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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세경 Feb 01. 2021

2-2 예비 지도교수에게 컨텍 이메일은 어떻게 보낼까?

POI와의 사전 커뮤니케이션

1. 사전 컨텍의 의의
2. 사전 컨텍 이메일에 들어갈 내용
3. 답장에 대한 기대 내려놓기


당신이 대학원 입시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잘 준비하고 있고, 지원할 대학교와 POI의 리스트를 현명하게 만들어가고 있으며, 적절한 추천인들을 모두 확보해둔 상태라면, 그대로 원서 제출일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빠뜨린 부분이 있으니, 그것이 POI 사전 컨텍이다.




1) 사전 컨텍의 의의

대학원 지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POI에게 본인의 연구계획을 간략히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원서 제출 과정이나 대학원 생활에 관한 적절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사전 컨텍이라고 하는데, 이 사전 컨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전 컨텍을 POI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두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사실 사전 컨텍 없이 다이렉트로 원서를 제출한 사람들이 합격하는 경우도 제법 많은 데다가 명문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스타 교수들은 워낙 바쁜 탓에 애초에 이메일 답장을 잘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상식적으로도, 좋은 학생을 뽑아야 하는 커미티가 우수한 지원자를 그저 미리 연락이 없었다는 이유로 떨어뜨린다거나, 반대로 짧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합격자를 내정해 둔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혹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입시-전략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POI와의 대화"라는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한다면 사전 컨텍에는 부정할 수 없는 의의가 있다. 사전 컨텍을 그저 예비 지도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보려는 방법으로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해당 교수와 꼭 필요한 대화를 함으로써 각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자.


우선 당신의 입장에서, POI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신이 적절한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당신이 사전 컨텍을 통해 최우선으로 확인해봐야 하는 것은 POI가 해당 년도에 대학원생을 뽑을 계획이 있는지의 여부다. 대학 교수들은 종종 안식년을 갖기도 하며 기타 다른 이유로 특정 년도에 대학원생 선발을 생략하기도 한다. 당신이 이런 변수를 미리 파악한다면, 해당 학교에 지원하기를 일찌감치 포기하여 시간 낭비를 막거나 그 학교에서 Secondary POI로 생각했던 사람을 메인 POI로 변경하 연구계획서를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울러, 당신과 POI가 실제로 연구핏이 맞는 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 관심사와 방법론이 큰 폭에서 일치한다면 이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겠지만, 해당 POI의 연구를 응용하여 그 혹은 그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주제에 적용해보고자 하는 등 협력 및 교육 관계가 복잡해질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POI가 당신을 지도할 수 있는지를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간혹 사전 컨텍을 하는 지원자의 연구계획이나 서류 준비상태에 대 피드백을 해주는 교수들이 있는데 이것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조언이다. 보통 "전반적으로는 괜찮은데, 연구계획서에 이런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추가다면 내가 너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와 같은 조언을 해주는데, 이것은 비단 그 교수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당신의 POI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사항일 수 있으니 잘 새겨듣자.


반대로 POI 입장에서, 사전 컨텍은 당신에 관해 서류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이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당신에게 사전 컨텍은 서류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수들은 너무 바쁜 탓에 사전 컨텍을 통해 지원자의 세세한 면모까지 파악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드물게 POI와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하는데, POI에게 짧은 이메일과 연구계획서 샘플 등을 전달한 뒤 전화 약속을 잡거나 (당신이 미국에 있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경우이다. 이때 POI는 당신의 연구계획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하여 당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학업을 대하는 태도, 해당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의지의 정도, 그리고 성격까지 파악하려 할 것이다. 앞선 글에서 여러 차례 말했듯, 교수가 대학원생을 뽑는다는 것은 단순히 수강생을 뽑는 것이 아니다. POI에게 대학원생 선발은 적어도 몇 년 동안 함께 일할 조수이자 동료를 뽑는 것인데, 지원자가 적절한 대화를 통해 POI로부터 미묘하게나마 신용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2) 사전 컨텍 이메일에 들어갈 내용

우선 이메일 작성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교수들은 매우 바쁘니 이메일은 최대한 간결하게 쓰자.

2. 해당 이메일이 지원자의 사전 컨텍임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제목을 쓰자.

3. 이력서나 연구계획서 등의 파일을 다짜고짜 첨부하지 말자. 우선 자신을 짧게 소개하는 컨텍 이메일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 "당신 읽어보길 원하신다면 나의 이력서와 연구계획서 등을 보내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멘트를 넣어 POI의 의사를 물어보자.

