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사랑하는 사람들
“지금부터 한때 아홉 멤버의 하나였으나 지금은 퇴출된 그를 추앙하는 팬클럽 18차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팬클럽 회장인 혜원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팬클럽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 모인 회원은 단 세 명. 기존 멤버보다 수가 적다.
“그런데 이미 퇴출된 멤버를 추앙하는 것보다, 아직 남아 있는 멤버를 추앙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우석이 말했다.
우석은 3년 전부터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는 회원이었다. 네이버 카페로 가입한 시기는 그 전이었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한 번 참석한 후로는 매번 빠지지 않았다. 혜원의 마음을 얻으려는 목적이었다. 각진 턱에 날카로운 턱선과 콧날 그리고 진하고 검은 눈썹. 거기다가 키는 170센티미터를 넘는 혜원의 외모를 고려하면 충분히 빠지고도 남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우석은 3년 동안 혜원의 마음을 얻으려 여러 모로 노력했지만, 혜원은 우석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니 3년 전과 동일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즉, 아무 관심이 없다.
“퇴출이 되었다고 해도, 내 마음에서는 퇴출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추앙의 대상이 바뀝니까. 우석 회원이 만약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우리 클럽과 함께할 수 없습니다.”
혜원은 차갑게 말했다. 우석은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는 않았다. 분명 나를 의식하는 것일 테다. 우석이 자리를 비우면 이제 나와 혜원 둘만 남는다. 우석은 그걸 그냥 두고보지 못했다.
“그럼 오늘 모임의 주제인 카론 문제를 상의했으면 합니다.”
내가 손을 들어 이야기를 꺼냈다. 이걸로 난 혜원에게 조금 더 점수를 땄다.
“네, 오늘은 카론 문제를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카론을 추앙의 대상에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혜원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카론까지 추앙하자고 하는 건 오버 같아. 난 지금 우리가 추앙하는 그를 계속 추앙해야 할지 말지부터 정하는 게 좋겠어.”
우석은 이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대기업 무슨 연구원에서 일한다는 게 무슨 벼슬이나 되는지 떠벌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존대말을 생략하곤 했다. 간혹 모임에서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건 혜원이 제지했다. 모든 회원은 평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솔직히 나는 좀 얻어먹고 싶었지만, 혜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회장님, 전 카론도 추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카론이 없으면 존재하기 힘들다고 하는 연구도 있는 걸 보면, 카론과 그는 둘이지만 결국 하나이지 않을까요?”
난 혜원에게 말했다. 혜원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우리의 추앙 대상은 그뿐입니다. 그게 무너지면 우리 존재 자체가 의미 없게 됩니다. 그래서 카론까지 추앙하는 건 전 반대입니다만, 지형 회원님의 의견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내가 3년이나 지켜봤는데, 이렇게 우리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게 모슨 소용 있어? 그는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해. 그냥 술 한 잔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고.”
우석이 또 퉁을 놨다.
혜원의 표정에 불만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왜 우석은 이런 걸 눈치채지 못할까? 혜원과 사귀는 게 아니라 혜원을 추앙해야 하는 거라는 것을.
“회장님, 그러면 아주 좋은 방안이 생각났습니다. 카론을 우리 명예 회원으로 등록하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카론은 그를 24시간 추앙하는 첫 번째 존재였습니다. 카론을 명예 회원으로 등록하고 첫 번째 추앙자로서 지위를 인정해주면, 우리 모두는 그를 추앙하면서도 카론까지 인정하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이룰 수 있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의견입니다. 명예 회원으로 카론을 등록하도록 하겠습니다.”
혜원은 내 의견에 엄청나게 반색했다. 가까이 다가와 내 손을 잡을 정도였다. 혜원과는 첫 번째 접촉이었다.
그때 우석이 벌떡 일어났다.
“난 이제 못하겠어. 너희 모두 미친 것 같아. 카론을 회원으로 등록한다고? 내가 비록 천문학이 취미라 재미로 가입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 정신차려! 카론이나 플루토나 그냥 돌덩이라고. 뭘 추앙하고, 뭘 가입시켜? 소꼽장난 너희끼리 해라. 난 이제 탈퇴한다!”
우석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우석이 나가버린 게 나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 이제 나만의 플루토, 혜원만 남았으니 말이다. 나와 혜원은 웃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플루토와 카론이 그러하듯이. 나는 이제 카론처럼 혜원을 추앙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명왕성 팬클럽’이다.
- 끝 -
사족: 카론은 현재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의 위성입니다. 카론은 달이 지구에게 그러듯이 항상 명왕성을 보고 공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