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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Oct 30. 2019

알래스카 겨울 이야기(7)

전철대신 고래대신 개썰매

알래스카에서는 매년 겨울 연례행사로 상금 50만 불에 새 트럭을 상으로 주는 Iditarod ‘아이디터로드’라는 개 썰매 경주가 열린다.

아이디터로드는 말 경주 같이 트랙을 도는 것이 아니라, 처음 골드러쉬 정착민들이 얼어붙은 강을 타고 썰매로 들어오던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그때처럼 알래스카 서부 유콘강 어귀의 Nome이라는 곳에서 시작되어 알래스카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앵커리지에서 끝나는 1,569km의 대장정이다.


경기가 시작되는, 지도 왼쪽에 보이는 Nome 놈이라는 곳은, 한국어의 그 놈은 물론 아니고, 얼핏 북구의 이야기에 나오는 숲속의 작은 도깨비 같은 gnome 놈(영화 Amelie에 나오고 모 여행사이트의 모델로도 쓰였던)과 발음이 같아서 낭만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원주민에게 장소의 이름을 물어보자 그 부족의 말로 ‘모른다’라고 대답한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놈과 캥거루는 같은  뜻인 것이다.

현실은 늘 상상한 것보다 시시한 법이다.


현재 기록은 2017년의 8일 3시간 40분 13초로 상당한 기간이므로, 사람은 물론 수고하시는 말라뮤트와 허스키 등 개들의 먹을 것을 다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양질의 먹이를 중간에 배치하고 필요하면 헬리콥터로 공수받아가며 한다고 한다.


알래스카주 개인 Alaskan Malamute말라뮤트와 Siberian 허스키는 얼핏 둘이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만, 아무나 좋아라 따라나설 것 같은 웃는 상의 개가 말라뮤트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다시는 안 놀 것 같은 눈 파랗고 날카롭게 생긴 아이가 허스키다. 까칠한 허스키는 주인이 없이도 잘 산다고 한다. 멍뭉계의 고영이라고 하자니, 요즘 고영들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허스키의 수명이 조금 더 길다고 한다.


눈썰매는 하나의 리더를 잘 두면 나머지는 따라간다고 하니 역시 어디나 리더가 좋아야 한다.

얼핏 눈썰매 끌게 하는 게 동물 학대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짐을 끌고 눈길을 달리는 것을 실제로 매우 좋아하는 에너지 충만의 녀석들이라서 외려 운동 시켜주는 게 힘들 정도라고 하니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이들이 달리고 잇는 모습을 보면 조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실제로 반대운동도 있긴 하다. 가부장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전통이 다 좋은 것은 물론 아니지만, 나는 알래스카 토백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잔치에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백악관 청원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이 가장 큰 경주 외에도 크고 작은 몇 개의 개 썰매 경주도 있다.


아무래도 전 주가 즐기는 연례행사니까, 주민들 중에는 해마다 썰매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언 발을 구르며 기다리고 섰다가 열렬히 응원하고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특별 행사일 뿐이지 평상시에 개 썰매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물론 없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여전히, 그러면 원주민들이라도 개 썰매를 타고 다니지 않냐고 고집부리시는 분들은,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렇게 먹이를 대야 하는 교통수단과 기름 한 통이면 되는 ‘스노모빌’ 사이의 선택은 명백하다는 것을 생각해보시지요.


물론, 관광상품으로 사시사철 개 썰매를 잠시 타 보는 관광은 알래스카 뿐 아니라 북구 유럽에도 있는데, 그건 맨해튼의 마차 관광 같은 것이다. 코끼리 열차 좋다고 그걸 타고 집에 가고 싶은 분은 없을 것 아닌가.

(광고문의 아름다운 개들을 보고나니 아무래도 내가 개썰매 반대 백악관 청원을 넣어야 할 것 같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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