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주제 키워드 검색법 2. 학교 웹사이트 활용법 3. 그 외 각종 학술자료 활용법 4. 연구핏 이외의 조건도 고민하기 5. 연구계획서에 POI 언급하기
1부에서 우리는 미국 대학원 입시에 필요한 제출서류들을 알아보았다. 이제 독자들이 연구계획서, 성적증명서, 추천서, 이력서, 공인시험 점수 그리고 작문 견본의 의의와 준비 방법을 이해했다고 전제하고, 2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원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다뤄보겠다. 그 첫 번째 주제로서 본인에게 맞는 학교와 지도교수를 찾아내는 검색 방법을 알아보자.
1) 연구주제 키워드 검색법
1부의 내용, 특히 연구계획서의 작성방법을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본인이 지원할 학교를 선별하는 최우선의 조건은 연구핏이다. 대학원은 학부 혹은 사회에서 배운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세부 주제를 연구하는 공간이다. 즉 대학원 입시는 특정 연구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자신의 연구를 지도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교수(들)에게 연구계획서를 비롯한 서류들을 전달하여 그 연구계획의 적절성과 학생 본인의 역량을 평가받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학교가 다른 여러 조건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본인이 연구하는 주제를 지도할 수 있는 교수가 없다면 그 학교에는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지원할 학교를 찾는다는 것은 POI(Professor of Interest)를 찾는다는 것과 거의 같은 말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꼭 한 명의 완벽한 예비 지도교수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비록 연구핏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교수는 없더라도, 해당 학과 혹은 학교에 함께 일할 수 있는 다수의 교수가 있고 그들이 종합적으로 충분한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역시 좋은 조건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역사학을 전공했고 탈식민주의 철학에 기반해서 동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민사를 재상상하는 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학생은 일차적으로는 역사학과 안에서 동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민사를 연구하면서 탈식민주의 철학에도 조예가 있는 교수를 찾아볼 것이고 그런 미국 대학교 교수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탈식민주의 이론을 공부하면서 이민이라는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긴 하지만 아직 동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를 해본 적이 없는 비교문학 교수와 동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민사를 탈식민주의 이론과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다루는 역사학 교수가 함께 있는 학교라면, 상황에 따라 그 학교 역시 연구핏이 좋은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당신과 어느 정도 적절한 연구핏을 갖고 있는 POI를 발견하게 된다면, 같은 학과 혹은 학교에 보완적인 지도를 해줄 수 있는 다른 교수들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POI의 지도를 염두에 두고 해당 학과 혹은 학교에 지원했는지를 연구계획서를 통해 언급해서, 학과 입장에서도 당신의 연구계획이 그곳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예시의 경우에, 해당 비교문학 교수의 입장에서는 그 학생이 아무리 유능해 보이고 본인과 같은 철학적 관심사가 있다고 해도 동아시아계 이민사를 다루겠다는 사람을 자신이 지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해당 학생이 직접 나서서 "다른 학과의 이런이런 교수들에게 보완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의 메인 지도 아래에서 충분히 연구 진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면, 본인이 지도교수로서 그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미국 교수들 중에 나에게 맞는 POI를 어떻게 찾을까? 가장 기본적으로 유용한 방법은 구글에 "키워드 검색"을 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대학교의 학과 웹사이트에는 소속 교수들의 연구주제를 설명하는 내용이 어떤 식으로든 올려져 있기 마련이고, 키워드 검색을 통해 그 내용들을 낚아내야 한다. 당신의 연구 관심사를 설명하는 단어들로 구성된 키워드 조합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적절한 교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하는데, 검색 내용에 "university", "department", "faculty" 같은 단어들을 포함시켜 주면 적절한 교수의 프로필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가상의 학생의 경우, "university faculty migration history east asian post-colonialism," "university history professor migration asian american post-colonialism," "east asian migration history department," "university faculty postcolonialism" 등과 같은 일련의 키워드 조합을 계속해서 입력하다 보면 본인과 연구주제가 겹치는 상당수의 역사학과 교수들과 일부 타 학과 교수들(ex. 비교문학과, 사회학과, 문화인류학과 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검색된 교수들의 소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며 본인과 연구 주제가 얼마나 겹치는지, 같은 학과 혹은 같은 학교의 인접 학과에 보완적인 지도를 해줄 교수가 있는지, 혹시 은퇴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지 등을 파악해보고, POI로서 적절해 보인다면 리스트에 포함시키면 된다. (설령 연구핏이 완벽해 보이는 교수가 있더라도 같은 학과나 학교에 함께 지도를 해줄 교수가 있는지 정도는 꼭 확인해서 리스트에 함께 적어두도록 하자)
만약 당신이 미국 외에 영국, 호주, 홍콩 등 기타 영어권 국가의 대학원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이 방법은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키워드 조합에 국가명이나 도시명 등을 넣어서 "united kingdom university migration history postcolonialism" 등의 조합을 검색하면 된다.
