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가수

오십이면 한창이지

by 은상

천재 가수

- 은상’s #인스타소설



“안녕하세요. 언제나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올해 새 앨범을 발표한 천재 가수 김도형 님을 모시겠습니다.”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내 대표 음악이 흘러나왔다. 벌써 20년이 넘은 노래인데 아직도 내 대표곡이다.

새 앨범 홍보차 토크쇼에 출연했지만,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벌써 수년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열일곱 살 때 혜성처럼 등장해서 천재 가수란 별명으로 불리셨잖아요. 그 이후로도 삼십 년이 넘개 꾸준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진행자는 또 뻔한 질문만 하고 있다.

“하하. 천재란 말은 과분하고요, 비결이라고 하면 체력이 아닐까요? 저도 올해 만으로 쉰넷이나 됐지만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술 담배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사실이었다. 스물여덟 살이 넘은 다음부터는 술 담배는 끊었다.

스물일곱 살까지는 원 없이, 아니 오히려 과하게 술 담배를 즐겼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새로운 노래는 어떤 영감을 받고 작곡했는지 진행자가 물었다.

영감 같은 건 없었다. 비슷한 패턴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몇 개 넣고, 거기다 요즘 유행하는 걸그룹의 소스를 조금 첨부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이미 매니저가 듣기 좋게 각색해둔 ‘영감’ 스토리를 읊었다.


잠시 녹화 중 쉬는 시간.

매니저도 나가라고 하고 대기실에서 혼자 조용히 쉬고 있었다. 간혹 어떤 소음도 싫을 때가 있다.

“갈 때가 되었다.”

머리 뒤쪽에서 소리가 났다.

난 뒤쪽을 돌아보았다.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승사자? 당장 생각나는 건 그 이름뿐이었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오늘 내 생명을 거두러왔다는 것이다.

“왜 이제 오셨나요? 27년은 늦은 것 같은데….”

내 말을 들은 저승사자는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건 네 재능이 딱 반이었기 때문이다.”

서글프게도 내 예상이 맞았다. 처음 가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 다들 나를 천재라고 불러서 실제로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쇼팽, 이상, 윤동주,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바스키아, 지미 헨드릭스처럼 27세가 되면 요절할 줄 알았다.

커트 커베인이 사망했을 때만해도 난 확신을 가졌기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몸을 마구 놀렸다. 하지만 스물일곱 살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이 없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사망할 때는 분노하기까지 했다. 내가 그녀보다 천재성이 없단 말인가?

그러고는 내가 천재가 아니란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나는 기쁨을 느끼며 저승사자를 따라갈 참이다.

천재의 절반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바람에 그들에 비해 딱 두 배를 더 살았지만, 내일 뉴스에서는 이런 기사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천재 가수 김도형 방송국 대기실에서 요절!’

요즘 시대에 54세면 요절 아닌가?

“자, 가시죠.”

난 저승사자에게 담담히 말했다.


- 끝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