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화재지역인 의성, 안동을 다녀왔다.
고속도로를 달려 의성부근에 다다르자
희뿌연 연기와 차량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매캐한 냄새를 맛볼 수 있었다.
안동에 있는 외가도 전소되었다고
어제저녁에 전화로 들었음에도
소손되거나 전소된 장비들을 보니 예상했던 거보다 심각했다.
남안동 IC 가까운 곳에 외가가 있지만
업무상 직원이랑 왔기에 들러보지 않았다.
어릴 적 방학 때마다 외가에 가서 여름과 겨울을 보냈다.
여름엔 냇가에 가서 물고기 잡고,
겨울엔 냇가에서 썰매를 타고,
산에 토끼 잡으러 덧을 놓으며 방학을 보냈다.
겨우내 외할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소여물 끓이는 냄새에 일어나면 소들이 콧김을 내뿜으며 무럭무럭 김이 나는 여물을 우걱우걱 먹는 모습이 선하다.
자다가 깨어나 마루에 앉아 별 많은 밤하늘을 보며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때면
괜히 엄마 아빠 생각에 눈물도 나곤 했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는 동네 교회에서 놀았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 본 교회 옆에 살던 아저씨가 나중에 알고 보니 권정생 작가님이셨다.
연로하신 외삼촌, 외숙모께선 안동시내에 있는 외사촌네로 피신하셨다니 다행이다.
피신하시면서 집에 있던 현금을 마당에 두고
고무대야로 덮어 놓고 오셨다니,
차가 작았던 건지, 현금뭉치가 많았던 건지
이번 주말에 어머니 모시고 다녀오는 길에 여쭤봐야겠다.
그때까지 화재가 멈추기를,
비라도 오기를,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일반차량이 안동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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