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길, 우리가 걷는 길

나자렛 회당, 추락산

by 김민정

나자렛에는 유대인 회당터가 있는데, 갈릴래아 지역에서 공생활을 시작하셨던 예수님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자렛을 방문하셨을 때, 회당에서 성경 봉독을 하며 가르치셨다.

<회당 synagogue>은 유대인들의 예배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종교의식, 각종 집회뿐 아니라 성경 공부를 하는 장소로 쓰여왔다. 특히, 예루살렘에서 성전 예배를 드릴 수 없었던 바빌론 유배 시절, 회당은 교육훈련 및 기도의 장소로 더욱 부각되었다.


예수님은 어린 시절, 이 나자렛 회당에서 하느님 말씀도 듣고, 공부하며, 은총 가득한 시기를 보내셨을 것이다. 공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분께서, 다시 나자렛에 오시어 가르치시자, 많은 이들은 권위 있고 지혜로운 말씀을 듣고 놀라게된다. 그런데, 예수님을 어린 시절부터 봤던 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나자렛에서 무시를 당하시다 (마르 6,1-4)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고향으로 가셨는데 제자들도 그분을 따라갔다.
안식일이 되자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많은 이가 듣고는 놀라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저런 지혜를 어디서 받았을까? 그의 손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새,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성경에 '못마땅하게 여겼다'라고, 정확하게 나와있는 게 재밌었다.

어린 시절부터 봤던, 목수의 아들이었던 이가 새롭고도 지혜롭고 권위 있는 말씀을 전해주는 걸 들었을 때, 고지식한 사람들의 못마땅함. 우리 사회에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어릴 때부터 봤던, 별것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 혹은 나보다 공부도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떤 현명한 말과 행동을 보여줬을 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다른 사람을 나의 고정관념으로 판단해버리는 오류는 언제든 일어나니, 나에게 오지 못하도록 늘 깨어 노력하며 지내야겠다.

그런가 하면, 루카복음은, 예수님이 바로 이 회당에서, '은총의 해, 곧, 희년'이 당신과 함께 실현되었다고 선포하셨음을 전해주고 있다. 회당에서 조용히 두루마리를 받아 펼치시고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읽으신 예수님.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시다 (루카 4,16-21)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려고 일어서시자,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회당에 있던, 안 그래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얘기를 듣고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아 높은 산 벼랑까지 끌고 가서 떨어뜨리려고 했다

루카 (4,28-30)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그들은 들고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 고을은 산 위에 지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을 그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바로, 사람들이 예수님을 밀어 떨어뜨리려 했다는 그 산으로, 우리도 함께 올라가 봤다.

해발 397m의 케두민(Kedumin) 산인데, 경사가 깎아지른 벼랑처럼 가팔라서 흔히, 추락산, 혹은 절벽산이라고 부른다.

올라가니, 저 멀리,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가 일어난 타보르산이 보이고

저쪽 산등성이는 예수님께서 과부의 아들을 살리신 '나인'이라는 고을이라고 한다.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이스르엘 평야

예수님께선 사람들의 몰아붙임에,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서계셨음에도 흔들림 없이, 유유자적 사람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서 이 곳을 떠나셨다.


살면서 벼랑 끝에 몰리는 기분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곧 떨어져 추락할 것 같고,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생각될 때, 조금만 고개를 들어 앞, 뒤, 옆을 바라보면,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예수님이 알려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알려주시는 건 바로 사랑이고, 그래선지, 하늘에 '하트'구름이 떠 있었다.

추락산에서 갈릴래아 호수 북단의 카파르나움까지 이어지는 약 70km의 복음의 길, 즉, 가스펠 트레일을 안내하는 표지석이 있었다. 이렇게 복음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니 흥미로웠다.

혹시 나자렛에서 갈릴래아까지 걷고 싶다면, 이곳이 출발점이란 걸 참고하세요^^

이렇게 걸으면 몇 보 정도 되려나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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