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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Nov 03. 2019

알래스카 봄 이야기(7)

괴물이 살고 있어요

 

때는 바야흐로 1964년 꽃 피고 새 우는 봄, 앵커리지에는 강도 9.2의 대지진이 일어나 131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를 포함한 남단은 ring of fire ‘불의 고리’라는 쓸모없이 멋진 이름이 붙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들어가서 일본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둥글게 돌아 캘리포니아 지역까지 이어지는 반원으로 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높은 곳이고, 알래스카 남쪽에는 활화산 휴화산이 있는 외딴 섬들도 있다.

그래서 알래스카도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만큼은 한 번씩 놀라게 하는 일이 있다.

페어뱅크스는 내륙이라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편인데, 앵커리지는 역사적 기록도 있고 바닷가라서 쓰나미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늘 경각심을 가지도록 이름도 무시무시한‘지진공원’을 만들어놓고 있고, 알래스카 지진 정보 사이트에서는 못 느낀 실시간 정보도 볼 수 있고, 혹시 보고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데이터를 위해 느끼면 개별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창구도 열려있다.


내가 사는 동안에는 4~5 정도 강도는 짧게 서너 번 느낀 것 같은데, 제일 큰 것이 강도 5 정도였고,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집이 뒤틀린다는 느낌에, 바람이 별로 없어 울 일이 없는 풍경들이 집 안 여기저기서 일제히 울기 시작해서 기분이 으스스했다.

별다른 피해사례는 없었지만 우리집은 1층이라서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고오오오오오 하는 지반 저 깊은 속에서 지반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기보다는 느껴지는데 괴물이라도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다.


물론 지진이라는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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