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서울인가 런던인가?
전날도 비행기 안에서도 잠을 거의 못 잔탓에 비몽사몽으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지하철로 숙소까지 갈 수 있다길래 보라색 라인을 찾아 전철에 짐과 짐 같은 내 몸을 옮깁니다.
우리나라 5호선을 닮은 보라색 라인, 엘리자베스 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노선은 영국의 최신식 지하철입니다.
유럽 지하철들의 악명과 달리 쾌적한 지하철 덕분에 속소에 무사히 도착하여 여행 첫날을 마무리합니다.
아직 서울인지 런던인지 분간이 안 가는 풍경이 조금 아쉽지만 말입니다.
다음날 본격적인 관광모드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타워 브리지'를 보는 순간 이곳이 런던임을 실감합니다.
다리에는 두 개의 기품 있는 멋진 탑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심한 구조와 장식에 또다시 감탄합니다.
타워 브리지는 1894년 완공되었습니다.
템즈강은 바다로 이어져 큰 배가 들어와야 하는 경우가 있기에 다리가 중앙이 갈라져 위로 올라가는 도개교로 만들어졌답니다.
이 다리의 계획 당시 런던 시의회에서 내건 조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타워 오브 런던의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
저 멋진 다리 위의 탑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현재는 런던탑보다 다리 위의 탑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탑에 이어진 다리는 두 개인데요.
아래에 있는 다리는 사람과 차가 건너는 다리이고 위에 있는 다리는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다리입니다.
이곳은 타워 전시관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계단을 통해 다리가 있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고, 다리 중간에는 투명한 바닥이 있어 아래를 볼 수 있습니다.
이 투명 바닥을 피해서 지나는 분들도 꽤 있으시더라고요(고소공포증,,,).
템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여러 개 있는데요.
그중 런던의 상징인 타워브리지 외에 다른 두 개를 더 소개할까 합니다.
타워 브리지 이전 런던의 상징을 담당했던 '런던 브리지'입니다.
런던 브리지의 역사는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만큼 오래되었지만 또 그 시간만큼 부침을 겪었던 다리이기도 합니다.
나무로도 만들어졌다가, 석조로도 만들어졌다가, 도개교로 만들었다가, 다리 위에 집을 짓기도 했다가,,,
현재의 다리는 1973년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별다른 특징 없는 다리이지만 여전히 그 터만큼은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밀레니엄 브리지'입니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말 그대로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로, 사람만 지날 수 있는 인도교입니다.
이 다리는 진정한 묘미는 중요한 건축물을 직선으로 연결한다는 것인데요.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전용한 테이트 모던과 세인트폴 대성당을 이어주고 있어 템즈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 두 곳을 도보로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밀레니엄 브리지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옆으로 쫙 펼쳐진 모습이 튼튼한 지지대 같습니다
다리 자체는 최소한의 구조물만 남겨 놓은 듯합니다.
타워 브리지처럼 눈에 띄는 그 어떤 것이 놓여있지 않아서 양 끝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과 세인트폴 대성당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리 양 끝의 건물 전경까지 고려한 것이지요.
아!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널 때 바닥을 한 번 유심히 보세요.
바닥에 붙은 껌 위에 이름 모를 아티스트들이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타워브리지 위에서 보는 템즈 강 양옆의 건물 풍경들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 런던에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