2) 학교 웹사이트 활용법
그렇게 당신이 키워드 검색을 통해 적절한 POI들을 확인했고, 그 POI들이 있는 학과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내 인접 학과의 웹페이지들까지 돌아다니며 관련 교수들의 정보를 확인했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리스트를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당신의 키워드 낚시가 충분히 촘촘하지 않은 탓에 연구핏이 좋은 많은 교수들이 미확인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연구 주제"가 아닌 "학교"를 중심으로 본인과 연구-연관성이 있는 POI의 정보를 조사해보자.
거창하게 말했지만 결국 대학교 웹사이트를 일일이 뒤져보겠다는 뜻인데, 미국에 워낙 많은 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제한된 숫자의 학교를 본인의 관심도의 순서에 따라 하나씩 조사해보는 수밖에 없다(해보면 알겠지만 이 방법으로 필요한 만큼의 POI를 찾는데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본인이 연구생활을 하기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주(state), US News Ranking 등과 같은 특정한 순서 기준을 잡아놓고 학교 웹사이트를 하나씩 방문하면 된다. 예시로 들었던 학생의 경우에는, "동아시아계 미국인 이민사를 공부하기 가장 적절한 주는 California라고 생각되니, Califronia 주에 있는 대학교의 웹사이트를 US News Ranking 순으로 30군데 이상 조사해보며 적절한 POI가 있는 학교를 모두 찾아보자"와 같은 판단을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미 키워드 조사를 통해 연구핏이 맞는 교수들을 일차적으로 추린 상황인 만큼 웹사이트 조사의 순서 기준을 정하는데 꼭 연구핏만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가능하면 뉴욕에 살아보고 싶으니 뉴욕에 있는 좋은 대학교의 웹사이트를 우선적으로 조사해보자"와 같은 류의 판단을 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웹사이트 조사의 순서 기준을 정하는 것과 지원할 대학교를 정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앞서 말했듯이 지원할 대학원을 정하는 최우선의 기준은 무조건 연구핏이며, 그 검색의 순서를 정하는 기준 정도는 이왕이면 본인의 기호에 맞게 설정하라는 것뿐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미 키워드 검색으로 상당수의 POI를 추린 상황이었던 데다가 딱히 지역적인 기호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US News Ranking 순으로 딱 30개 학교의 웹사이트를 조사했었다. 각 학교의 웹사이트에서 나의 연구분야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미술사학과, 역사학과, 비교문학과, 정치학과, 사회학과, 영화학과, 인류학과, 미술과(실기), 노어노문학과, 동아시아학과 등의 학과 웹페이지를 모두 조사했는데, 의외로 나의 학부 전공과 다른 학과에서 메인 POI로서 적합한 교수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다. 무조건 많은 학교를 조사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테니, 본인의 연구주제와 활용 가능 시간에 따라서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3) 그 외 각종 학술자료 활용법
인터넷으로 교수 프로필을 서칭하는 것 말고도 좋은 방법이 많이 있는데, 책이나 논문 등의 학술자료는 POI를 찾는데 특히 많은 도움이 된다.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당신은 연구 관심사를 발전시키고 연구계획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책과 논문을 읽을 수밖에 없을 텐데, 당신에게 큰 지적 영향을 준 글의 저자가 현역 교수라면 그 혹은 그녀의 교수 프로필을 꼭 조회해보자. 아울러 그 글의 참고문헌(Bibliography)을 보면 관련 주제를 공부하는 다른 인물들이 무더기로 보일 텐데, 그 이름들을 구글에 한 번씩 검색해서 현역 교수들을 추려보자. 또한 조금 인위적인 방법이지만, 도서관 웹사이트나 인터넷 학술자료 데이터베이스에 연구주제 키워드를 넣어 문헌검색을 하고 적절한 제목을 갖고 있는 글의 저자와 그 참고문헌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인터넷에서 조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연구핏 이외의 조건도 고민하기