4. 이메일의 마무리는 질문으로 하자. 지원자가 자신을 열심히 소개하고는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고 이메일을 마친다면, POI 입장에서는 해당 지원자가 이어지는 대화를 기대하고 연락을 한 것인지 혹은 그저 본인이 이번 학기에 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미리 알려줬을 뿐인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 메일을 마무리할 때 유용한 질문으로는 "이번 학기에 학생을 뽑으시나요?", "혹시 원하신다면 저의 이력서와 연구계획서를 보내드려도 될까요?", "저의 대학원 계획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신 시간에 제가 당신의 오피스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드려도 될까요?" 등이 있다.

5. 마지막으로 너무나 당연한 것, 매너 있고 시각적으로 깔끔한 이메일을 보내자.


그럼 이메일 작성 시 꼭 들어가면 좋은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형을 제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막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려는 지원자는 본인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학문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맞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다가 뚜렷한 동기가 생겨서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한 지원자라면 본인의 경력을 언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래도 굳이 정리를 해보자면, 인사-간단한 자기소개-연구계획 요약-질문-인사 정도의 구성이 보편적으로 적절한 것 같다. 아래의 예시를 통해 사전 컨텍 메일이 어떻게 쓰이는 지를 큰 틀에서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직접 선택하며 적절한 이메일 템플릿을 만들어보자.


친애하는 X 박사님께,

[문단 1: 간단한 소개]
제 이름은 박철수이고, 저는 한국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는 4학년생입니다.
저는 이번 12월에 졸업을 할 예정인데, 이후에는 대학원에서 소련 이후 러시아 미술사와 기억-정치 이론을 공부할 계획입니다.
2020년 가을 학기 입학으로 교수님의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를 희망하는데, 제 연구 관심사를 간단히 설명드리고 몇 가지 질문을 정중하게 드리고자 합니다.

[문단 2: 연구계획 소개]
저의 주된 연구 관심사는 동시대 러시아 미술, 기억의 사회학, 노인학과 세대 차이 이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윤리학입니다.
교수님의 지도 아래에서 소련과 소련 이후 러시아의 미술/사회사를 공부하고, 거기에 윤리학적인 연구를 더하여 러시아 내의 기억 소외 현상에 대한 소통적 해결책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가능하다면 구소련 문화권 내에 있는 다양한 국가들의 기억-투쟁적 세대 갈등을 폭넓게 다룰 수 있는 비교미술사학자가 되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문단 3: 질문]
저의 연락이 교수님께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교수님께서 이번 년도에 대학원생을 받을 계획이 있으신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약 대학원생을 받으신다면, 혹시 제가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서 저의 연구계획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드려도 되겠습니까?
저의 이력서와 연구계획서를 읽어보기를 희망하신다면, 이메일을 통해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단 4: 인사]
긴 이메일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박철수

만약 대화가 이어지게 된다면, 서로의 연구핏에 대한 교수의 의견연구계획서 상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당신이 Secondary POI로 생각해둔 해당 학교의 다른 교수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필요한 대화를 하면 된다.



 

3) 답장에 대한 기대 내려놓기

이렇게 정성스러운 이메일을 보내면 POI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쉽게도 답장을 아예 보내지 않는 교수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고, "굳이 서류를 보지 않아도 나하고 연구분야가 맞다고 느껴지는구나, 꼭 지원해봐"와 같은 짧은 답장을 보내며 이어지는 대화의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교수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몇몇 교수들은 당신에게 연구계획서와 CV를 요청하고는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보내준 서류는 잘 읽어봤어. 내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다는 너의 판단은 맞는 것 같아, 우리는 서로 연구분야가 분명히 겹치는구나. 나는 너에게 추가적으로 질문할 것은 없는데, 네가 우리 학교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메일을 보내렴"과 같은 형식적이지만 친절한 답변을 보낼 것이고, 아주 드물게 연구계획서에 대한 섬세한 피드백을 주거나 전화통화 약속을 잡는 교수들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답장의 여부나 내용이 당신의 합격 가능성에 대한 믿을만한 지표는 아니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례 강조했듯 교수들은 매우 바쁘고, 컨텍은 대학원 입시의 공식적인 과정이 아니다. 당신의 컨텍을 무시한 교수는 다른 대부분의 컨텍을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고, 당신에게 친절했던 교수는 다른 대부분의 지원자에게 친절했을 수 있다. 물론 섬세한 피드백을 주고 당신과 활발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POI가 있다면 그건 특별히 좋은 신호겠지만, 혹여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어차피 본 게임은 서류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전 10화 2-1 어떤 학교, 어떤 교수의 프로그램에 지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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