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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세경 Nov 19. 2020

1-6 작문 견본(Writing Sample)

라이팅 샘플의 의의, 작성 그리고 편집

1. 라이팅 샘플의 의의와 중요성
2. 라이팅 샘플의 작성
3. 라이팅 샘플의 편집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서류는 연구계획서, 성적증명서, 추천서, 이력서, GRE 등의 공인시험 점수 정도이며 영어권 학교에서 수학한 경험이 없거나 적은 학생들에 한해서 TOEFL 성적이 추가로 요구된다. 그리고 전공별로 특별한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라이팅 샘플(인문·사회 일부 전공) 창작물 포트폴리오(예술 실기 일부 전공)가 대표적이다. 이 글에서는 라이팅 샘플의 의의와 준비 방법을 다뤄보겠다.




1) 라이팅 샘플의 의의와 중요성

라이팅 샘플의 요구 여부는 지원하는 학교, 학과 그리고 학위 과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학과 홈페이지에서 본인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제출 서류 목록을 잘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전학, 교육학, 문학, 미술사학,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 연극영화학(연구 중심 과정), 음악학(연구 중심 과정), 인류학, 정치학, 지역학(ex. 미국학, 동아시아 문화학 등), 철학, 언론학 등 질적 연구의 성향이 강하거나 작문과 연구가 분리-불가능한 관계에 있는 학과에서 라이팅 샘플을 요구한다. 해당 학과에서는 지원자가 높은 수준의 논설문을 쓸 수 있는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이팅 샘플은 지원자의 학문적 사고력과 작문 능력은 물론이고 지적 성향, 논문 작성이라는 연구활동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국제 학생의 경우) 영어 구사 수준 등 다양한 정보을 보여준다.


가령 언론학과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한 학생이 "미국이 유럽의 문화적 영향에 경쟁심을 갖고 자국의 정체성을 구분적으로 정립하기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한 1915년에서 1935사이의 기간 동안, 미국의 공영 방송 프로그램에서 국가 상징물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비교적으로 분석하여 당시 미국의 국가 정체성 형성 전략에 대한 정치-언론학적인 통찰을 얻고자 한다"는 취지의 연구계획서를 썼다고 생각해보자. 해당 학생의 성적증명서를 보니 관련 수업을 다수 들은 성실한 학생임은 분명하고, GRE 점수를 보니 똑똑하고 언어적 감각도 잘 훈련된 것 같고, 교수 추천서에 좋은 이야기가 많은 걸 보니 우선 뽑아서 나쁠 건 없는 준비된 학생인 것 같긴 한데... 뭔가 아직 이 학생의 역량을 온전히 파악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그건 이 학생이 책을 읽고, 여러 쟁점들을 찌르는 좋은 질문을 발전시키고, 글을 통해 논리를 전개하는 일련의 과정을 커미티가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 빈틈을 담당하는 것이 라이팅 샘플이다. 커미티는 지원자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을 직접 읽어보며 그 글의 논리 전개가 얼마나 탄탄한지, 얼마나 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지, 독자를 설득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다른 지원자들보다 예리하고 창의적인 질문 능력을 보여주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팅 샘플이 갖는 중요성은 강사가 학원에 취직할 때 하는 시강이나 직원이 회사에 정식적으로 합류하기 전에 거치는 인턴 과정과 비슷하다. 아무리 화려한 이력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정작 일을 시켜보기 전까지는 정말 준비된 인력인지 아니면 그저 열심히 스펙을 쌓았을 뿐 그것을 본인의 역량으로는 흡수하지 못한 사람인지를 속단할 수 없지 않겠는가?




2) 라이팅 샘플의 작성

결국 라이팅 샘플은 지원자가 연구계획서에서 기술한 비전을 직접 실현시킬 학문적 역량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형 자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연구주제와 관련성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주제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나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가 있는 글이라면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너무 관련성이 없는 주제를 다루는 것만 아니라면, 글의 주제적 관련성보다는 높은 수준의 논리적 사고와 글을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역량 등이 더 중요 평가요소일 것이다. 지원자들 중에는 학부 수업 중에 작성한 글을 제출하는 사람도 있고, 연구계획과의 관련성이 좀 더 높은 새로운 글을 써서 제출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이 시간적 여유가 있고, 본인의 새로운 작업물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조언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글을 새로 쓰는 것도 좋은 생각이겠지만, 결국 우리가 증명해야 하는 것은 "연구계획서에서 명시한 주제를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할 역량"이지 "해당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뤄본 경험"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서 현명하게 시간을 배분하자. (물론 인접 학문 정도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진학하는 탓에 마땅히 제출할 만한 글이 없는 상황이거나, 본인의 연구역량과 논설문 작성 수준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발전했기 때문에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 현저히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될 때에는 새로운 샘플을 쓰는 것이 당연히 좋은 선택이다)


