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른이 된 피터팬 Jul 28. 2024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성장] 마음이론(Theory of Mind)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세상의 주인공은 '나'고, 많은 일들은 나에 의해서 또는 나 때문에 일어나며 내게 일어난 일에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이렇게 1인칭 시점에 갇혀 세상을 보는 시기가 누구나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사회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바뀐다. 나를 둘러싼 많은 일들이 나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이해하고, 타인이 나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알며, 직면한 일들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삶을 좀 더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치와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타인과 상호작용 하면서 삶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태도뿐만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도 얻는다. 물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나를 벗어나 타인으로 관점이동이 가능할 때 비로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태어나면서부터 갖는 원초적인 인간의 능력은 아니다. 뇌 발달과정 상 특정 나이가 지나야 '나'라는 1인칭을 벗어나 '타인'이라는 눈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나를 벗어나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Wellman의 정의에 따르면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마음이란 바람, 감정, 믿음, 의도나 내적 경험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자신과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3~4살 정도의 아이가 숨바꼭질을 할 때, 본인의 얼굴만 가리고 다 숨었다고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본인의 눈에 안 보이면 남들한테도 안 보인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론이 발달하기 전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다. 


마음이론에 관한 유명한 실험 하나가 있다. 브로콜리와 크래커가 든 접시를 든 실험자가 실험대상인 아이에게 "본인은 브로콜리를 좋아하고 크래커를 싫어한다"라고 말했을 때 아이가 어떤 것을 실험자에게 줄 것인지를 보는 실험연구다. 여섯 살 정도의 어린이는 실험자에게 브로콜리를 주지만, 세네 살 정도의 아이는 크래커를 실험자에게 준다. 브로콜리를 좋아한다는 실험자의 말에 상관없이 자신이 크래커를 좋아하기 때문에 실험자도 크래커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Repacholi & Gopnik, 1997)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마음이론이다. 대개는 3-4세 때까진 마음이론이 없다가 5세 정도가 되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4세 이전의 아이들은 타인의 입장으로의 전환이 잘 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은 인간이기에 저절로 할 수 있는 능력이라기보다는 발달과정상 얻게 되는 상위 능력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만 아는 사람은 어쩌면 나의 시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일 것이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타인이라는 존재 자체를 고려하지 못할 때 자기만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성인이 돼서도 자신의 시각에 갇혀서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유아적 단계를 벗어나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한 것일 수 있겠다. 직장에 그런 동료가 있는가? 아니면 내가 그런 동료는 아닐까? 스스로를 점검해본다.


이전 07화 자본주의가 만드는 정신질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