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SAN
몇 해 전 가을 주말, 친구와 뮤지엄 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당시 나는 군산에 있었고, 1년 가까이 코로나로 제한된 외부활동과 타지살이로 지쳐갈 즈음이었다.
오랜만의 주말 나들이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 전날 친구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혼자서라도 가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설레며 기다렸던 마음만큼 주말 내내 괜히 친구에게 원망의 마음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계획대로 원주로 출발했다.
꽤 오랜 시간을 달려 뮤지엄 산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며
'이곳에 오길 잘했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울긋불긋 단풍 진 나무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으로만 담는 것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꽃의 정원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두고 땅을 밟으며 나는 잠시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싶었다.
눈 부시게 하얀 자작나무들이 반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들판 한복판의 작품은 마크 디 수베로의 For Gerald Manley Hopkins(1995)이다.
바람이 불면 머리 부분이 돌아간다.
물의 정원과 본관
뮤지엄 산의 시그니처인 물 위의 붉은 산 같은 조형물(Archway)과 그 너머에 본관 건물이 보인다.
뮤지엄 산은 건축가 안도타다오가 설계를 맡았다.
본관 건물의 외부는 파주석*으로 마감되어 있어 잠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 맞나 싶다.
(*경기도 파주의 파주석이다. 덧붙여 연못바닥의 돌은 충남 서산의 해미석이다.)
그러나 내부에 그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본관에서는 한솔그룹의 '종이 관련 상설전시'와 갤러리 소장품인 '디자인 의자'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돌의 정원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한 야외 조각공원이다.
스톤 마운드 사이사이 조각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관람 외에도 뮤지엄 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격은 좀 있지만, 통합권을 조심스레 추천한다)
1. 제임스 터렐관(James Turrell)
촬영이 금지된 곳으로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이동한다.
제임스 터렐은 빛과 공간을 주제로 작업하는 미국 출신의 현대미술가이다.
스카이 스페이스, 스페이스 디비전, 호라이즌 룸, 간츠펠트, 웨지워크의 총 5개의 작품을 투어형식으로 감상하게 된다.
착시를 이용한 공간 작품으로 인상적이었다.
2. 명상관에서 요가
명상관은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 산 개관 5주년 기념으로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마치 돌무덤처럼 대지에 나지막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명상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방문 당시에는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은은하게 울리는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조절하고 머릿속 잡념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3. 판화공방의 체험 프로그램
당시에는 실크스크린을 할 수 있었다. 몇 가지 디자인 안 중에서 짙은 녹색의 몬스테라 그림을 골랐다.
그 아래에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새겼다.
'자연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라
그러면 너는 모든 것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확인해 보니 지금도 실크스크린, 판화, 머그컵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보통 전시 콘텐츠가 좋은 경우, 전시를 보고 난 후 여운이 오래 남는다.
뮤지엄 산을 다녀온 후 직접 걷고, 보고, 만지고, 온몸으로 느꼈던 그 공간들이 생생히 남았다.
뮤지엄 산은 공간콘텐츠가 좋은 곳이었다.
주말 아침 취소된 약속에 잠시 시무룩했지만, 그날 나는 알차게 뮤지엄 산을 즐기고 왔다.
다만, 두 번째 방문을 주저하게 된다.
1편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기대보다 못한 2편이 될까 봐 말이다.
뮤지엄 산
2013년 5월 개관
강원도 원주시 지정명 오크밸리 2길 260
매주 월요일 휴관
https://www.museumsan.org/museum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