아울러, 라이팅 샘플에서는 논문-형식적인 요소들도 중요하다. 본인이 논문 작성이라는 연구 행위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적합하고 일관된 인용 형식(Citation Format)을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소제목 등을 활용하여 조직성과 가독성을 높이고, 당연히 오탈자나 문법상의 오류는 전혀 없도록 검토하자. 사실 졸업 논문이나 고학년 수업 기말 과제 등으로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논설문의 경우에는 교수나 조교의 반복적인 피드백이 이미 반영되었기 마련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논문-형식적 오류들은 없을 확률이 높다. 만약 당신이 거의 혼자 힘으로 작성한 글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용적인 부분과 형식적인 부분 모두에 관해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조언자를 확보하여 검토받는 작업을 꼭 거치도록 하자. (혼자 쓴 글은 여러 면에서 한계를 갖기 마련이니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3) 라이팅 샘플의 편집

라이팅 샘플에 무슨 편집이 필요할까 싶겠지만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학과 홈페이지에서 라이팅 샘플의 제출을 요구할 때 페이지 제한을 걸어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페이지 제한이 없는 경우도 많고, 있더라도 20-25페이지 정도로 넉넉한 제한을 걸어두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원자들에게 이 부분은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학과에서 10페이지 정도의 타이트한 제한을 걸어두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무엇보다 본인의 작업물이 30페이지가 넘어가는 장문의 글이라면 어느 정도의 편집은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본인이 기존에 작성한 글이 아닌 새로운 라이팅 샘플을 쓸 계획이라면, 본인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라이팅 샘플 페이지 제한들을 미리 확인해본 뒤 애초에 적당한 길이의 샘플을 쓰도록 하자)


기본적인 방법은 본인의 논문을 일정 부분 수정해서 페이지 제한에 맞는 짧은 버전으로 바꾸는 것이다. 논리 전개에 핵심적인 내용들은 모두 남겨두면서, 부차적인 참고자료의 양을 줄이거나 전반적으로 문체를 좀 더 간결하게 수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짧은 버전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면 별다른 코멘트 없이 그대로 제출하면 되겠지만, 분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글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면 라이팅 샘플의 맨 앞장에 "원래는 27페이지가량의 글이었으나 페이지 제한에 맞추기 위해 전반적인 수정을 가했다. 논리 전개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지만 X 파트에서 A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계자료 세 개 중 G의 맥락에서 접근하는 자료 하나를 삭제했고, Y파트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보여주는 언론 보도 자료들 여섯 개 중 세 개를 삭제했다...(후략)" 같은 안내를 삽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원본이 많이 길거나 워낙에 빽빽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글이라면, 글의 논리력이나 설득력을 심각하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페이지 수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글의 일정 부분을 통째로 생략하고, 생략된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안내를 삽입하는 식으로 편집을 하면 된다(아래의 예를 참고해보자). 즉 발췌문 형식의 글을 만드는 것이다. 맨 앞부분을 생략하고는 전반부 요약문을 제시하면서 글을 시작할 수도 있고,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전체적인 구조는 살리되 중간중간에 몇 페이지씩을 생략하고 그때마다 적절한 안내를 삽입할 수도 있고, 앞에서부터 글을 이어오다가 맨 뒷부분을 생략하고는 결론이 포함된 요약문 삽할 수도 있다. 물론 가능하다면 원본의 내용 전개를 최대한 온전히 살리는 게 좋겠지만, 어차피 안내문이나 요약문이 적절히 삽입된다면 글의 전반적인 흐름과 결론은 전달이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다만 편집할 부분과 방법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꼭 보여줘야 하는 부분들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가독성이 좋은 글을 만들어야 한다. 내용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과 깔끔한 편집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특별히 높은 수준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부분이나 자료 활용이 깔끔한 부분 등 본인의 역량을 드러내는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은 살리도록 하자. 또 중요한 부분들을 모조리 살리겠다고 글의 흐름을 해칠 정도로 조각조각의 편집을 하기보다는 적절히 큰 폭으로 적은 수의 구역을 생략하는 것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글의 맨 앞, 중간, 맨 뒤 중에서 한 영역을 통째로 생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나는 대학원 입시 당시 샘플의 뒷부분을 통째로 생략하는 대신 글의 초입에 충분한 설명을 넣는 방식을 택했다. 초입부의 안내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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