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엔 맥락과 이해가 비어있을 때가 많다.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기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많은 이들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를 허락하는 여유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 보면서도 이해의 중요성을 느낀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기에 앞서 그 행동의 원인을 심리적, 생물학적, 환경적으로 분석한다. 아이의 행동 교정 이전에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아이를 이해하고 나면 그 아이의 어려움이 보이고 고통이 와닿아서, 솔루션을 통해 아이가 사회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길 응원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아동들 사이에서 크게 늘고 있고, 성인들 사이에서도 언급량이 많아진 ADHD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는 흔히 산만한 행동에 ADHD를 의심한다. 그러나 단순히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ADHD는 아니다. ADHD는 뇌의 전두엽 기능 미성숙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발달장애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ADHD 아동이 그렇게 행동하는 배경과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버릇없음”이나 “폭력적”으로 오해하기 쉽고, 이를 양육 방식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오해는 ADHD를 가진 아동과 그의 가족에게 비난과 낙인을 안기며, 고통을 가중시킨다.
물론 이전에 비해 ADHD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단순히 산만한 증상을 보이는 장애로 가볍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ADHD 환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은 모르는 어려움을 겪는다. 아동기 ADHD는 주로 집중력 부족, 충동적 행동, 과잉활동으로 나타나며, 그중에서도 “조용한 ADHD”는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해당 아이들은 선생님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꾸중을 듣거나 반복적인 실패를 겪으며 우울증과 낮은 자존감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DHD 아동들은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비난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뇌의 신경적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노력하면 된다”는 말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성인 ADHD에 대한 오해도 크다. 사람들은 자신이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 농담처럼 “나 성인 ADHD인가 봐”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성인 ADHD는 아동기 ADHD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ADHD는 전두엽 발달 문제와 관련된 신경발달장애로, 성인기에 갑자기 나타날 수 없다. 단순히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ADHD가 아니라 의학적 평가와 기준에 의해 진단되는 발달장애이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진짜 환자들의 고통이 가려질 수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현재 ADHD에 대한 치료는 약물치료에 의존하고 있고, 약물 효과도 단기간만 지속되어 행동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의 비약물 치료를 병행한다고 한다. 아직은 완벽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ADHD 아동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그 맥락을 모르는 이들에게 많은 지적과 비난을 받는 실정이다. 이렇게 누구의 악의 없이도 자존감 낮고 불행한 아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치료에 대한 접근성과 ADHD아동이 학급에서 잘 지낼 수 있는 지원 시스템(학급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이 개선되고 사회적으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 ADHD 아동의 잘못도, 가정교육의 문제도 아님이 이해되기를.
내가 모르는 세계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에 오늘도 공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