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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암체어

Proust Armchair, 1978

by 공간여행자

이 와인오프너를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알렉산드로 멘디니를 알고 있다.

Anna G.(1994) & Alessandro M.(2003)


안나 지는 이탈리아 건축자이자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본인 여자친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여자친구의 기지개 켜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와인오프너는 얼굴 부분을 돌리면 우아하게 양팔을 위로 올린다. 마치 발레 동작 같다.

안나 지가 히트를 치자 본인이 등판한다. 바로 안나 지의 남자친구, 알렉산드로 엠으로 말이다.

(사진 속 수많은 알렉산드로 엠이 안나 지를 바라보고 있다)


Proust Armchair, 1978

1978년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더 이상 독창성은 없다’를 주장하며 프루스트 체어를 세상에 선보였다.

과거 영광을 추억하듯 거대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의자 위에 점묘법으로 수많은 색의 점이 뒤덮었다.

더 이상 새로운 창조는 없지만 기존의 것을 재해석한다는 의미일까.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건축가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이후 등장한 문화, 철학, 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탈근대운동이다.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의 모더니즘은 기능 없는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여 단순함과 합리성을 추구한다.

이에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건물들은 관공서 건물인지, 학교인지, 박물관인지 전혀 구분이 안 되는 특색 없고 지루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거나 특이한 형태를 적용하여 '난 달라'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모더니즘 건물이 말끔한 세미정장차림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형형색색 개성 강한 옷차림이랄까?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작품들은 앞 구르기를 하거나 뒤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눈에 띈다.

사용상의 편의성 면에서는 모더니즘 승!

그러나 눈의 즐거움 면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승!이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프루스트 체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의자는 다양한 색상과 패턴의 패브릭 마감 외에도 도자기, 청동으로도 제작되었으며, 마지스에서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polyethylene) 소재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2015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했던 ‘알렉산드로 멘디니展’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기념품으로 구매한 하얀 플라스틱 미니 프루스트 체어를 금색으로 도색하여 가지고 있다.

사실 모형품의 크기만 작아진 것이 아니라 형태도 몹시 단순해져 퀄리티면에서 아쉬웠지만, 구매자가 직접 채색하여 완성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즐거웠었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 1931.08.16 ~ 2019.02.18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디자이너

포스트모더니즘

https://alessi.co.kr/

https://www.magisdesign.com/

https://www.cappellini.com/fr/en/products/prou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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