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찾아온 날

주님탄생예고성당

by 김민정

이제 베들레헴에서 나자렛, 갈릴래아 방향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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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의 숙소 Legacy of Nazareth으로 모든 짐을 버스에 싣고 출발

버스 창밖 풍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꼬불꼬불 길을 통과해서, 예수님이 자랐고 청년시절을 보냈다는 나자렛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어둑어둑한 시간이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로마 가톨릭은 전 세계 성당이 하루에 세 번, 새벽 6시, 낮 12시, 저녁 6시에 종을 치며 삼종기도를 바친다

시차 때문에 새벽 6시 훨씬 전에 눈이 떠지고,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주님탄생예고성당에선, 새벽 6시를 알리는 청아한 종이 울렸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에 반감이 든다면, 시키는 사람과 나의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그런데, 시킨다는 게 아니라, 너무 사랑하니까, 이렇게 해야 너에게 좋으니까, ‘그래서 너는 이러이러해야 해.’ 라면, 그 상황을 만났을 때 그게 쉽게 받아들여질까


하느님과 우리 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예.

어린아이는 몸에 안 좋은 불량식품을 너무나 먹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은 그걸 제지한다. 아이에게 안 좋으니 막는 건 당연한데, 하지만, 아이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울고불고~~

나는 이걸 갖고 싶고, 이걸 먹고 싶고, 이렇게 살고 싶은데

하느님은 나에게 안 좋으신 걸 제지하시고, 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걸 주신다. 그리고, 오늘도 이해 못하고 잘 모르는 나를 달래며, 조금씩 이끌어주신다.


15살 소녀 마리아에게 찾아온 가브리엘 천사는 잉태를 예고한다. 이게 어떻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런데, 소녀 마리아는,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응답'한다. 이건 보통 배짱이 아니며, 한번 해보겠다는 건데, 성모님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엄청난 일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고백을 하신 것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었던 주님탄생예고성당

주님 탄생 예고 성당 Basilica of the Annunciation 은, 성모님이 살던, 가브리엘 천사가 찾아왔다는 곳에 세워졌다. 굉장한 대형 성당인데, 부드러운 느낌이고, 여성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 (루카 1,26-35)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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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에는, 지성소처럼, 철문 안에 사제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거룩함이 체험됐던 곳. 특히, 철문 안 동굴 제대 아래 ‘VERBUM CARO HIC FACTVM EST’라고 적혀 있는데, ‘이곳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뜻이다.

주님 탄생 예고 성당의 마당엔, 각국의 성모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우리나라 한복을 입은 우아하신 성모님도 자리 잡고 계셨다.

뭐니 뭐니 해도 나자렛이란 도시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까지 지내셨고, 성모님, 요셉 성인, 어린 예수님이 함께 사시던 동네. 그래서 예수님 역시 나자렛을 굉장히 좋아하셨던 것 같다. ’유대인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 INRI라는 약자가 운명처럼 십자가 위에 새겨진 거 보면, 나자렛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전해진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은 '나자렛에서 뭐 좋은 게 나오겠냐'는 얘길 했다. 예루살렘에 비하면 시골이니 그런 얘길 했나본데, 지금 우리도 작은 곳이라고, 메인스트림이 아니라고, 잘 모르는 곳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작지만 알찬 곳은 너무나 많다는 것!

그리고, 주님 탄생 예고 성당에서의 미사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성모님이 응답하셨기에, 우리 모두가 만나서, 이렇게 미사를 드릴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위대한 일에 마음이 찡해온다.

전인류의 나비효과.

16살 소녀의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응답한 그 작은 목소리가, 이렇게 세상 모든 이들과 예수님의 만남을 이뤄냈다.

그렇게 우린 만났고,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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