기만 했지 새로 만든 것은 없는 것 같아서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비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여행자가 입을 열었어요.
“제 생각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일인 것 같습니다. 때를 지우는 건 무엇인가를 없앤 것이 아니라새로운 것이 생길 기반을 만든 것이니까요. 하루의 때를 말끔히 씻어버려야 새로운 일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비누 님은 무엇인가를 없앤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이죠.”
비누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면 이제 여행자 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도 비누 님과 비슷한 일을 합니다. 다만 전 몸의 때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죠.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으면, 다음 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답니다.”
“과연 그렇겠군요. 저는 거품을 내서 몸을 때를 씻어내는데, 여행자 님은 어떻게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나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죠. 위로도 있고 공감도 있죠. 그런데 보통은 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치료된다고 하더군요.”
“대단하네요. 여행자 님은 마음의 비누네요.”
감탄하던 비누는 작은 창 밖으로 비가 그치는 걸 보았다.
이제 다시 돌아갈 때다.
밖으로 나서려던 비누가 물어보았다.
“그런데 여행자 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여행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 ‘대화’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부모님이, 애인이, 친구가, 혹은 아이들이… 그 누구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데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비누는 대화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대화님과 대화를 나누니 제 마음도 이제 새로워지는 것 같아요. 전 이제 제 일을 하러 돌아갑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저를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Be New. 그럼 안녕히 마음의 비누 님.”
비누는 손을 흔들고 떠나갔다.
대화는 비누의 뒷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마음의 Be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