지금껏 연구핏만을 강조하더니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제 와서 살짝 태세를 전환하자면 연구핏 이외에도 연구와 관련된 기타 요건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대학원 진학이 해외여행은 아니기 때문에 "서부의 해안가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대학원 좀 찾아볼까"와 같은 마인드로 지원 대학 리스트를 준비하는 것은 부적절하겠지만, 만약 당신이 "아무리 연구핏이 좋은 기관이더라도 동양인이 거의 전혀 없는 데다가 도시로부터 차로 5시간이나 떨어진 고립된 시골에 위치한다면 그곳에서 6년 동안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외로운 일일 것 같다"와 같은 개인적인 고민을 갖고 있다면 그런 판단은 당연히 지원 대학 선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또 POI에 대해서도, 연구핏 상으로는 환상의 지도교수지만 막상 함께 일했을 때 인간적인 캐미나 연구 스타일이 너무 안 맞으면 어떡할까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싶다면 교수 프로필 외에도 해당 교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창구를 적절히 활용해보고(그 교수의 글을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다), 합격 통지를 받은 후에도 연구실 분위기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듣기 위해 별도의 스카이프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다(그런데 미국 특유의 개인주의적 분위기 때문인지 지도교수와의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대학원생을 아직 직접 본 적은 없다... 인터넷에서 그런 고충이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긴 했는데, 흔한 경우는 아니니 벌써부터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지는 말자). 나는 ratemyprofessor.com에서 해당 학교의 학부생들이 나의 POI에 대해서 적은 강의 평가를 보곤 했는데, 사실 본인의 노력 부족으로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ratemyprofessor에서 해당 수업을 가르친 교수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평가의 좋고 나쁨 자체는 그다지 믿지 않았다. 그래도 교수의 수업 스타일이나 채점 기준 등을 암시하는 비교적 중립적인(?) 정보들도 찾을 수 있으니, 그냥 참고사항 정도로 활용해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5) 연구계획서에 POI 언급하기
이제 당신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교, 메인 POI, 세컨더리 POI 등이 정리된 리스트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리스트에 각 학교별 원서접수 마감일을 추가로 적어둔다면 본인의 원서접수 진행과정을 트랙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추천서 작성을 부탁할 때 해당 리스트를 같이 전달하면, 추천인에게 당신이 각 학교 별로 어떤 POI의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이며 추천서는 언제까지 접수가 완료돼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POI 리스트는 지원하는 학교별로 맞춤형의 연구계획서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큰 맥락에서는 대부분의 연구계획서가 거의 동일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겠지만, 각 학교의 POI와 연구핏이 잘 맞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연구주제를 조금씩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학생의 경우, 탈식민주의 철학을 공부하는 비교문학 교수를 메인 POI로 해서 비교문학과 Ph.D.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에는 이론적인 관심사를 좀 더 강조하고, 동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민사를 공부하는 교수를 메인 POI로 해서 역사학과 Ph.D.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에는 역사학적 주제의식을 좀 더 강조할 수 있겠다(같은 학교의 비교문학과와 역사학과 두 프로그램에 동시에 지원해도 된다).
그리고 연구계획서에서 "왜 해당 학교가 그 주제를 연구하기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판단했는지" 혹은 "해당 학교에서 어떤 POI에게 적절한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언급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 리스트에 적힌 POI들의 연구 스펙트럼을 간결히 정리하고 본인의 연구 관심사와 관련성이 높다는 점을 어필하면 된다. 내가 연구계획서에서 POI들을 언급했던 부분을 아래에 예시 자료로써 첨부했으니 참고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